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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13분 만에 끝난 현대차 신년회…실질만 챙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신년 메시지 "미래 모빌리티 원년 만들겠다"
권순우 기자



“지금 제 복장을 보며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장에 넥타이를 보고서요. 제가 이후에 대한상의 신년회가 있어서 넥타이를 맸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목적대로 입으시면 되고, 저는 저의 목적대로 입겠습니다. 아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정장 차림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가벼운 농담으로 2020년 첫 근무일,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혹시라도 직원들이 자신의 복장을 보며 복장 자율화가 퇴색되는 것을 우려할까봐 던진 농담입니다.

“저는 어제 신년을 맞아 아침에도 떡국, 점심에도 떡국을 먹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오늘 점심 떡국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 시무식은 임원들은 단상에, 직원들은 연단 아래 앉아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 사가 제창, 신년사, 임직원 포상 등 시무식의 정석대로 진행이 됐었습니다.

지난해 임원들이 앉던 연단을 없애더니 올해는 신년사 외에 모든 형식을 없앴습니다. 총수가 대본에 없는 말, ‘애드립’을 한 것 자체도 보수적인 현대차그룹 문화에서는 파격이었습니다.

현대차그룹 시무식은 13분만에 끝났다

오전 8시에 시작된 현대차그룹의 시무식은 13분 만에 끝났습니다. 너무 빨리 끝나자 직원들이 오히려 당황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실질은 챙기되 형식은 과감하게 파괴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아예 방송으로만 할 수도 있었지만 직원들과 눈을 마주보며 1년을 시작한다는 신년회의 본질적인 의미는 지켜가면서 형식적인 절차를 생략했다"며 “레거시를 지켜가되 실질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던진 화두는 ‘실행’입니다.

지난해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취임 한 첫 해로 ‘비전’을 제시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토대를 갖추는 작업들을 많이 했습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앱티브와의 합작, 그랩-올라 등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에 대한 전략적 투자,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대량 생산 체계 구축, 도심형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부 신설 등은 미래 비전을 수행하기 위해 밑작업입니다.

올해 신년회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하고,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올해부터 연료전지 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합니다.

자율주행 분야는 2023년 상용화 개발을 추진하며 모빌리티 분야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에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실행합니다.

미래 성장을 위해 총 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습니다.

실행의 주체는 사람입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이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로 도전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HPO(현대차그룹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창립 10주년 기념 공연에 참석했던 일화를 이야기 했습니다. HPO는 2009년 시작된 현대차그룹의 클래식 연주 동호회로 직원들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행사에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해 공연을 관람하고 직원들과 뒷풀이도 함께 했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여러분은 지휘자이자 연주자 역할을 하며 박자를 맞추고 조화를 이루고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냈습니다. 업무에 있어서도 스스로 지휘자이자 연주자가 되어 원하는 바를 이뤄주십시요. 저 역시 지휘자이자 연주자로 역할을 하겠습니다."

올해도 자동차 시장 전망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밝지 않습니다. 경제성장률은 둔화되는데 자동차의 공급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어디로 흘러갈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은 지속돼야 합니다.

모두가 지휘자가 돼야 한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당부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특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전 구성원이 스스로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만들어가야 할 미래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복장 자율화, 근로시간 유연화, 공용 사무실 등 다양한 파격을 시행했습니다. 임직원들의 직급 체계를 파괴하고 글로벌 권역별 책임 경영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같은 형식의 변화는 결국 실질의 변화를 위한 과정입니다. 올해가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이 될지는 결국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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