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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순기능은 외면…'그림자금융' 누명 쓴 부동산 PF

허윤영 기자

지난 5일 정부가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단기 급증한 PF에 대한 관리 차원이다. 자기자본만큼만 PF 대출(채무보증)을 하라는 총량 규제와 순자본비율(NCR)을 계산할 때 PF의 위험도를 지금보다 더 많이 반영하라는 건전성 규제가 골자다. 증권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는 불만이 크다. PF의 순기능을 간과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부동산 담도대출로 도매금 취급한 획일적 규제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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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금융당국이 몇 년 새 급격히 불어난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옥죄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금융을 ‘그림자 금융’으로 규정하고, 이번 달 초 높은 수준의 규제안을 발표했는데요. 증권업계에선 PF의 순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허윤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얼마 전 뉴스후를 통해서 관련 규제에 대해 전해드렸는데, 규제 내용 한번 더 정리해주시죠.

기자) 증권사가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 입니다.

부동산 펀드 등 금융상품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부동산 개발 자금을 대출해주고, 추후 분양이 완료되면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규제안은 부동산 PF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부동산 개발 시행사는 부동산 PF 대출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때 증권사가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채무보증을 서고, 개발이 완료된 뒤 들어오는 분양대금 등으로 수수료 수익을 냅니다.

이번 규제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제한, 즉 총량규제를 도입하고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계산할 때 부동산 PF 사업 위험도를 더 반영하는 게 골자입니다.

앵커2) 상당히 수위가 센 규제방향을 밝힌 건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당장 내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증권사 일선에선 채무보증의 범위가 불분명해 혼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먼저 당국이 말한 ‘채무보증’이라는 게 법이나 규정에서 확실히 정해져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채무보증은 외부기관의 신용보강 유무를 기준으로 매입확약과 매입보장으로 나뉘고 PF 대출도 선순위, 후순위인지에 따라 위험도가 다릅니다.

또 기존 대출, 채무보증 잔액까지 소급해 규제에 포함하는지, 신규사업만 해당하는지 범위도 불분명해 쉽사리 부동산 PF 사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죠.

부동산 자산도 아파트, 상업용 시설부터 재개발 사업, 사회간접자본(SOC)까지 다양한데 어떤 자산의 채무보증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내년 2분기 규제 도입이 예정돼 있는데, 그 전까지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규제완화안을 꾸준히 건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앵커3) 증권가에선 자기자본의 확대, 즉 투자 여력도 함께 증가한 걸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죠?

기자)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안을 도입한 배경으로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액이 급격히 늘어 부실화될 경우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즉 채무보증액이 정말 걱정할 정도로 급격히 늘었는지, 늘었다면 현재 수준을 과도하다고 볼 수 있는 지에서 당국과 업계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증권사 부동산 PF 채무보증액은 2013년 말 10.6조원에서 올 6월말 26.2조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과거 부동산 PF 사업은 은행권 주도로 진행됐는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확 꺾이면서 은행권이 홍역을 치렀죠. 이 때문에 당국이 은행의 부동산 PF에 빗장을 걸었는데요.

증권사가 이 자리를 꿰찼습니다. 증권사는 PF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고유 업무를 활용한 수완을 발휘해 PF 사업을 빠르게 늘려갔고, 금융당국은 현재 채무보증 규모가 과도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정부가 초대형 IB 육성방안을 발표한 뒤, 자기자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투자 여력이 함께 늘어난 걸 감안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증권사 34곳의 자기자본은 2015년 말 37조원에서 올 6월말 55조원으로 약 48% 증가했습니다. 2016년 초대형 IB 육성 방안이 발표된 뒤 더 빠르게 늘기 시작했는데요.

같은 기간(2015년 말~2019년 6월) 부동산 PF 채무보증 증가율 59%와 비슷하게 늘어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자본확충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난 건 맞지만, 증권업계는 몸집을 불려 투자여력이 늘어난 만큼 부동산 PF사업이 함께 늘어난 것이지, 자기자본이 감당 안 될 정도로 채무보증액이 늘어난 건 아니라는 반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앵커4) 총량규제를 도입하다보니 오히려 ‘풍선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고요?

기자) 이번 규제는 중소형사보다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 끼치는 영향이 더욱 큽니다.

건전성 지표인 NCR을 계산할 때 18%만 반영되던 PF 대출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전액 차감해야 하는데요.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규제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의 NCR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오히려 PF 익스포져를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즉, 대형사의 익스포져가 중소형사로 고스란히 이동할 수 있다는 거죠.

또 NCR 관리를 위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쓸 필요성이 커진 대형증권사는 같은 금액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보다 높은 위험수준의 부동산 PF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인데, 이럴 경우 건전성을 확보하자는 규제 취지와 반대로 부동산 PF 사업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5) 증권가에선 부동산 PF의 순기능도 만만치 않다고 맞섭니다. 구체적인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될 예정인 여의도 파크원이 대표적입니다. 높이 333m, 총사업비만 2조 6,000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개발사업이죠.

지금은 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돼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여의도 파크원은 2010년 땅 주인이었던 통일교재단과 시행사와의 법정 분쟁으로 수년 동안 공사가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법적 분쟁으로 투자자가 떠나버렸고, 개발 자금이 끊기면서 공사가 중단돼 ‘여의도 흉물’이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토지주-시행사간 법정 분쟁으로 공사가 중단돼 여의도 '흉물'로 취급 받던 파크원은 NH투자증권이
부동산 PF 주관사로 나서면서 '노른자' 사업장으로 변신했다. / 사진=여의도 파크원 조감도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건 2014년 인데요. NH투자증권이 파크원의 PF 주관사를 맡기 시작하면서입니다.

NH투자증권은 총 사업비 2조 6000억원 중 시행사가 선투입한 5000억원을 제외한 2조 1000억원 규모의 PF를 일으키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4,150억원에 달하는 자체 자금을 투입하고 신용보강 조건을 걸자 30여개의 금융회사가 자금을 대기로 결정한 거죠.

단순히 자금 조달에 물꼬를 튼 것뿐만 아니라, 설계변경을 거쳐 대형 백화점까지 유치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면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임차인과 임대료 조건을 협상하는 등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흉물 취급을 받던 개발 사업에 국내 대표 증권사가 나선 결과, 사업 재개가 불투명하던 프로젝트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겁니다.

즉 부동산 PF는 단순한 대출이 아니라, 자금조달부터 사업성과 수익성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증권사의 역량을 녹일 수 있는 사업인거죠.

이런 순기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부동산 PF를 '그림자 금융'으로 규정하고 단편적으로 보이는 총량규제를 도입한 건 공감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 불만의 핵심입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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