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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난 황창규 키즈 아니다"...구현모 KT 사장 앞길은 평탄할까

'결과적'으로 좋은 선례 남겨...'리스크' 우려도 남아

서정근 기자2019/12/29 18:10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KT 신임 CEO에 구현모 사장이 내정됐습니다.


9명의 사장 후보 중 임헌문 전 KT 사장과 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이 보다 더 부각되어 온 점, 권력층에서 "황창규 키즈는 안된다"는 비토기류가 명확했고 사장 선출 키를 쥐고 있던 사외이사들도 이를 의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 나옵니다.


심사 과정에서 구현모 사장은 "나는 황창규 키즈가 아니라 30여년간 KT에 몸담아온 KT맨"이라고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주효했다는 평입니다.

구현모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구현모 사장의 능력이 충분하고, CEO 선출과정이 형식적으론 이전보다 투명해지고 정권의 개입도 없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구현모 사장이 황창규 회장과 함께 검찰수사 선상에 오른 점, 권력층의 '비토기류'를 감안하면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우려도 공존합니다.


◆ CEO 후보 선출 키 쥐고 있던 사외이사진...구성 면면은?


KT CEO 인선은 사외이사 4인(▲김대유 ▲김종구 ▲장석권 ▲이강철)과 사내이사1인(김인회)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가 추린 후보 9인을 사외이사 8명 전원(▲김대유 ▲김종구 ▲장석권 ▲이강철 ▲성태윤 ▲유희열 ▲이계민 ▲임일)과 사내이사 1인(김인회)으로 구성된 KT 회장후보 심사 위원회에서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심사 결과 구현모 사장을 이사회에 추천했고 이사회가 이를 추인,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CEO 선임키로 했습니다. 이사회 멤버 구성은 회장 후보 심사위원회 멤버 전원에 황창규 회장과 이동면 사내이사를 더한 것입니다. 후보 심사위원회의 추천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당연한 구조입니다.

황 회장이 "3선은 하지 않겠다. 공정하고 투명한 후임자 선출 결정 구조를 만들고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후 위와 같은 선임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황 회장이 약속을 지키고 권력층의 '외압'이 없을 경우 사외이사들이 선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키를 잡게 됩니다.


사외이사 8인 모두 황창규 회장 취임 후 KT에 몸담은 이들입니다. 이중 이강철 이사(전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와 김대유 이사(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는 황 회장이 직접 사외이사로 영입한 이들입니다.


이강철 이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인물이고 김대유 이사도 참여정부에서 중책을 맡았습니다. 이때문에 두 사람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당시 '황 회장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임된 방탄이사단'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KT CEO 인선에 적극개입 하지 않는다면, 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구조인 셈입니다.


◆ CEO 후보 9룡....'황심'은 반(反) 임헌문?


9명의 후보자 중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전현직 KT 출신 인사들이었습니다.

이번 인선 과정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황 회장은 9명의 후보 중 임헌문 전 사장만 아니면 무관하다는 스탠스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임헌문 전 사장은 KT에서 26년간 재직했다 떠난 후 충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황 회장이 취임하자 KT로 복귀한 인사입니다. 황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혔으나 횡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헌문 전 사장이 맡고 있던 매스총괄 조직 편제를 해체하자 다시 떠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황 회장과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진 임 전 사장이 후임 CEO가 되는 상황을 반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황 회장 입장에선 구현모 사장, 이동면 사장, 박윤영 부사장 등 자신과 임기를 함께 해온 KT 현직 인사들이 보다 더 '믿음'이 가는 후임자 그룹이었을 것입니다.


이 여권 인사는 "황 회장은 선임 과정에서 전 정권의 의지가 명확히 반영된 인사였으나 우리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 일체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도, 정부 여당도 이번 인선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특정 인사를 미는 방식의 개입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집권층을 둘러싼 여러 '복잡한' 상황을 감안하면 민간기업의 CEO 인선에 개입했다 자칫 역풍을 살 수 있는 '무리수'를 두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실제 인선 결과가 그러하듯 외부 입김이 없었고, KT 전현직 출신들간의 경합끝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 "나는 KT 맨이다"...구현모의 의지, 평가단의 마음 잡았다


또 다른 여권 인사는 "CEO 리스크로 인해 KT의 어려움이 컸던만큼 '황창규 키즈'로 읽히는 사람이 CEO로 인선되선 안된다는 인식을 사외이사들도 가졌던 것으로 안다"며 "KT맨들 중 황 회장의 사람이라고 인식되지 않는 임헌문 전 사장, 정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외부인사인 노준형 전 장관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인사는 "사석에서 접해본 구 사장은 후임 CEO 인선 논의가 구체화되기 이전이었던 지난해부터 'KT는 KT에서 오래 경력을 쌓은 능력있는 사람들이 경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견해를 강력하게 피력했다"며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후보경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불리한 판세를 개인기로 뒤엎었다는 점이 놀랍다"고 전했습니다.


구현모 사장은 "나는 특정인의 측근이 아니라, KT에서 30여년 간 일해온 KT맨"이라고 강력히 어필했고,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조직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미래 비전을 잘 제시했다는 후문입니다.

그 결과 심사 과정에서 '황창규의 아바타'가 아닌 'KT맨'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입니다.


◆ '승리자' 구현모, 앞길 평탄할까


CEO 선출 과정에서 승리자가 된 구현모 사장의 주장은 일견 타당한 점이 있다는 평입니다. KT에 재직한지 30여년이 된 구 사장이 최고 레벨 임원그룹으로 부상해 있을 때 황창규 회장이 취임했고, 황 회장 체제에서 중용됐다는 이유로 '비토' 되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현모 사장이 황창규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점, 황 회장과 함께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점은 '리스크'라는 평입니다.


KT는 신임 CEO를 기존 '대표이사 회장'이 아닌 '대표이사 사장'으로 직급을 하향조정하고 급여 등의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과실이 밝혀질 경우 이사회가 신임 CEO에게 사임을 요청하고 CEO는 이를 받아들이게끔 했습니다.


KT 회장이라는 자리가 가졌던 '무게감'을 일정 부분 내려놓고 몸을 낮추게 한 셈인데, 이같은 변화는 구현모 사장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여권 일각에선 "황 회장이 후임자 인선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쾌한 기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KT 새노조는 이번 CEO 인선을 두고 "절차적으로 다소 진일보했으나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 후계자를 선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다"며 "과거와 달리 정치권의 외풍이 별로 없는 상황이 오히려 적폐 경영의 후계구도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새노조는 "구현모 사장 내정자가 우리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경영변신의 노력을 해달라"고 요구해, 적극적인 비토 의사를 표하지는 않았습니다.


황 회장 체제 중 KT는 CEO 리스크로 '홍역'을 치뤘습니다. 권력층으로부터 '적폐'로 몰린 황 회장이 연임 임기를 '완주'한 것 자체가 비상한 인내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평입니다. 황 회장 개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임기완주 자체가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선례를 낳았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이변이 없으면 신임 CEO로 선출될 구현모 사장은 검찰수사가 지속될 경우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 '황창규 키즈'가 아님을 입증해야 할 상황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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