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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던파·배그 흥행신화부터 글룹스 '깡통매각'까지...'게임 빅5' 명암 가른 M&A

서정근 기자2020/01/19 14:49

넥슨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도쿄와 한국 거래소 공시를 통해 넥슨 일본법인의 글룹스 매각, 넥슨코리아를 통한 넥슨레드 인수를 각각 알렸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수천억원이 투입된 손자회사 넥슨레드를 넥슨코리아가 자회사 넥슨지티로부터 단돈 1억원에 인수했고, 넥슨 일본법인이 5000억원을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한 글룹스는 고작 1엔에 팔리는 '깡통매각'이었습니다.

이어 3일이 지난 지난달 27일 저녁,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확정했습니다. 넷마블 매출에 웅진코웨이 매출을 합산하면 5조원에 육박합니다. 최근 넷마블 게임사업 성과가 다소 주춤하는 가운데 터져나온 '방준혁의 역습'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3일후인 지난달 30일, 텐센트는 넥슨코리아의 자회사 네오플이 만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내 사전예약을 시작했습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사전예약 시작 후 3일만에 사전예약자 1000만명을 유치했습니다. 넥슨의 네오플 인수는 국내 인터넷 기업 M&A 중 가장 성공한 M&A로 꼽힙니다.

메이저 게임사 중 과거 M&A를 가장 잘했던 넥슨, 최근 가장 잘하고 있는 넷마블이 지난해 연말부터 3일 간격으로 쏟아낸 소식들은 M&A가 게임산업 지평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케 합니다.

M&A를 통해 성과를 '전혀' 내지 못던 엔씨, 펍지 인수를 통해 신데렐라가 된 크래프톤, M&A를 통해 기업체질을 대폭 바꾼 NHN까지 포함해, 게임 빅5가 M&A를 매개로 얽히며 만들어낸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 '포식자' 넥슨, M&A 통해 사세 '무한확장'

넥슨이 업계 '원탑'이 되기까지 M&A의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넥슨을 떠난 직원들이 설립한 위젯을 인수, '메이플 스토리'를 품에 안았고 2008년에는 연매출 500억원 남짓하던 네오플을 기업가치 4000억원으로 산정해 인수했습니다. 이후 게임하이, 엔도어즈, 조이시티, 띵소프트, 글룹스, 불리언게임즈, 넷게임즈 등도 품에 안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도 치열했고, 때론 경쟁사들을 곤경에 빠뜨렸습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NHN이 네오플의 1대주주 자리를 계속 지켰다면 NHN이 네이버와 NHN엔터로 분할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분할이 된다 해도, NHN엔터의 후신인 NHN은 지금과 전혀 다른 기업이 되었을 것입니다.

'서든어택' 판권을 보유했던 넷마블은 게임하이가 넥슨에 넘어가자 경쟁력을 상실했고, 이후 방준혁 의장과 넷마블은 '생존'을 위해 모바일 게임 시장 선제 개척에 나서야 했습니다.

◆ M&A와 궁합 안 맞는 엔씨

반면 김택진 대표와 엔씨는 M&A와 '궁합' 자체가 맞지 않았습니다. 2002년 판타그램을 인수해 유망신작 '샤이닝로어'를 품에 안는 듯 했으나 '샤이닝로어'가 엔씨 사내 허들을 넘지 못했고, 판타그램 인수도 백지화 됐습니다.

"'리니지2'의 경쟁작을 제거하기 위해 헐값에 판타그램을 인수, '샤이닝로어'를 사장시켰다"는 오해가 한동안 엔씨를 따라다녔습니다.

이후 엔씨가 국내에서 대형 M&A를 재개하는데 1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2012년에 SK텔레콤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1086억원에 인수했는데, 엔트리브가 이후 부실화하며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창업 이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김택진 대표

엔씨가 북미에서 집행한 대규모 M&A도 아레나넷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넥스트플레이, 핫독스튜디오, 크레이지다이아몬드, 제페토 등 국내 중견 업체 인수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같은 실패는 'MMORPG만 잘하는' 엔씨의 팀컬러와 김택진 대표의 리더십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입니다. 어중간한 RPG장르 개발사는 엔씨의 허들을 넘기 어렵고, 기타 캐주얼 장르 게임 들은 김택진 대표와 엔씨의 노하우로 리딩이 어려웠던 것이죠.

◆ '김택진의 철옹성' 엔씨와 '포식자' 넥슨의 불편한 동거

넥슨이 엔씨의 1대주주가 된 후의 '여러 불편함'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양사가 손잡은 후 결합 시너지가 나지 않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법한 일을 억지로 찾아 만들어야 했습니다.

넥슨의 '마비노기2', '메이플스토리2' 개발팀을 삼성동 엔씨 사옥에 입주시키고, 김택진 대표가 넥슨 프로젝트의 심사에 참여하게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김택진 대표의 '자문역' 활동은 최근 허민 위메프 사장이 넥슨 개발 프로젝트 리뷰에 참여한 것만큼이나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시너지가 나지 않고 엔씨 주가가 하락하자, 넥슨은 엔씨의 경영에 개입하겠다고 나섰고 엔씨가 극렬히 반발해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됐습니다.

결국 양사가 결별했는데, 이는 M&A에 관한한 넥슨의 공격적인 성향과 엔씨의 중앙집중형 조직문화가 맞닿으며 파열음을 낸 사례로 꼽힙니다.

