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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시선:피플〉사채, 5년만 고생하면 누구나 빠져나올 수 있다

권순우 기자



<매주 목요일 저녁 9시 ‘시선’을 방송합니다. 베테랑 유일한 기자와 혈기왕성 권순우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를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시선’에서 방영된 이슈&피플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MTN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보기 할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http://www.mtn.co.kr/program/program_review.mtn?nProgramID=275&stn=7a3b0
 
 
 
 “사채는 암입니다. 조그만 암이라도 방치해두면 몸을 썩게 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사채에 대한 치유법 역시 질환을 치료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엑스레이를 찍고 어떻게 처방을 해야 하는지 판단해서 정확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정확히 처방을 통해 5년만 고생하면 누구나 사채의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머니힐링>의 저자인 조성목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검사국장은 사채를 암에 비유하며 의사와 같은 진단, 그리고 처방을 강조했습니다. 감독당국자로서 사채업을 지켜본지도 벌써 13년. 우리 사회 어두운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사채’는 뿌리 뽑고 싶지만 뽑을 수 없는 ‘난치병’과 같았습니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온 국민이 힘들어하던 2000년 조 국장은 사채 시장을 조사하고 대책을 만들었습니다.
 
 “IMF 위기 때 2금융 구조조정을 담당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직장을 잃고 급전이 필요해 사채 시장으로 몰려갔습니다. IMF의 지도대로 이자 제한법이 폐지되자 사채 금리는 수십%, 수백% 금리는 치솟았지요. 대부업이 발달한 일본에서 사채업자들이 고금리의 냄새를 맡고 건너왔고 앞으로 큰 문제가 시작 될 것으로 판단 했습니다”
 
 조 국장의 우려처럼 IMF 위기 이후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빚의 구렁텅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된 신용카드 규제 완화는 사람들을 빚으로 유혹했지요. 47㎠의 조그만 신용카드는 사채로 향하는 지옥의 문이었습니다.
 
 “누구나 빠르고 편한 걸 좋아합니다. 외환 위기 당시 규제 완화로 카드가 엄청나게 남발됐습니다. 한 장이 두 장이 되고 두 장이 세 장이 되고. 이게 다 외상입니다. 시골에서 막걸리 한전을 마시려고 해도 외상이 안 되는데 카드는 편하게 외상을 쓸 수 있지요. 카드 연체로 신용불량자,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모든 금융회사에서 상환 압박이 들어옵니다. 그러다 첫 번째 만나게 되는 사채업자, 신용카드 빚 대납자를 만나게 됩니다.”
 카드 빚 연체와 추심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악마의 유혹처럼 사채업자는 찾아옵니다.
 
 “신용카드가 연체가 되면 대납자는 연체금을 갚아준다고 유혹했습니다. 빚에 허덕이던 사람들은 고마울 뿐이지요. 신용카드 빚 대납자는 카드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다가 정상화가 되면 원금과 고리 이자를 떼 갑니다. 그러면 또 사채를 쓰게 되고 2차, 3차 사채의 덫에 빠지게 됩니다. 외상 거래인 카드는 너무 쉽게 빚을 내게 합니다. 심지어 같이 일하는 금융감독원 직원도 과소비 경향을 보여 카드를 자르게 했습니다.”
 
 화려하고 편리한 신용카드로 시작된 사채의 덫은 잔혹하기만 했습니다.
 
 “영화 <피에타>도 보고 <화차>도 봤습니다. 잔혹한 사채 추심의 현장은 단순히 영화 속 장면이 아닙니다. 200만원을 빌리고 쓴 안구포기 각서, 1,000만원 때문에 작성한 신체포기각서가 금융감독원 신고센터를 통해 수없이 접수 됐어요. 그보다 더 많은 분들이 후환이 두려워 신고도 못하고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조직 폭력배들이 땅에 머리만 남기고 묻어 버리고, 아버지를 묶어놓고 아들에게 돈을 갚으라 하면 무슨 수를 써도 갚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채업자들은 잔혹할 뿐 아니라 교활하기까지 합니다.
 
 “사채업자들은 미인을 좋아해요. 사채를 쓰러온 사람은 어차피 신용도 담보도 다 떨어지고 몸 밖에 없어요. 얼굴이 예쁘면 애인이 와서 갚아주기도 하고 술집에 넘겨도 제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포주한테 넘기면 선불금을 받습니다. 일해서 갚으려고 하지만 지각 벌금, 심지어 몸무게 추가 벌금까지 받아요. 빚은 계속 쌓이고 나이가 들면 섬에 팔아버리는 거죠. 사채업자들은 돈 받기 편한 사람을 좋아해요. 남편 모르게 쓴 주부, 공무원, 회사원 등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을 좋아하죠.”
 
 또 정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사채업자들은 날로 진화된 수법들을 사용합니다.
 
 “예전부터 있던 방식으로는 ‘꺾기’가 있어요. 돈을 빌려주고 이자가 밀리면 이자까지 원금에 합쳐서 복리로 받는 방식이죠. 사채업자들은 장기로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에 몇 달만 연체되도 순식간에 빚이 늘어납니다.
 
 또 ‘핑퐁’이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빚을 못 갚은 사람을 한참 협박한 다음에 더 높은 금리의 사채업자를 소개시켜주는 거죠. 더 높은 금리로 빌린 사채로 이전 사채업자에게 상환을 하고 채무자는 더 많은 빚과 더 높은 금리의 덫에 빠져들게 됩니다.
 
