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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넥슨-넷게임즈, 바른손E&A 데자뷰?

'V4' 흥행으로 명예회복 절실...모회사 넥슨 선택도 관심 모아
서정근 기자

넥슨의 개발 자회사 넷게임즈가 자본잠식 심화로 관리대상종목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넷게임즈는 '리니지2', '테라'를 만든 박용현 프로듀서가 설립한 개발사로, 법인 설립 후 '히트'를 흥행시키며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후속작 '오버히트'를 개발, 성공시킨 후 넥슨에 인수됐습니다. 언리얼 엔진 최신 버전을 잘 다루는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포진한 개발사로 꼽힙니다.

반기결산 기준 자본잠식률이 55%에 달했는데, 이 비율을 연말까지 50% 미만으로 낮추지 못하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됩니다.

'박용현 사단'의 명성치를 감안하면 의외의 일인데요,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의 매출은 예상보다 적고 손실은 보다 컸습니다. 지난해 연간매출 235억을 기록했으나 올해 반기 매출은 67억원에 그쳤습니다. 2017년 연간 손실 규모가 37억원 가량이었는데, 2018년엔 107억원으로 증가했고 2019년에는 상반기에만 138억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첫 히트작 '히트'는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고 '오버히트'도 기대했던 일본 시장에서 제대로 매출을 내지 못했습니다. 반면 개발자(반기 결산 기준 430여명)들이 많아 인건비 부담이 벌어들이는 매출을 압도, 자본잠식을 심화시켰습니다.

넥슨이 넷게임즈를 품기 위해 지불한 유무형의 비용은 상당합니다. 지분 취득에 투입한 금액만해도 1900억원에 육박합니다. 네오플을 제외하면 넥슨이 국내 시장에서 M&A에 투입한 비용 중 최다금액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넥슨 입장에서 넷게임즈는 반드시 살려야할 대마(大馬)인 셈입니다. 들어간 돈도 돈이지만, 코어 MMORPG 장르 개발력이 취약한 넥슨 입장에서 이 회사의 해당 장르 개발력이 절실합니다.

상장폐지를 면하려면 넥슨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거나, 신작 'V4'의 계약금을 두둑히 선지급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현재 넥슨의 상황상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것이 간단치는 않습니다.

넷게임즈가 개발, 넥슨이 서비스할 예정인 모바일 MMORPG 'V4'


넥슨과 넷게임즈는 지난 4월 중 'V4'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금액과 각종 부대조건을 공시하지 않아 관련 조건을 알긴 어렵습니다. 계약금 중 일부가 인식됐음에도 자본잠식 심화를 막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계약금을 통한 리스크 해소도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결국 넷게임즈의 'V4'가 연내 정식서비스를 진행, 돈 벌어 리스크를 극복하는게 가장 모양새 좋은 해결책입니다. 박용현 대표가 "11월 중 출시해 정면승부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으로 점쳐집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넥슨과 넷게임즈의 역학에서 과거 넥슨과 바른손이앤에이 간의 역학을 연상케 합니다. 2015년 당시 넷게임즈는 바른손이앤에이의 자회사였고, 바른손이앤에이는 자회사 넷게임즈가 만든 '히트'의 판권을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바른손이앤에이가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갈 때 였는데, 2015년에도 연간 손실을 확정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히트'는 그해 연말이 되어야 출시가 가능했구요.

바른손이앤에이는 '히트' 판권을 넥슨에 재판매했고, 넥슨은 계약금과 러닝 개런티(계약기간 중 매출 최소 보장금액)전액을 바른손이앤에이에 일시에 선지급, 상장폐지를 막아줬습니다.

이후 넥슨은 넷게임즈를 완전히 인수하기 위해 바른손이앤에이와 특수관계자들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바른손이앤에이의 PC MMORG '아스텔리아'의 서비스 계약을 맺어주는 등 지극정성을 다했습니다.

게임 개발력과 배급력, 기타 사업 역량 등에서 바른손이앤에이를 건실한 기업으로 보긴 어려웠습니다만, 품고 있는 넷게임즈는 '원석'과 같은 존재였고, 그 원석을 손에 넣기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했던 것이지요.

넷게임즈 인수 직후 '오버히트'의 일본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넥슨은 현지 마케팅에 상당한 금액을 책정했으나 성공치 못했습니다. 치솟던 넷게임즈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넥슨은 2중으로 손실을 봤습니다.

이때만 해도 넥슨 안팎에선 "괜찮아, 다음 번이 진짜야"라며 위안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합니다. 애초에 박용현 사단을 픽업해온 이유가 MMORPG 장르의 성과물을 원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넷게임즈로 인한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커져 넥슨은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하고, 2018년 연말 결산 결과 넥슨코리아가 적자전환하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김정주 회장이 넥슨 매각을 추진하다 철회한 후 '쇄신'이 화두로 부각되자, 넷게임즈도 '반드시' 한 건을 해줘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넷게임즈 자체가 관리종목대상이 되자, 모기업에 대한 '보은'과 자신들의 '생존'이 맞물리며 절박함이 더해진 것이지요.

가장 비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부실한 기업집단에서 빼내온 원석도 결과적으로 부실해 졌다는 평도 나올 수 있을 상황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진 넥슨 기업집단에서 넷게임즈가 차지하는 위상과 기대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트라하'를 출시하면서 마케팅 비용으로 150억원 가량을 지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4'에는 200억원 가량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증된 '선수'가 만든 것인만큼 아낌없이 쏟아부어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것이지요. 승부를 걸어볼 만한 타이틀이고, 틀리지 않은 판단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11월 출시를 강행할 경우 엔씨의 '리니지2M'이라는 최강의 적수가 함께 시장에 데뷔합니다. 박용현 대표는 엔씨에서 '리니지2'의 라이브 개발을 총괄하고, '리니지3' 신규 개발을 맡다 회사를 떠난 이력이 있습니다.

"MMORPG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는 만큼, 승부를 걸고 싶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히트'를 출시할 때도 넷마블의 '이데아'와, '오버히트'를 출시할 때도 넷마블의 '테라M'과 함께 경합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넥슨 입장에선 'V4'가 '리니지2M'과 정면승부를 펼치다 밀릴 경우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넥슨이 'V4'로 엔씨에 맞불을 놓을지, 한번 숨을 고를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넷게임즈가 'V4'로 자신들의 가치를 다시금 입증, 지금의 '부실'이 일시적인 것임을 입증하고 모회사에 '보은'할 수 있을지 눈길을 모읍니다. 'V4'의 성패가 국내 1위 게임기업집단 넥슨의 향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더욱 관심을 모으는 대목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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