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 현장+] 행동주의 펀드가 모두 '엘리엇'은 아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 경영권 침해로 이해해선 안돼
기업-주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식해야
조형근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메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은 올해 초 현대차에 주당 2만 1,967원의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기말배당금은 총 5조 8,000억원으로 배당성향은 387%에 달하며,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1조 6,450억원)을 3배 이상 웃도는 규모였다. 엣리엇의 무리한 요구에 투자자는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오해에 불을 지폈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경영권을 흔들고 높은 배당 등을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먹튀 투기자본'이라는 불신이 팽배해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행동주의 펀드가 '먹튀'라는 지적은 '일반화의 오류'를 담고 있다. 수익을 쫓다보니 간혹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대부분은 취약한 지배구조나 경영상황을 개선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 국내 의결권자문사 관계자는 "엘리엇도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지적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촉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무조건 기업을 '공격'한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경영권 침해'는 다르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업을 향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행동주의 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수 행동주의 펀드가 지난해부터 경영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한진칼 2대주주인 KCGI는 한진그룹에 ▲부채비율 감축 ▲감가상각비 정상화 ▲유휴자산 매각 등을 요구했고, KB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에 ▲SM-라이크 기획 합병 등을 제안했다. 지난 4일 머스트자산운용도 태영건설 지분을 15.22%로 늘리면서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일각에선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을 '경영권 도전'으로 인식한다.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간 지분 경쟁, 경영권 다툼 등 대결 구도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을 오너의 소유물로 인식한 데에 따른 오해다. 기업의 주인은 오너가 아닌 주주이기에,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은 주요 주주로서 기업에 '경영 관련 제안'을 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지배구조나 경영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우, 기업과의 경쟁 상대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기업과 펀드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수차례 밝혔듯 단순히 한진그룹의 지배권을 노리고 투자한 게 아니며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면 기업은 물론, 투자자와 한진그룹 총수 일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CGI도 당연히 수익을 추구한다"며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여 수익을 좇는 것이 KCGI의 수익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올해 행동주의를 가미한 가치투자 사모펀드 '사파이어 펀드'를 출시하며 '기업과 친화적인 행동주의 펀드'라고 밝힌 바 있다. 펀드가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의 가치를 끌어올리면 기업은 경영 효율화를 실현할 수 있고 펀드는 주주가치 개선으로 수익을 얻어 '윈-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제 첫 발을 뗀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해 기업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영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별개로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다. 에스엠은 KB자산운용의 요구사항을 전면 거부했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KCGI와의 만남 자체를 거절했다.

기업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경영권 침해'라고 보는 색안경을 벗지 않고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가 국내에 뿌리내리긴 어렵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결국 최선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지분이 아닌 경영 능력이다." 기업들도 이점을 명심하고 눈과 귀를 열어 변화된 태도를 보일 때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