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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팔의 외환중계] 숨 고르기 인가, 반등의 시작인가?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

[달러/원, 7거래일 만의 반등]
오늘은 미 연준이 초저금리 기조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째 되는 날이지만 환율의 하락세는 제한을 받는 모습이다. 오늘 달러/원 환율은 어제 종가 대비 3원이 상승한 1125원에 개장했고 이후 코스피 지수 반등과 함께 반등 폭을 줄이긴 했으나 장중 저가는 어제의 장중 저가인 1120원30전보다 1원이 높은 1121원 30전을 기록했다. 결국 어제 종가 대비 1원 20전이 상승한 1123원20전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달러/원은 7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지난 밤 유럽장에서는 미 연준의 조치에 대한 반응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유럽증시가 상승했고 이에 따른 유로/달러의 반등세가 1.3172 달러까지 이어지면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뉴욕장에 들어오면서 주간 고용지표와 주택지표의 부진으로 뉴욕증시가 하락하면서 달러화가 반등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뉴욕시장의 분위기가 오늘 아시아 장까지 이어진 결과가 환율 반등에 반영되었다고 하겠다.

[달러 약세 국면은 마무리 되었을까?]
지난 밤과 오늘 국내외 외환시장의 동향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간의 위험통화들의 숏포지션 커버와 미 연준의 저금리 기조 연장 조치에 따른 달러 약세 기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오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미 연준 조치의 약발이 벌써 다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보다는 새로운 측면에서 미 연준의 성명서를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옳을 것으로 판단된다.

* 미 연준 조치의 새로운 평가
미 FOMC 회의가 끝난 후 버냉키 의장은 본인 스스로 미 연준이 3년이나 4년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 말은 바꾸어 말해 어차피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깔아놓은 다음 상황이 예상보다 호전된다면 예상시점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2014년 후반보다도 저금리기조를 더 연장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미 연준은 시장에게 실제로는 아무런 약속도 구체적으로 하지 않은 셈이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라는 상당히 애매모호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E3의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 한 것 역시 원론적 차원에서의 발언이라 생각되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달러가 반등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시장이 이제 미 연준이 해 준 약속의 '애매모호함'에 대해서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으로 이해된다. 고용을 증가시키고 주택시장을 살려야 하는 미 연준의 입장에서는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미 연준은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는 2% 인 반면에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3% 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냥 저금리 기조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는 경제의 성장이 우선순위에서 물가안정을 앞서고 있으나 초저금리 기조 유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경우 이 기조의 중단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미 연준의 조치를 달러 약세 재료로만 판단하는 것은 큰 그림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겠다.

*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행보
또 고려해야 할 것은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행보다. 작년 11월과 12월 유럽중앙은행과 호주 중앙은행은 이미 두 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위험통화들의 약세를 주도한 바가 있는데 올 상반기에도 이 두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하 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그만큼 미 연준의 저금리 기조 연장 조치가 크게 부각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시장이 이 부분을 조금씩 인식하고 있는 점이 오늘 외환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 순매수 동향과 달러/원]
그런데 이 시점에서 달러/원의 행보와 관련하여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은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동향이다. 오늘까지 12일째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이 기간 중 누적 금액은 5천 8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면서 환율이 계속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여기서는 순매수가 이어지는 기간이나 금액보다 그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순매수는 S&P의 유로존 국가 신용등급 강등 조치 이후 유럽상황에 대한 분위기가 완화되는 시점, 그리고 국제외환시장에서 위험통화들의 숏포지션이 커버되기 시작하는 시점을 전후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 20일을 정점으로 해서 그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오늘은 그 규모가 지난 20일 순매수 분의 3분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외국인이 줄어드는 대신 개인과 기관이 지수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는 보합권을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도 이 동향이 지속된다면 코스피 동향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환율은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도 향후 환율 흐름에 중요한 요소다.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순매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유럽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 자금이 유로캐리트레이드를 통해서 흘러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유럽 여유자금의 일부는 유럽의 단기국채에 투자되었을 것으로 보며 나머지 자금은 유럽보다 아시아 시장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투자자들에 의해서 이동되어 결과적으로 국내 증시 상승과 달러/원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자금의 성격이 핫머니라고 본다면 악재가 돌발할 경우에 언제든지 차익실현을 통해서 다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환율 반등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위험통화 숏포지션 커버 마무리 단계
유로캐리트레이드 외에 달러/원이 1150원대에서 112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위험통화들의 숏포지션 커버가 진행된 데에 따른 동반 강세 효과였다. 그런데 지난 밤 유로/달러가 주요 저항선인 1.32달러를 돌파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시장은 숏포지션 커버가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강력한 펀더멘탈 적인 요인이 추가되지 않는 한 원화의 강세는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환율의 반등 요인,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미 연준이 자국의 경제지표가 최근 들어서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 저금리 기조 유지 연장을 강조한 배경 중에는 유럽 상황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당장 악재가 부각되지 않더라도 유럽의 잠재적인 위험요인들을 간과할 수 없다는 뜻이 되겠다. 따라서 유럽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위험회피를 자극할 수 있는 재료가 부각되는지 여부를 계속 살필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서 그리스 문제가 계속 시장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와 민간채권단 사이의 회담은 원만하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부분이나 유럽중앙은행이 민간채권단처럼 그리스 채권에 대해서 헤어컷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부분 등은 계속해서 시장에서 불안요소의 일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의 5년과 10년물 수익률이 유로존 창설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그리스 문제가 지나가고 나면 다음타자는 곧 포르투갈이라는 점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또는 부채 조정 이슈가 위험통화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https://twitter.com/FX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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