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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구간 진입 코앞인데도 '독일 DLS' 버젓이 발행

첫 DLS 발행 다음날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마이너스(-) 전환
마지막 발행일에는 손실 구간과 불과 0.1%~0.2%포인트 차이
"상품 판매사·발행사 모두 리스크 관리 실패" 책임론 대두
허윤영 기자


전날(22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자영업 금융지원 간담회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DLS 사태는 금융회사가 수익창출을 위해서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사진=머니투데이방송(MTN)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한 독일 국채금리 파생결합펀드(DLF)의 기초자산인 해당 DLS(파생결합증권)가 발행 시점에 손실 구간 진입을 코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손실 가능성이 예정된 상품을 투자자에게 판매한 셈이어서 판매사인 은행 뿐만 아니라 해당 기초자산을 발행하고 이를 편입한 펀드를 만든 증권사와 운용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DLF는 3월부터 5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판매됐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판매 잔액(지난 7일 기준)은 1,266억원으로 우리은행 1,255억원, NH투자증권이 11억원 규모다. 현재 전액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DLF는 동일한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DLS)을 여러 개 묶어 펀드로 조성한 상품이다. 보통 증권사가 기초자산(DLS)을 발행하면 운용사가 이를 펀드(DLF)에 담고, 은행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DLF의 기초가 되는 DLS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파생상품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 첫 DLS 발행 바로 다음날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마이너스(-) 전환

문제가 된 DLF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DLS는 3월~5월 사이에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 각각 8회, 9회 발행했다. 첫 발행은 지난 3월 21일(NH투자증권), 마지막 발행은 지난 5월 17일(IBK투자증권)에 이뤄졌다. DLS가 발행됐다는 건 펀드로 만들어져 고객들에게 판매됐다는 뜻이다.

해당 DLF는 만기 시점에 독일국채 10년물 채권 금리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수익을 지급하고 반대로 해당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는 구조다. 손실 조건은 판매시점마다 다른데 마이너스(-)0.2%에서 -0.3%선에서 손실 구간(낙인 베리어)이 설정됐다. 일단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금리 하락폭에 비례해 손실이 커지고, 금리가 -0.4%를 밑돌면 원금을 모두 잃는다.

문제는 이 DLF를 판매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조짐을 보였다는 점이다.

당장 첫 DLS 발행(3월 21일) 다음날 금리가 -0.012%로 돌아섰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글로벌 경기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과 일본, 스위스 등의 국가들이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발행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IBK투자증권이 DLS를 마지막으로 발행했던 5월 17일 독일국채 10년물 금리는 -0.103%까지 떨어졌다. 원금 손실 구간 진입 0.1%~0.2%포인트를 남겨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증권사의 상품 발행과 은행의 판매가 이뤄진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JP모건을 비롯한 글로벌 IB가 하반기부터 금리 반등을 예상하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상품 판매를 결정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전망이 빗나가게 돼 판단을 잘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 사진=인베스팅닷컴


◇ "판매사·발행사 모두 리스크 관리 실패한 사례"

DLS를 발행한 증권사는 사모형태로 판매된 상품인 만큼 투자자 또는 판매사가 요청하면 이를 발행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항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사 고객들에게 판) 공모 상품도 아니고 사모형태인데 이미 판매사와 협의가 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을 (증권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발행 중단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발행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는 “DLF는 보통 펀드 운용사 측에서 먼저 판매 제안이 오고 투자 수요가 있으니까 지속적으로 운용사 및 증권사와 협의해 상품을 발행했을 것”이라며 “증권사 역시 헷지(위험회피) 등을 위한 상품 발행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DLS를 발행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당 DLS를 들여온 증권사 및 운용사나 이를 판매한 은행 모두 위험(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그 손해를 고스란히 일반투자자들이 감내하게 된 상황인 만큼 발행사와 판매사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생상품은 일종의 ‘제로섬’ 성격의 상품이다. 누군가 큰 손실을 보면 반대 포지션에 베팅한 주체는 수익을 보는 구조다. 이번에 문제가 DLS를 예로 들면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0.2% 아래로 떨어지는 것에 베팅해 수익을 본 투자자가 있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해당 DLS를 설계했던 JP모건 등 외국계 IB가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외국계 IB가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하락에 베팅한 DLS를 발행해 판매했고, 이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에게 반대 포지션의 DLS를 추천해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필이면 이 상품이 국내 기관이 아닌 개인들에게 판매돼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 불완전 판매로 문제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파생상품의 판매뿐만 아니라 발행 단계에서부터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 역시 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과정을 조사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해당 DLS를 들여오게 된 경위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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