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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양호 회장은 누구? 대한항공 성장 이끌었지만 노년 '고된 시련'

매출 12조원 대 국내 1위 항공사업자로 성장시킨 '1등공신'

애정 보인 한진해운, 그룹 차원서 수혈했지만 파산

잇다른 가족 갑질로 여론 뭇매 …

배임ㆍ횡령 등 혐의로 검찰 ㆍ경찰 등 10개 기관서 전방위 압박…주주권 행사로 결국 경영 퇴진
김주영 기자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그의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국내 1위 항공사로 성장하는데 기여했지만 노년에 각종논란에 휘말리며 시련을 겪었다.

가족들의 갑질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으며 검찰과 경찰, 관세청, 국세청 등 10개 기관에서 10차례 이상 소환을 당했고 결국 주주권 행사로 재계에서 처음으로 경영에서 퇴진한 첫 사례가 됐다.


고 조 회장은 1949년 3월 8일 인천에서 아버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03년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고 조 회장은 승계 과정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재산 대부분을 대한항공과 정석기업에 상속한다는 선대 회장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형제들과 6년 동안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경영 활동으로 대한항공을 2018년 매출액 12조 6,512억 원, 자산 24조 4,000억 원, 보유 항공기 166대, 취항국가 44개국 기업으로 일구는데 기여했다.


◆ 해운산업 열정 보였지만 한진해운 파산


고 조 회장은 해운사업에도 열정을 보였다. 한진해운은 세계 해운산업의 불황 속에서도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매출이 2배 넘게 늘어는 실적을 거뒀다. 2003년 매출 6,153억 원을 거뒀지만 2017년에는 매출 1조6,117억 원을 내며 회사의 외형을 성장시켰다.


해운산업의 위기 속에서도 회사를 살리고자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2017년 결국 파산을 맞았다.


유동성 위기로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난 뒤 경영 바통을 이어받은 고 조회장은 한진해운에 그룹 차원에서 2조 2,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또 한진그룹의 에쓰오일 지분을 처분해 1조원을 투입했고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로 6,600억 원을 조달했다. 한진, 한진칼에서도 4,000억 원을 웃도는 자금을 한진해운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채권단이 추가지원을 거부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결국 한진해운은 2017년 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 일가족 '갑질 논란'으로 물의


고 조 회장은 가족들의 '갑질 논란'으로 잇달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갑질' 사건이 시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인천행 KE086 항공기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았다. 이어 탑승 게이트로 항공기를 되돌리고 박창진 사무장을 질책하며 항공기에서 내리게 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또한 지난해 3월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본사에서 회의 도중 광고업체 관계자 등에게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리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4월에는 고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운전기사, 가정부, 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오너 일가 도덕적 해이 논란에 한층 불을 지폈다.


고 조 회장 자신도 다양한 의혹에 연루, 지난해에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ㆍ사기,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룹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으며 세 자녀의 정석기업 주식 매매와 관련해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받았다.

◆주주권 행사로 20년만에 대표직 물러나


일가족의 연이은 갑질 사건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1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범위를 검토하도록 결정했고 2월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되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했다.


지난 달에는 대한항공 이사회가 고 조회장의 연임안에 대해 주주총회 상정을 확정했고 26일에는 해외 공적 연기금 3곳이 재선임 안건 반대 의견 표명, 국민연금도 고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반대 결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달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 조회장은 결국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최고경영자에 오른지 20년만에 대표직을 잃었다.


한편 대한항공은 고 조 회장의 별세로 침울한 분위기다. 대한항공 측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회사를 이끌어온 조 회장의 별세에 임직원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시신 운구 과정 등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내 장례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주영 기자 (mayb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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