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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임원인사가 '남매의 난' 촉발했다…한진 경영권 향배 어떻게?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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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상속을 마무리한 뒤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보였던 한진가(家)의 남매 간 불화가 수면 위로 본격 드러났습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독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면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기까지 무엇이 결정타였는지,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배는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산업부 김주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질문1)
김 기자, 조현아 전 부사장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새입니다. 조 전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회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기까지 결정타가 무엇이었는지 먼저 설명해 주시죠.


답변1)
조 전 부사장이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낸 입장 자료를 보면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난 건지 드러납니다.

크게 두 가지 쟁점이 있는데요.

조 전 부사장은 우선 조 회장이 가족 간 공동경영을 하라는 선대 회장의 유지를 어기고 독단 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을 했고요.

자신의 복귀에 대해 어떤 합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즉 다른 주주들과 연대 가능성을 밝히며 조 회장에게 강한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조 회장을 압박한데는 무엇보다 자신의 경영 복귀가 불발된데 대해 불만을 품었다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당초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연말 임원인사를 계기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임원 인사 명단에 조 전 부사장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전까지 그룹 경영에 적극 참여했지만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5년 가까이 경영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4월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했고, 동생인 조 회장이 그룹 회장 직에 올랐습니다.

막내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도 6월 복귀했고,자신도 재판이 끝나는대로 복귀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진그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는 조 전 부사장 뿐 아니라 조 전 부사장의 측근 임원들도 대부분 배제됐다"며 "임원 인사가 조 전 부사장이 폭발하는데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문2)
조 회장이 최근 항공 외 호텔, 레저 등 다른 사업들에 대해 구조조정 의지를 보인 점도 조 전 부사장을 자극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요.


답변2)
조 회장은 지난 달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조 회장은 "항공산업에 주력하겠다"며 "이익이 안 나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한진그룹 내 이익이 안나는 대표적 사업으로는 호텔, 레저 사업이 있는데 이 사업들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 활동 당시 관심을 가진 분야입니다.

조 전 부사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그룹 호텔사업을 담당했고, 레저 기업 요트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도 맡았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를 한다면 호텔 레저사업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이 같은 사업 영역을 정리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조 전 부사장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됩니다.

조 회장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묻는 질문에 "둘 다(본인과 조 전 부사장) 지금 그런 생각은 안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조 전 부사장으로서는 조 회장과 가뜩이나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는데, 언론을 상대로 자신의 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호텔 ㆍ레저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격노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질문3)
말씀하신대로 경영 복귀 지연, 호텔 ㆍ레저사업 구조조정 가능성에 따른 자극 등으로 조 전 부사장이 폭발했다는 시각이 우세한데요. 폭발했으니 이제부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이렇게 봐야 하는 것인가요?


답변3)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동생과 본격적으로 싸우려고 한다기보다는 1차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칼호텔네트워크 등으로 일단 경영에 복귀한 뒤, 이후 적극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공개적으로 입장 자료를 낸 시점도 주목되는데요.

조 전 부사장은 20일 '명품 밀수' 등의 혐의에 대한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습니다.

앞서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한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 이어 자신을 둘러싼 2가지 재판이 모두 마무리 수순에 이른 겁니다.

그동안은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미루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가 2심 선고가 난 직후 동생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 회장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되는데요. 한진그룹은 어제 입장문을 내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요한 시기에 이번 논란으로 경영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질문4)
1차적으로 경고였다고 해도 조 회장 측이 조 전 사장의 경영 복귀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분쟁이 장기화 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렇게 되면 한진가가 경영권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고요.


답변4)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분쟁이 장기화하면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한진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 입니다.

조 회장이 6.52%를, 조 전 부사장이 6.49%를 각각 갖고 있고요. 조 전무는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KCGI가 지분율 17.29%, 델타항공 10%, 반도건설 6.28% 등 입니다.

4명의 총수 일가가 똘똘 뭉치면 경영권 유지에 문제가 없지만 한 명이라도 독자 노선을 타면 셈법이 복잡해집니다.

특수관계인 지분 중 조 전 부사장이 빠지면 지분율은 22%대로 하락합니다.

조 전 부사장은 삼남매 중 어머니와 가장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고문까지 이탈하게 되면 17%까지 하락하는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질문5)
조 전 부사장은 다른 주주와의 연대 가능성도 밝히지 않았습니까.
만약 KCGI 등 반대세력과 연대하게 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지겠군요. 한진가의 경영권 향배와 관련해 내년 3월 주총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요.


답변5)
재계는 내년 3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가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3일 종료되는데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두고 주총에서 KCGI와 표대결이 예상됩니다.

즉, 조 회장이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재선임 여부가 결정되는 셈인데요.

조 회장이 델타항공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더라도 누나와 어머니, 동생이 KCGI 등 다른 주주와 연대하면 경영권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KCGI는 23일 지분을 기존 15.98%에서 17.29%로 늘렸다고 공시해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는데요.

조 전 부사장(6.49%)이 이 고문(어머니)과 조 전무(막내동생)의 도움을 받지 않고 KCGI(17.29%)하고만 손잡는다 해도 한진그룹 우호지분을 넘어섭니다. (한진그룹이 델타항공 등 우호지분을 추가 확보하지 않는다는 전제)

다만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과연 KCGI와 연대하겠느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머니투데이방송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여러 주주들과 대화를 해 보겠다는 취지"라면서도 직접적으로 KCGI를 거론하지는 않았습니다.

KCGI 역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내기 보다는 관망하는 분위기입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딱히 코멘트할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연대해 봐야 경영권은 월등히 많은 지분을 가진 KCGI에 넘어가 실익이 없다"며 "호텔 사업에 의지를 갖고 있는 조 전 부사장과 달리 KCGI는 한진그룹의 호텔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등 양측이 지향하는 바 역시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한진그룹은 2002년 고 조중훈 창업주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승계과정에서 형제의 난을 치렀는데요. 나름 우애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진 한진가 삼남매도 결국 승계 이슈로 남매의 난 위기에 처했습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갈등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로 일단락될지, 아니면 분쟁이 장기화해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70여년만에 외부로 넘어갈지 주목됩니다. 김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김주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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