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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전소된 공장, 대기업이 겁난다

박승원, 이민재 기자

"화재 피해에 대해 증권사들에 대한 전망은 지나치게 부정적입니다. 우리는 보다 빨리 문제를 수습해 투자자들의 관심에 보답할 생각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아침, 라이온켐텍 박희원 대표는 놀랄 겨를도 없다며 전화 상으로 이같이 말했다.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위치한 라이온켐텍의 인조대리석 공장에서 지난 2일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증설을 위해 용접 작업을 하던 중에 난 불은 화학 소재가 많은 탓에 금방 공장 두 동을 태워버렸다. 증권사들은 복구에 6개월 이상이 걸리고 인조대리석 매출 비중이 70% 이상이니 만큼 실적에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리포트를 내놨다.

기자가 라이온켐텍 문평동 공장에 도착했을 때는 화재 발생 후 24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ㄴ'자로 세워진 공장의 천장도 여기저기 구멍이 나거나 휘어있었고 유리창도 깨진 상태였다. 사실상 전소 상태. 다행히 붉은 벽돌로 지어진 사무실 건물까지는 불이 옮겨 붙지 않아 직원들의 피해는 없었다.

박 대표를 만난 곳은 사무실 건물 2층. 복도는 물론이고 소파까지 탄 내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박 대표의 모습에서 화재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늘 오전에 전직원들에게 화재 복구에 대한 지시를 했고 오후에 그에 대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수습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 같습니다."

기자와 이야기 중에도 수시로 전화가 온다. 안부와 걱정, 그리고 직원들의 보고가 계속 이어졌다. 화재 수습에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 결국 기자가 있는 앞에서 직원들의 보고를 받는다.

"외국 거래처에서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회사의 화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많은데 라이온켐텍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또 박 대표는 "이번 우리 사고로 경쟁사들이 빈틈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며 "대기업들이 경쟁사임에도 우리는 잘 버텨왔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대경쟁사는 국내 굴지의 L그룹, S그룹 계열사다.

화재로 피해를 입은 기존 시설은 오래된 편이라 회계상 손실은 50억원 가량이지만,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면 60억원 가까이 수령이 가능하다. 즉, 시설 피해는 크지 않다.

라이온켐텍에 지분 투자를 한 브레인자산운용의 손실도 적지않은 상황.

현재 브레인자산운용은 라이온켐텍의 지분 79만6,000여주, 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 총 12회에 걸쳐 160억원 규모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주력 생산설비가 불이나 가동이 중단됐으니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라이온켐텍의 주가는 사고 다음날인 3일 장 시작과 함께 하한가로 직행했고, 장 막판 낙폭을 소폭 만회하며 11.68% 급락하는 수준에 장을 마쳤다. 이날 라이온켐텍의 주가가 휘청이면서 브레인자산운용은 18억원이라는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브레인자산운용은 이번 화재로 라이온켐텍의 성장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며 갑작스런 매도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브레인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성장성을 보고 투자한다"며 "이번 라이온켐켁의 화재도 회사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생산설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중장기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사고라는 돌발 악재는 해당 기업과 그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현재의 상황에 낙담해 희망을 놓을 필요는 없다. 비 온 뒤 땅이 굳듯이 지금의 어려움을 견디고 더욱 단단해진다면 풍성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유독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건 라이온켐텍과 경쟁관계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움직임이었다. 중견중소기업을 쓸고간 화마의 상처가 드러나기도전 그들은 이미 해외의 메이저들과 컨택하고 있었다. 이런 주요 거래처가 발길을 돌린다면 힘들게 화재의 피해를 복구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자기 매출의 30분의 1,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경쟁 기업의 공장이 다 타버린 상황에서도 상생(相生)은 저 멀리 있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박승원기자 /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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