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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거래정지' 코스닥 두 기업의 평행이론

경남제약 전철 밟는 EMW...오너의 횡령부터 경영권 분쟁까지
이대호 기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두 기업이 너무나 닮은 길을 걷고 있다. 흡사 평행이론에 가깝다. 가지 말아야 할 전철을 똑같이 밟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그 길을 앞서 걸어간 기업은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기업은 안테나 전문기업 EMW.

■ 평행이론의 시작...'최대주주의 횡령'으로 거래정지

경남제약과 EMW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그 시작은 '최대주주 겸 CEO의 횡령'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남제약은 이희철 전 회장의 횡령·배임, 분식회계로 인해 거래정지를 맞았다. 증권선물위원회 제재가 확정된 지난 2018년 3월 2일부터다. 이 전 회장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2013년 사이 회사 매출을 50억원 가량 과대계상하고, 허위 실적을 공시한 혐의다. 지난 2017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MW는 류병훈 전 회장의 횡령 혐의로 거래정지를 맞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기소가 확인된 지난 2018년 9월 18일부터다. 당시 확인된 횡령금액은 60억원. 이후 사측은 17억 7,500만원, 84억 4,000여만원 상당의 횡령·배임 혐의를 추가로 찾아내 고소했다.

두 사람 다 횡령 당시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였으며, 회사에서는 회장님으로 불렸다. 차이점은 이 전 회장의 경우 현재 최대주주와 회장 자리를 모두 잃었다는 것이며, 류 회장은 현재도 최대주주와 회장직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 보위해줄 CEO 선임...배신 아닌 배신

이 전 회장과 류 회장은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을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공소제기로 인해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지만, 자기의 힘이 닿는 사람을 CEO로 올린 것.

그렇게 해서 선임된 사람이 경남제약 류충효(2016년 3월~2018년 7월) 당시 대표, EMW 양일규(2018년 10월~) 현 대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오너를 배신(?)했다.

오너의 횡령·배임을 덮어주기 보다, 회사를 위해 그 위법 행위를 들추는 일을 택한 것. 회사를 위해서다. 오너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어 횡령 금액을 회사로 돌려놔야 했다. 그래야만 과거 회계부정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직 CEO로서 이를 행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배임 행위로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 대표이사 흔들기...이사회 장악 시도

이 전 회장과 류 전 회장은 분노했다. 대표이사로 올려주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기에 배신감을 더욱 크게 느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똑같이 대표이사 재교체를 시도했다. 직무정지 가처분,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걸며 대표이사를 흔들었다. 이어 주주총회를 통한 대표이사 해임을 시도하고 자신을 대리해줄 이사 선임도 추진했다.

이는 곧 외부에 경영권 분쟁으로 비춰졌다. 제3자가 보기에 '최대주주에 맞선 현직 대표이사'는 '회사를 꿀꺽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횡령 당사자들은 이같은 프레임을 적극 활용해 공세를 강화했다. 판단은 주주들의 몫.

■ 결국 CEO 해임시킨 경남제약, EMW는...

EMW가 밟고 있는 경남제약 전철은 여기까지다. 현재까지는.

류충효 당시 경남제약 대표이사는 결국 지난해 8월 1일 임시주총에서 해임됐다. 당시 류 전 대표가 추진하던 공개 M&A가 실패한 뒤 소액주주들이 반기를 든 영향이 컸다. 2017년말 기준 경남제약 소액주주는 약 4,240명, 지분율은 65.87%에 달했다. 이 전 회장 역시 류 대표 해임안에 찬성했다.

결과론이지만, 당시 공개 M&A(17년 5~6월)에 실패한 경남제약은 그 후 1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류 대표 해임 이후 경영지배인을 포함해 최고경영자가 세번 바뀌었다. 한국거래소와 맺은 개선계획을 이행할 주체가 계속 바뀐 것. 그때마다 거래재개는 요원해졌다.

양일규 EMW 대표이사도 풍전등화다. 1년 전 경남제약과 마찬가지로 최대주주 측으로부터 각종 소송을 겪고 있다.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은 물론이다. 류 전 회장은 이사회를 다시 지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주제안 형식으로 사내·사외이사 후보를 다수 추천했다. 사측이 추천한 후보들과 함께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한편, 류 회장은 "현재 경영권을 다시 찾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단지 회사의 정상화와 거래재개를 위해 현재의 경영진이 물러나게 되면 다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여러 주주분들께서 원하시는 능력있고 공정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적격성을 갖춘 새로운 경영진(이사 및 감사)이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4월초 EMW 밴드에 게재한 사과문 중 일부)

본인이 새로운 이사 후보자들을 추천했지만, 이는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것이 아닌 현 경영진을 물러나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류 회장은 이를 두고 "경영권이 아닌 주주권 행사"라고 한다.

■ 전철 밟는 EMW, 종착역은?

류 회장이 다시 이사회를 장악한다면 양 대표는 류 회장 측 이사들과 공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사회를 통한 대표이사 교체 시도는 불보듯 뻔한 일.

현 경영진은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주주 간담회를 열어 회사 상황을 설명하며 소액주주들의 의구심을 풀어주고 있다. 유튜브 실중계를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총 이후에도 계속 주주 간담회, 토론회를 열어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류 회장 측에 법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주식거래 재개를 위한 타협점도 열어둔 상태다.

26일 주주총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라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류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현 경영진 또한 회사 정상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결권을 많이 확보한 자가 표 대결을 통해 승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 결과가 무엇이 되든 따라야하는 것이 주식회사로서 의무다.

중요한 것은 주주들의 판단. 그 판단이 불러오는 결과 역시 주주들의 몫이다.

경남제약의 거래정지는 13개월을 넘고 있다. 언제 풀릴지도 알 수 없다. 물론 경남제약은 수차례 M&A 실패와 경영진 교체라는 더욱 험난한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아직은 EMW와 비할 바가 아닐 수 있다.

그렇기에, EMW가 경남제약의 전철을 밟아갈수록 더욱 안타깝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이 겪는 고통을 오래 지켜봐왔기에 또한 그렇다.

경남제약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담당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경남제약은 실질심사의 시금석같은 케이스"라고. 그리고 EMW 측에도 분명한 시그널을 줬다. '횡령 당사자가 다시 이사를 올리는 것은 개선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EMW의 거래정지는 7개월을 넘어섰다. EMW 소액주주 지분율은 72.47%에 달한다. 류 회장이 현 경영진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이번 주총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주들이 진정 회사를 위한 방향을 택해야 하는 이유다. 선택도 결과도 주주들의 몫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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