양측의 갈등을 틈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개입, 넥슨의 엔씨 경영참여를 막고 넷마블-엔씨간의 IP 제휴가 성사됐습니다.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사업이 엔씨 IP를 빌려 날개를 달았고, 엔씨도 뒤늦게 모바일게임 사업에 각성하며 시장 장악에 성공합니다.

넥슨의 개입이 의도치 않게 넷마블-엔씨를 각성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넥슨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넷마블 입장에선 '서든어택' 판권 상실로 입었던 어려움을 되같아 준 셈이지요.

◆ "내가 진짜 M&A 달인"...방준혁 의장의 승부수

흔히 김정주 창업자와 넥슨을 M&A의 달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은데, 방준혁 의장과 넷마블 사단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M&A 과정에서 승부사의 면모를 보여줬던 방준혁 의장


가능성은 있으나 개발 과정에서 자금이 소진된 유망개발사들에게 유상증자를 단행,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애니파크, 시드나인게임즈, 에스티플레이, 체리벅스 등을 품에 안았습니다. 넥서스게임즈 인수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이 개발사들이 만든 '몬스터 길들이기', '레이븐', '세븐나이츠' 등의 수명주기가 하향세를 타자 북미 게임사 카밤을 9000억원에 인수해 돌파구를 열었습니다.

◆ '의외성'으로 더욱 극적이었던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의 지노게임즈(펍지의 전신) 인수도 드라마틱한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2015년 지노게임즈 인수 당시만 해도 MMORPG 장르 개발력 확보에 중점을 뒀는데, 지노게임즈의 주력 게임들이 모두 실패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배틀로얄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 졌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렸던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한국 인터넷기업 사상 손꼽히는 혁신기업으로 조명받았습니다. 양사간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이뤄진 딜이기에, 현금이 오가지도 않고 이뤄진 M&A였음을 감안하면 '가성비' 측면에서 더욱 탁월한 딜이었던 셈입니다.

◆ M&A 베팅과 성과 따라 엇갈릴 경영진들의 명암

앞서 언급했던 넥슨의 넥슨레드 인수, 글룹스 매각은 인수 당시 화제를 샀던 넥슨의 M&A중 상당수가 시간이 지나며 실패작으로 귀결됐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에 더해 자체 개발과 외부 배급에서 성과가 더디자 김정주 회장이 넥슨의 매각을 추진했던 것이지요.

성장동력이 고갈되어 갈 때마다 M&A로 물꼬를 튼 넷마블은 넥슨 인수도 추진하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1위 업체 창업자의 마음이 흔들리자, 2위권 업체가 1위 업체마저 사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방준혁 의장은 넥슨 인수에 실패하자 '탈(脫) 게임'을 선언하며 웅진코웨이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빅5 게임사들을 이끄는 최고위 경영진들의 행보도 M&A와 연계해 눈여겨 볼 만합니다.

매각을 전후해 이뤄진 경영진 쇄신 와중에서 살아남은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회장은 패트릭 쇠더룬드가 설립한 엠바크 스튜디오를 인수하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EA에서 '배틀필드' 시리즈를 만든 '명성치'가 있다고는 하나, 설립 초기 스타트업에 수천억원을 꽂아주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넥슨 그룹 2인자 오웬 마호니. 엠바크 스튜디오 인수로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 법인을 총괄하는 이정헌 대표는 넷게임즈 인수에 베팅했고, 'V4'가 흥행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양상입니다.

넷마블에 합류한지 15년만에 대표가 된 이승원 신임 대표는 앞서 카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헌하며 방준혁 의장의 신뢰를 쌓은 케이스입니다. 굵직한 M&A 성사를 기대하고 영입됐으나 성과를 못 내고 자진사퇴했던 박성훈 전 대표의 행보와 대조적입니다.

넷마블의 전략사업을 총괄하던 서장원 부사장은 코웨이 인수 성사에 공헌, 코웨이 TFT장을 맡았습니다. 그간 코웨이는 이해선-안지용 각자대표 체제였는데, 최근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해선 대표의 뒤를 이어 서장원 부사장이 코웨이 대표로 취임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집니다.

◆ "M&A 경쟁은 끝났다"...뿌려진 씨앗 통해 거목 키우는 기업이 승자

업종 내 M&A 매물은 이미 씨가 말랐고 넥슨-엔씨의 제휴와 결별,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과 분할, 넷마블의 넥슨 인수 실패에서 보듯 인터넷-게임 생태계 주류 기업들간의 짝짓기 시도가 더는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M&A와 사업제휴 추진 과정에서 상호간의 앙금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각 기업들이 M&A 경쟁에서 뿌려놓은 씨앗을 어떻게 키워가고 운영해 가느냐 여부가 경쟁의 향배를 가를 전망입니다.

1위 게임사 넥슨의 올해 행보의 키 포인트는 역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흥행성과입니다. 네오플 인수 하나로 다른 모든 M&A 실패를 메우고도 남았는데, '던파 모바일'까지 터진다면 경쟁자들의 추격을 '넉넉하게' 따돌리게 됩니다. 엠바크스튜디오가 몸값을 해 오웬 마호니가 넥슨그룹 2인자 자리를 지킬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힙니다.

코웨이 인수로 안정적인 순이익 신규창출이 가능해진 넷마블이 축적되는 재원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지, '포스트 배틀그라운드' 배출을 둔 장병규 의장과 크래프톤-펍지의 행보도 눈길을 모으는 대목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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