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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포스코의 악몽, 인천공장 인수를 재촉하다

유일한 기자

서울에서 제1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종점이 가까운 우측에 동부제철이라는 글자가 박힌 높은 굴뚝이 보인다.


철강업계의 뜨거운 감자 동부제철의 인천공장이다. 부동산 업자라면 광활한 부지가 탐이 날 것이다.

그러나 철강 전문가라면 이 공장이 보유한 칼라강판이 탐나는 곳이다.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중국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더불어 동시에 포스코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동부제철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내심 포스코가 동부의 인천공장을 사갔으면 바랬다. 산은의 마음을 읽었는지 장고에 들어갔던 포스코가 마침내 인수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지난 24일 포스코는 1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IR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에 대해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사실상 인수할 뜻을 내비쳤다.

현금이 많지 않은 포스코의 사정을 감안해 산은은 자금지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가 살아야 산은도 산다. (STX 계열사 살리기에 엄청난 돈을 퍼부은 산은으로선 동부그룹도, 현대그룹도 살아야한다.)

포스코 주주 입장에서는 계산이 복잡하다. 25일 주가는 2.3% 하락했다. 주식시장이 급락한 탓도 있지만 기관, 외국인투자자의 불편한 심기도 제법 드러났다.

포스코는 새 CEO(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내실을 다지면서 지금의 공급 과잉이라는 한파가 지나가길 바라지만, 주변 환경이 마음같지 않다. 동부제철만 봐도 만지작 거리는 시간이 꽤 길었다. 한달이 넘는 장고의 기간동안, 인수와 포기의 경계선을 몇 번이나 넘나든 포스코였다.

포기를 선택하기엔 중국 업체들이 걸렸을 터. 인천공장이 중국업체에게 넘어가 칼러 강판을 대량 찍어낸다고 상상해보라. 또 충남 당진의 한보철강을 인수하지 않고 현대제철에 내준 패착도 떠올랐을 것이다. 현대제철(당시 INI스틸)의 한보철강 인수가 2006년이었다.


포스코의 가격 독주는 한보가 몰락하는 한 원인이었다. 그런데 정작 포스코는 가장 중요한 인수전에서 결정적으로 도망쳤고, 현대에게 양보한 한보는 10년이 채 되지 않아 핵폭탄을 장착한 부메랑이 되어 포스코를 덥쳤다.


증권사의 한 철강 담당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가 한보철강을 포기하면서 지불한 댓가는 수조원에 이른다. 인천공장을 중국업체가 가져가는 건 또다른 악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아는지 동부제철은 일찌감치 "인수하려는 해외 업체들이 있다"며 중국 기업들의 존재를 부각시켜왔다.

포스코는 동부의 인천공장 인수 이후 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의 설비까지 고려해 가동을 조절하고 칼라강판시장의 공급과잉을 스스로 해결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되지만, 수급조절 능력이 커지는 효과도 기대되는 딜(Deal)이기도 하다.

동부제철 인천 공장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애정이 잔뜩 묻어있는 곳이다. 동부제철이 살기 위해 팔면 안되는 물건을 팔지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그만큼 동부제철과 그룹의 유동성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부제철의 부채총계는 4조원(연결기준)을 육박한다. 인천공장을 1조원에 팔아도 3조원이다. 동부제철의 시가총액은 1,680억원. 자산이 5조2천억원에 이르는 상장사의 주가치곤 참 초라하다. 하지만 부채가 문제다. 지난해 동부제철은 영업활동으로 737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였다.


그 전해엔 4,170억원의 현금을 모았다.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하지만 영업전선이 완전히 뚫리지는 않은 것이다. 문제는 역시 부채다. 한해 이자로만 2천억원 이상을 쓴다. 당분간 산은의 지원이 꼭 필요함을 읽을 수 있다. 포스코나 동부제출 주주 역시 이런 산은을 주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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