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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잊을만하면 거론되는 현대상선-SM상선 통합설…실효성에 의문

업계 "한진해운 없어지기 전 현대상선과 합병했어야" 지적도
이진규 기자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지만 두 기업의 통합으로 과연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운업 재건을 위해 그동안 수조원대 자금을 쏟아 부은 정부가 아직까지 마땅한 개선책도 내지 못한 채 무리하게 기업 통합을 추진해 애꿎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까지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선 해운업 재건을 위해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추구하고 있는 대형화 전략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며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 문제가 몇 차례 거론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온 머스크와 MSC 등 글로벌 대형 해운업체들은 컨테이너 운임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치킨게임'을 벌이며 맷집이 약한 국내 해운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이에 국내 유일의 국적 원양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북미 노선과 아시아 노선을 인수해 출범한 SM상선을 합치면 글로벌 대형 해운업체들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으로 과연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 글로벌 대형 해운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의 해운통계 조사기관 '알파라이너'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지난해 선복량은 44만TEU급(점유율 1.9)을 기록하며 세계 9위를 차지했고, SM상선은 8만TEU급(점유율 0.4)을 기록해 세계 19위에 머물렀다.

현대상선과 SM상선의 선복량을 단순하게 합하더라도 50만TEU 수준이라 세계 8위를 차지하는 대만 양밍해운의 선복량인 66만1455TEU(점유율 2.9%)를 넘어서지 못한다.

해운업계에선 국내 해운사 간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해운업 경쟁력이 크게 위축됐던 과오를 교훈삼아 국내 유일의 국적 원양해운사로 살아남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 해운업 재건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SM상선을 합병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대상선을 1이라고 하면 SM상선은 0.1 정도 규모라 '1 + 0.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한진해운이 없어지기 전에 현대상선과 합병을 했더라면 1 + 1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이후 진행된 해운업계 구조조정에서 당시 업계 1위 기업이자 세계 7대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2위였던 현대상선이 국내 유일의 국적해운사로 살아남았다.

정부는 해운업 재건을 위해 3조원 규모의 자금을 현대상선에 지원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2022년까지 6조원 안팎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부터 8년째 적자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올해부턴 정부의 자금 지원이 없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잠정 영업손실액은 5,765억원으로 전년보다 41.7%나 늘었다.

현대상선은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올해 역시 글로벌 경기하강 우려와 유류비 부담 증가 등으로 흑자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현대상선은 2만3000TEU 컨테이너선 12척이 순차적으로 투입되는 2020년 2분기까지 버텨야 흑자전환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대상선의 구원투수로 나선 유창근 사장은 결국 이달 말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완성하지 못한 채 사장직에서 물러난다.

현대상선은 차기 선장으로 내정된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대표와 함께 2020년 흑자전환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눈치만 보고 아무 말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현대상선이 SM상선까지 떠안게 되면 경영정상화는커녕 오히려 경영상 혼란을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진규 기자 (jkmedia@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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