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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주관사 '책임범위' 논란 격화…판례는 주관사의 판정승?

허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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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상장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자율성이 중요해진 만큼 그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게 핵심인데요. 오늘은 취재기자와 함께 법원은 그동안 주관사 책임 범위를 어떻게 판결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진에어 상장 주관사였던 미래에셋대우도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요?

기자>
현재 진에어 소액주주들은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가 초래한 신규노선 허가 제한 등의 제재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달라며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소액주주들은 진에어가 상장 당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면허취소 및 관련 위험 △총수 일가의 경영행태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걸 문제 삼고 있는데요.

당시 대표 상장 주관사였던 미래에셋대우에게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겁니다.

진에어 '물컵 갑질'이 초래했던 핵심 문제 중하나가 외국인 등기임원이 진에어에 재직하는 건 항공사업법상 면허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부분이었는데요.

투자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인 만큼 이를 알리지 않은 건 '허위공시'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오너 리스크'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측해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반문하고 있습니다.

또 식약처가 '인보사'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처럼,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확인 못했던 사안을 주관사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건 과하다는 반응입니다.

앵커>
과거 판례를 보면 법원은 주관사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나요?

기자>
결론을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법원의 판결은 ‘주관사의 판정승으로 수렴한다’고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주관사 소송 중 하나가 국내에 상장했다가 상장폐지된 중국기업 ‘고섬 사태’를 들 수 있는데요.

고섬사태란 싱가포르에 본점을 둔 중국 섬유업체 ‘고섬’이 지난 2011년 1월 한국 증시에 상장한 후, 분식회계 논란으로 상장 3개월 만에 거래정지가 된 사건입니다.

거래 정지 후 2013년 10월 결국 상장폐지가 됐는데, 당시 투자자들은 2,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고, 금융위원회는 상장 주관사인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한화투자증권에 '부실 실사'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과징금 취소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금융위의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금융위의 결정을 뒤집은 거죠.

판결의 요지는 ‘기업이 작정하고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쓴 행위를 주관사가 찾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과징금을 부과하기에 부족하다’ 였는데요.

이 판결이 결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상장 주관사로부터 받는 배상액도 1심의 절반 수준으로 깎였습니다.

일반투자자들의 ‘일부 승소’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배상은 받지 못한 채 마무리 됐습니다.

‘고섬 사태’는 문제가 발생한 시점이 상장 직후라는 점, 이 문제로 주가가 급락해 피해가 컸다는 점 등 이번 인보사 사태와 비슷한 면이 많죠.

판결에서 엿볼 수 있듯이 기업이 작정하고 과실을 저질렀을 경우 이를 주관사 측이 잡아내기 어렵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앵커>
고섬사태는 거의 10년 전 일이어서 그 사이에 판결의 경향이 변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짚어볼 만한 최근 판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올해 2월 2심 결과가 나온 씨모텍 유상증자 사례가 가장 최근 판례인데요.

이 소송은 지난 2011년 씨모텍이 유상증자로 28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을 당시, 투자자들이 주관사인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이 증권신고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해 주가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입니다. 진에어 사례와 소송의 발단이 비슷하죠.

첫 1심 판결이 지난해 7월 나왔는데요. 법원은 “유상증자 후 씨모텍의 주가가 전적으로 증권신고서 등의 거짓기재로 인해 하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손해의 상당 부분은 최대주주 측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DB금융투자가 투자자들에게 14억 5,500만원 및 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했는데, 이는 주주들이 제기한 배상액의 10%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소액주주의 '일부 승소'이긴 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소액주주들이 주관사가 최소한 피해액의 70%를 배상해야 한다고 항소했는데, 재판부가 이 항소를 올해 2월 기각했습니다. 1심 판결이 유지된 거죠.

앞서 고섬사태에서는 배상액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씨모텍 소송은 그보다 더 적은 10%로 배상액을 제한한 겁니다.

사안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최근 사례에서도 법원이 주관사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주관사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 어떤 분석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그 배경은 '주관사의 자율성이 늘어난 만큼, 책임 범위도 넓어져야 한다'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2년 전 시작된 코스닥 활성화 정책 이후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와 사업모델 특례 도입, 외국기업의 기술특례상장 허용, 그리고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한도 확대를 앞두고 있죠.

쉽게 말해 증권사가 IPO 시장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 경로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주관사의 책임성도 높이는 조치도 취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에서 주관사가 상장예비기업의 재무제표를 검증하고 허위·누락 사항을 적발해야 할 책임 져야한다고 규정한 걸 꼽을 수 있고요.

또 인보사 사태로 한국거래소가 주관사의 외국기업 상장 주관 업무를 제한한 조치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관사는 당연히 '과도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고요.

특히 정작 기업의 상장을 심사하는 주체인 거래소도 더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번 기회에 주관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 지를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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