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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감사 대란·IB 경쟁 심화'가 부른 디에스티 유증 철회

허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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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코스닥 상장사가 유상증자 중 감사의견 '한정'을 받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 입장에서 날벼락을 맞은 셈인데요. 다행히 주관사 측이 투자자 보호 이슈를 제기해 유상증자가 철회되면서 투자자 피해까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 배경, 증권부 허윤영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간략하게 상황을 정리해주시죠.

기자>
코스닥 상장사 디에스티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공모청약을 시작한 건 지난 13일이었습니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주식 모집은 지난 14일 오후 4시에 마감됐는데, 2시간 여가 지난 오후 6시 28분 반기보고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고 공시했습니다.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맡은 셈입니다.

반기보고서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 곧바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주가 하락이 불가피합니다. 청약 마감 후 첫 거래일이었던 16일에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 주관을 맡은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투자자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4개월 동안 진행한 기업 실사에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는 걸 인지한 만큼 적어도 감사의견을 확인한 뒤 주식 청약을 실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실제 주관사가 발행회사를 분석한 ‘인수인의 의견’을 보면 긍정적 요인은 3개에 불과하지만 부정적 요인으로 제시한 건 12개에 달합니다. 감사의견 ‘한정’의 원인이 된 재고자산 관련 위험성도 언급됐습니다.

투자위험이 큰 기업이었다는 걸 주관사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금융감독원도 디에스티와 주관사 측에 감사의견을 확인한 뒤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결국 유상증자 자체를 철회했죠?


기자>
네 맞습니다.

디에스티는 장 마감 후 16일 오후 5시에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는데요.

디에스티 측은 “주관사 측에서 투자자 보호 이슈를 제기하여, 주관사와 협의 결과 금번 유상증자 진행이 불가하다고 판단되어 금번 유상증자를 철회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유상증자를 철회하면서 오늘(19일)부터 투자금 환불 절차가 진행될 예정인데요. 실제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앵커>
개별 기업의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보다는, 이런 상황이 일어난 배경을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자>
새로운 외부감사법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면서 회계법인들의 감사가 깐깐해졌다는 점이 핵심 이유로 꼽힙니다.

일명 신외감법이라고 하는데,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고 기업의 회계 책임을 강화하는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됐습니다.

올해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매각에 이르는 등 시장에 충격을 줬죠.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총 35곳 입니다.

지난해 23곳과 비교해서 52% 가량 늘어난 숫자입니다.

그 동안 회계감사가 시장에 영향을 주는 큰 변수가 아니었는데, 신외감법 시행 이후에는 비적정 의견이 크게 늘면서 투자자도, 기업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문제가 된 디에스티, 그리고 유상증자 주관사도 ‘한정’을 받을 줄은 몰랐다는 뜻인가요?

기자>
일단 주관사 측은 "디에스티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올 상반기 감사의견 한정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주관사 측이 이를 알고 청약을 진행했다고는 보고 있지 않는 상황이고요.

또 디에스티의 최대주주인 한강홀딩스가 빚을 내면서까지 유상증자에 초과 청약(120%)해 참여한 것을 보면 감사의견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앵커>
뿐만 아니라 기업금융 사업을 위한 증권사간 경쟁 심화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디에스티 유상증자 주관을 맡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IB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긴 하지만, 존재감이 그렇게 큰 증권사는 아닙니다.

공동주관사인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부동산금융에서는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으나, 기업금융 분야에서는 여타 대형사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게 사실이죠.

조그마한 코스닥 기업의 기업공개(IPO) 주관에도 대형 증권사들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디에스티는 다행이 유상증자를 철회하면서 투자자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실제 피해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비슷한 사례도 있는데요. 바로 ‘퓨전데이타’라는 코스닥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자본잠식률 50%이상,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요. 약 3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14일 유상증자를 마무리하죠.

그런데 이 회사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한지 2달 만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겁니다.

상당히 위험이 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유상증자에 이베스트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 주식 모집을 주선 해줬습니다. 증권사 1곳도 아니고 2곳이 참여한 거죠.

위험부담이 꽤 큰 기업인 만큼 수수료 수익이 꽤 크기 때문입니다. 퓨전데이타는 유상증자 모집주선수수료로 증권사에 총 4억원을 지불했는데요, 이는 비슷한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한 여타 기업들의 수수료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자금을 조달한 기업, 수수료 수익을 낸 증권사와 달리 투자자의 속은 타 들어가는 상황인거죠.

물론 증권업의 본질이 위험을 감수해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는 점,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도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사의 이 같은 적극적 사업은 투자자 보호가 같이 맞물릴 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죠. 기업금융 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만큼 이에 따른 증권사의 위험 관리 역량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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