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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만나는 사라져간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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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소풍 시즌이다. 청명한 봄날 묘지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외국에서는 유명인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를 순례하는 추모투어가 낯설지 않다고 한다. 파리의 페르라셰즈묘지에 있는 어느 극작가의 무덤엔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정성스럽게 남긴 립스틱자국들이 선명하다는, 조금은 과장된 전언도 있다.
 
이제 우리네도 세상을 등진 유명인을 찾아 추모여행을 나서볼 만하지 않을까? 이제 묘지도 많이 달라졌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 줄로 압축된 그네들 삶의 궤적과 우리 머리 속에 남아있는 생전의 모습을 맞춰보는 생경한 즐거움이 거기 있을 수 있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작고한 스타들의 안식처가 있다는 사실은 일상 속의 가벼운 놀라움이랄까.  분당 야탑동에 있는 분당메모리얼파크에 가면 꽤 이름있던 스타들의 자취를 한 곳에서 돌아 볼 수 있다. 수목과 꽃들도 여느 소풍장소 못지않게 모양새를 갖추고 있고 대형 조각작품도 군데 군데 있어 봄 나들이 장소로도 괜찮다.

분당메모리얼파크 포레스트헤븐 묘역 위쪽. 고난의 시대를 노래로 풍미했던 가객 김현식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원 무덤은 조금 찾기 어려운 일반 묘역 가운데 위치해 있지만, 2년전 그를 기리는 추모석이 이 곳에 새롭게 설치되었다. 가운데에 조그만 구멍을 빙둘러 뚫은 커다란 자연석이 놓여있고 ‘가객 김현식’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생전에 착용했던 선글라스가 그 안에 기념물로 들어가 있다고 한다. 시든 꽃이 그의 노래를 생각나게 한다. 

김현식추모석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2년전 3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한류 스타 박용하의 묘가 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일본팬들이 가져다 놓은 온갖 꽃과 편지들이 가득한 그 곳은 묘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화려하고 앙증맞아 보인다. 작년 그의 추모 1주기에는 억수 같은 비가 내리는 중에도 1천 5백명이 넘는 일본팬들이 조용히 흐느끼며 그를 추모하고 갔다. 일본 공연 도중에 현지 팬들의 환호에 너무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짓고 말았던 박용하의 살아 생전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을 듯 하다. 이제 일본인들을 많이 태우는 택시기사들에게 분당메모리얼파크는 익숙한 명소 중 하나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80~90년대 초반의 발라드 시대를 지배했던 광화문연가의 작곡자 이영훈, 그 도 이 곳에서 영면하고 있다. 박용하 묘소에서 조금 내려오면 오석으로 만든 노래비와 광화문연가 악보를 담고 있는 기념석이 장대를 들고 묘를 굳게 지키는 모양의 조각작품 옆에 위치하고 있다. 조각, 악보, 광화문 연가비, 그의 연보를 이야기해주는 비석 등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그가 남긴 아름답고 가슴저미는 노래들이 떠오르리라. 오늘도 한 중년 여성이 기념석 주위를 세심히 훑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분당에서 이렇게 많은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고 적잖이 놀라면서 발길을 돌릴라 치면 이영훈묘역에서 우측으로 있는 봉안담을 볼 수있다. 조용하지만 강한 인상으로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진정한 배우 박광정이 모셔져있는 곳이다.

세상을 한없이 웃기고 달래준 노고로 피곤했을 우리의 영원한 광대 백남봉, 한국 힙합계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는 듀스의 김성재도 만나볼 수 있다. 위의 3명과 달리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묘지를 가보기 위해서는 안내를 받을 필요가 있다.

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만나는 유명인들 외에도 분당 인근에서 한국 가요사에 큰 이정표를 세우고 요절한 유재하, 한국의 큰 어른 김수환추기경, 그많던 싱아의 작가 박완서 등의 묘지도 만나볼 수 있다.

한번 날을 잡아 우리곁은 떠난지 오래여도 잊기 힘든 그들을 만나러 집을 나서볼 일이다.

[MTN 온라인 뉴스팀=조윤혜 기자(revival4u@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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