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현장+]그리스 절반에도 못미치는 韓…해묵은 규제에 '발목'
신아름 기자
홀심 오스트리아 매너스도프 공장 내 순환자원 운반차량의 모습/사진=신아름기자 |
"'그린워싱'(위장 친환경) 논란은 단언컨대 오스트리아에서는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시멘트업계의 산업 전환 노력을 완전히 지지하며 정부에서도 이를 독려하기 위해 연구비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최대 시멘트회사 홀심의 오스트리아 매너스도프 공장에서 만난 후베어트 그레흐 오스트리아 기후환경부 자원재활용파트장은 자국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 노력을 한껏 치하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2050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다배출 업종인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은 필수라는 인식이다.
그는 "우리가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 소스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시멘트 업계에 새롭게 도입되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은 순환자원의 재활용을 더욱 확대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프로세싱이란 어떤 폐기물을 태워 연료로 활용하는 것이 재활용과 동등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 것을 뜻한다. '소각이 곧 재활용'이라는 개념 재정립이다. 순환자원 재활용을 바라보는 유럽연합 국가들과 우리나라 간 큰 시각 차를 방증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유럽연합 국가들과 우리나라 사이에 나타나는 순환자원 재활용률의 극명한 차이는 그 결과물이다. 홀심 오스트리아 매너스도프 공장의 경우, 가연성 폐기물을 화석연료(유연탄) 대신 활용하는 순환자원 대체율이 최대 90%에 이른다. 독일 피닉스 공장의 경우 100%다. 유럽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낙후된 그리스의 타이탄시멘트마저도 60~70% 수준이다. 반면 국내 시멘트 업계의 대체율은 35%에 불과하다. 유럽연합 국가들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묵은 규제들은 순환자원 재활용 확대를 막는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혼합물 사용 규제에 막혀 철강 부산물인 슬래그를 혼합해 제조한 슬래그 시멘트 외에 저탄소 시멘트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60년도 더 전에 혼합물의 종류를 제한해 놓은 KS 기준 때문이다. 반면 유럽에선 혼합재의 활용을 폭 넓게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금지한 폐골재까지 활용해 시멘트를 만들고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일부 환경·시민단체의 근거 없는 비방 역시 시멘트업계의 탄소중립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번 콘크리트로 제품화하면 외부로 방출되지 않아 인체에 영향이 없는 중금속 6가 크롬을 빌미로, 이 마저도 미국 등 선진국보다 외려 더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데도 '쓰레기 시멘트',' 발암 시멘트'라 몰아간다. 하지만 환경부 민·관협의회에서 실시한 용출시험 결과에 따르면 국내산 시멘트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제품은 '먹는 물과 접촉하는 콘크리트(물탱크, 수로 등)의 중금속 관리기준'을 모두 만족한다. 기준치에 부합해 안전성을 검증 받았는데도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건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생떼일 뿐이다.
탄소중립은 시멘트 업계 혼자만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다. 탄소중립을 위한 과정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 제고와 인식의 변화,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멘트 사용량 감축, 클링커 비율 감축 등 원료 전환과 순환자원을 유연탄 대체 열원으로 사용하는 연료전환 등 이미 개발된 탄소중립 기술은 자원 순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다 산업적으로도 최대한 빨리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이다. 국내 시멘트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토대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