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 지방재정 전적으로 맡긴다
행안부, 이상민 장관 주재 '2023 지방재정전략회의' 열고 '2024년 지방재정 운용 방향' 공유이군호 기자
내년 지방교부세 감액이 예고된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사용가능 비율 상한을 없애고 포괄지방채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재정을 전적으로 맡긴다는 취지다.
지방으로 넘긴 사업 중 국민안전과 민생안정에 직결된 6개 사업은 '우선투자 대상'으로 정하고 그 성과에 따라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500억~1000억원 규모의 공동협력특별교부세도 도입해 님비(NIMBY)·핌피(PIMFY) 현상에 따른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한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이상민 장관 주재로 '2023 지방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이같은 '2024년 지방재정 운용 방향'을 공유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회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전문가가 한데 모여 지방재정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장으로 2010년 이후 매년 개최해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의 성공적 유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부산으로 정했다.
내년 지방재정 운용 방향은 '공동협력·규제해소'와 '책임성·건전성'이란 2대 핵심 가치 하에 2개 대표과제 6개 제도 개선이 담겼다. 지방이 주도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도록 자주권을 높이되 주어진 권한에 걸맞게 책임성도 제고하는 게 핵심이다.
또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 4대 지방협의체가 함께 본격적인 지방시대 개막을 맞아 주민의 복리 증진과 지역 발전을 위해 건전하고 책임있게 재정을 운용하자는 내용의 공동 다짐을 발표한다.
◇지방 자율 재정운용 막는 규제 폐지
지방의 자율적인 재정 운용을 막는 재정 규제를 풀기로 했다.
세입 여건이 양호할 때 적립해뒀다가 긴급할 때 활용하는 비상금 성격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사용 가능 비율 제한을 70~90%까지 상향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방기금법'을 개정해 그 상한을 폐지한다. 현재는 지방세입이 감소해도 조례에 따라 전년도 말 잔액의 60% 수준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기금은 지난 8월말 기준 22조7000억원이 적립돼 있으며 이 중 13조6000억원이 활용 가능하다.
지자체가 일종의 빚인 '지방채'를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방채 발행 대상 제한을 폐지하고 지방채로 조달한 자금의 용도를 제한받지 않는 '포괄지방채' 발행을 허용한다.
현행법상 발행 대상 제한이 국채와 달리 지방채는 경상성(일회성) 지출이 아닌 투자성 또는 재해예방·복구사업 지출에만 쓸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다만 보증채무 등 향후 지방채무로 전환될 수 있는 우발채무는 집중 모니터링해 나가기로 했다.
지방채 이자 및 원금 상환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 금고를 통한 지방채 금리 인하도 고려한다.
또 모든 자치사무에 대해 지방세 감면이 가능하도록 하고 지방세 감면 시 적용되는 지방교부세 페널티도 폐지한다. 현재는 서민생활 지원과 감염병 발생 등과 같이 일부 사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지방세 감면이 가능하다.
정부의 이같은 방향이 내년 지방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를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교부세 규모는 당초 66조7711억원에서 세수 재추계에 따라 11조6000억원 더 줄어든다. 전년도에 쓰고 남은 예산인 7조원 규모의 세계잉여금을 갖다 쓰기도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비상금을 털고 빚을 내서라도 재정 위기를 넘기게 하려는 것이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국장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정책설명회에서 지방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사용이 늘고 지방채 발행이 급증하면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이 한순간에 악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체계적 관리 장치가 있다면 2~3중의 재정 규제는 풀어 지자체 여건에 따라 운영하도록 하는 게 현 시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지방채 발행이 추세적으로 늘지 않았고 인건비로 충당하는 곳도 없다. 지방채 발행은 최후의 수단이여서 갑자기 급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교부세는 올해 한 해의 캐시플로우(현금흐름) 문제로 본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보통교부세 추가 지원…지자체간 '공동·협력사업' 활성화
지자체 간 '공동·협력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동협력특별교부세를 도입해 사업비를 과감하게 지원한다.
공동·협력사업이란 행정업무 광역성으로 지자체 단독으로는 처리 곤란하거나 자원이 부족해 협력 필요성이 높은 사업을 말한다. 쓰레기 매립장 및 소각장, 화장장, 오수·분뇨·폐수 처리장, 케이블카·출렁다리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 지역이기주의 현상인 님비·핌피로 인해 예산이 중복·과잉 투자되고 지역 간 갈등을 야기해왔다.
한 국장은 "님비·핌피 현상이 보이는 사업들이 후보군"이라며 "공동협력특별교부세로 초창기에는 5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 쓰려고 한다. 성과를 봐가며 그 규모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공동·협력사업의 중앙투자심사 기준금액은 현행 시·도 300억원, 시·군·구 2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일괄 완화한다. 예컨대 A시가 150억원, B군이 180억원을 부담해 공동으로 B군에 폐기물재활용시설을 건립한다고 가정할 때 총사업비가 330억원으로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시·도 심사로 대체하는 식이다.
B군에는 부정적 외부 효과가 큰 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정부가 운영비 명목으로 보통교부세 추가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오송 참사 재발 방지…지방이양 6개 사업 선투자
지방이양사업 중 국민안전·민생안정과 직결된 6개를 우선투자 대상으로 선정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집중 관리한다.
해당 6개 사업은 ▲지방하천 정비사업 ▲소하천 정비사업 ▲지역교통안전환경 개선사업 ▲위험도로구조 개선사업 ▲상수도시설 확충사업 ▲범죄예방 및 생활질서 유지사업이다.
이 사업의 적정한 예산편성 기준액을 산정해 통보하고 성과에 따라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급하게 된다.
그간 재정분권(2019~2023년)에 따라 80개 국고보조사업을 이양하고 소요재원 5조8000억원을 매년 별도로 지자체에 보전해왔으나, 그간 지역 여건과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인해 책임 잇는 사업관리에 한계가 발생해왔다.
또 지방이양사업의 추진 실적과 효과성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토대로 2027년 재원 보전 종료 이후의 근본적인 제도개편 방안을 모색한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방하천인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하천수가 유입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그랬듯이 주민안전과 직결된 사업에 있어서는 지역 간 편차가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국장은 "우선투자사업의 예산 집행률이 목표 대비 떨어지면 감점해 보전금 일부를 감액하고 그 감액분을 잘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로 주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행안부는 민·관 합동으로 '지방재정 합동점검·지원반'도 구성·운영한다. 예산낭비 사례 등 재정운용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분기별 현장점검을 실시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아울러 성과가 미흡하고 운영이 부실한 지방 기금·특별회계를 통·폐합해 재정 운용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현재 지방 기금은 총 2431개가 있으며 이 중 특별회계는 1978개 설치·운영 중에 있다.
지벙재정과 주요 경제 통계를 모아놓은 '지방재정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활용해 재정 지출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그간 지방재정과 주요 경제 통계 간 연계가 부족하고 지자체 간 재정·경제 현황에 대한 비교 분석이 어려워 정책 결정에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맞아 앞으로도 지자체와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지방재정의 역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군호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