 최근에는 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서민금융상품)’을 활용한 수법까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30%의 높은 이자를 내야 하지만 나중에 10%대로 바꿔준다고 유혹하는 거지요. 바꿔드림론은 대상이 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데 유혹에 넘어가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게 됩니다.“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사채업. 눈에 보이는 돈 벌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사채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약속한 대로 받으면 돈을 벌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사채 시장은 사채업자 스스로도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잔혹한 현장이었습니다.
 
 “사채업이 황금알인줄 알고 뛰어들었다가 퇴직금까지 날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채업을 하려면 인간성부터 개조하고 들어가야 해요. 사채 돈 빌려주고 받으러 갔다가 아이들끼리 라면 끓여 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집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불쌍해 라면을 사다 주면서 돈을 받으러 다니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오래 못 가죠.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오는데 책가방에 채무 독촉장을 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정말 잔인한 일입니다. 그런데 책가방에 독촉장을 껴 놓은걸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거든요.“
 
 사채는 갚아야 할 돈 자체도 문제지만 가슴의 병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도 말 하지 못하고 혼자 겪어야 할 고난의 병입니다. 조성목 국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최대한 빨리 알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금 당장 신용카드를 잘라야 합니다. 그리고 사채를 쓰게 됐다면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빚은 암세포와 같아서 몸에서 커질수록 다른 것을 못합니다. 부모에게 혼나더라도 남편에게 혼나더라도 각오를 하고 알려야 합니다. 사채를 이용하는 사람의 90%는 가족들이 모릅니다. 심지어 빚을 갚아준다고 해도 혼날까봐 사채 빚은 이야기를 안해요. 암세포가 점점 자라 몸을 썩게 만듭니다.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됩니다.”
 
 또 주변 사람의 건강을 챙기듯 사채 역시 주변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가족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채를 쓰게 되면 자세도 달라져요. 사채 관련 뉴스가 나오면 유심히 본다든지 돈벌이에 비해 화려한 생활을 할 경우 의심해봐야 합니다. 또 금융회사 종사자 분들도 명심하셔야 해요. 상환 능력도 없는 무조건 돈을 빌려주고 보자는 ‘약탈적 대출’은 사채의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특히 자녀 교육이 중요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용돈 기록부를 쓰게 합니다. 지출해야 할 돈과 지출해선 안 될 돈, 써도 되고 안 써도 된 돈을 구분하게 합니다. 지출해야 하는 돈을 적극 지원해주고 안해도 될 돈을 줄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사채업을 지켜본 당국자가 바라본 서민금융제도는 아직 미흡하기만 합니다. 대선주자들이 십 수조의 자금을 들여 가계 빚을 탕감해주고 서민금융을 활성화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 국장은 돈을 얼마나 쓰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에 방점을 찍습니다. 또 서민들의 금융생활을 제대로 지원해 주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서민금융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말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합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 돈을 빌려줘서는 해결이 안되요. 아무리 높은 이자를 낮게 갈아타게 해줘도, 채무를 탕감해줘도 결국 사채 시장으로 다시 흘러가 버립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먼저 제도 금융에서 조금 기간을 늘려주거나 금액을 늘려줘서 해결할 수 있는 분은 대출 지원을 해주면 됩니다.
 
 두 번째 월급이 2,000만원인데 빚이 3억인 분, 이런 분은 꿈이 없습니다. 이런 분은 개인 회생으로 채무를 상당 부분 탕감해주는 대신 수년간 채무를 갚을 것을 약속 받아야 합니다. 2년 이상 잘 갚으면 생활 안정 자금을 주는 등 지원을 해줄 수 있습니다.
 
 현재도 개인회생 제도가 있긴 하지만 접근성이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전철을 타고 가면 개인회생 제도를 통해 빚을 탕감해준다 하는 광고가 많잖아요. 전화해보면 변호사 비용이 150만원씩 듭니다. 변호사 비용을 또 사채로 빌려요. 빚을 탕감 받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법률 구조 공단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규모가 너무나 제한돼 있습니다. 서민금융을 지원해 주는 법률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일자리 지원 등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일자리가 있는 분들은 끝까지 노력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도 없고 회생이 불가능한 분들, 이분들은 복지로 해결해야 합니다.
 맞춤형 지원제도는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야 하는 장기 과제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개인의 엑스레이를 찍고 어디로 가야 할 분인지 정확히 판단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갚을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돈을 주는 정책은 위험합니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현재 있는 서민금융을 이용하신 분들 중 상당수는 다시 대부 시장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그 분들은 오히려 빚이 더 늘어나게 된 겁니다.“
 
 가계부채가 1,000조를 바라보는 시대.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줄이어 내놓고 은행들은 자금줄을 조이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돈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돈 빌릴 곳은 없고 이자 부담만으로도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대선주자들은 저마다의 서민금융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떤 후보는 서민금융 종합지원을 위해 18조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또 어떤 후보는 은행장들을 만나 서민 금융 지원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조성목 국장은 서민금융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재무 컨설팅을 받아 본적이 없는 사람들, 법률 지원을 받기 위해 사채를 써야 하는 사람들, 열심히 일해도 빚을 갚을 수 없어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 그들에게 ‘희망의 인생 계획’을 짜줄 수 있는 그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음주 주제: 스마트폰 제조사만 웃는 휴대폰 보조금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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