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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까르푸-홈에버-홈플러스, 그리고...

이대호 기자


잊을만 하면 나오는 영국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설.

테스코가 매각 주관사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에 이어 이제는 매각 시기까지 언급된다.

지난해 64억 파운드, 우리 돈 11조원이라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테스코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업부를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 근거다.

▲ 주기적으로 고개드는 매각설

지난 1월 데이브 루이스 신임 테스코는 회장이 해외 사업부를 일단 그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매각설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사모펀드들의 판단과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빅딜을 만들기 위한 투자은행(IB)들의 군불 지피기가 얽히면서 더욱 그렇다.

진위는 모른다. 한국 경영진조차 테스코 측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애태우고 있다. IB 쪽에서 거래를 부추기는 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테스코 본사는 "스펙큘레이션(speculation) 루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고 한단다. (공교롭게도 speculation은 투기·추측이라는 두가지 뜻을 갖고 있다.)

소문대로 인수 희망자가 많아 홈플러스 몸값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면 테스코 측도 언제까지고 M&A를 반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테스코라면 더욱 그렇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매각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지 꽤 됐다.


▲ 악재 견뎌내니 매각?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고객정보 불법 판매, 경품 조작, 소비자 기만 광고 등의 논란을 잇따라 겪은 터라 직원들의 사기는 더욱 침체돼 있다.

매장에서 쏟아지는 고객들의 항의와 분풀이는 오롯이 직원들을 향했다. 노조가 직원들에 대한 사측의 공개사과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사측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관리자들을 통한 구두 사과로 대신했다.

회사 측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연중 상시할인이 고객을 끌어모으면서 지난 3~4월 매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 직원들은 "아직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한다.

최근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사측은 영국 테스코에서 예산안이 내려오지 않아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본사가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이고 홈플러스도 경영 위기에 처한 상태여서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임금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무기계약직이 많은 홈플러스의 평균 연봉은 2천만원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 네번째 주인 맞게될까? 고심하는 직원들

홈플러스는 법인이 두개다. 사업내용은 똑같지만 법인만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로 나눠져 있다.

삼성물산과 테스코 합작법인이 모태인 홈플러스가 있고, 지난 2008년 홈플러스가 이랜드에서 인수(홈에버)한 홈플러스테스코가 있다.

전체 140개 점포 가운데 홈플러스 소속이 107개, 홈플러스테스코 소속이 33개다.

특히 홈플러스테스코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지난 1996년 프랑스 까르푸가 설립한 한국까르푸는 지난 2006년 이랜드에 팔려 홈에버가 됐고, 지난 2008년에는 다시 홈플러스에 피인수돼 지금의 홈플러스테스코가 됐다.

만일 홈플러스가 매각된다면 홈플러스테스코는 20년 사이 네번째 주인을 맞게 되는 셈이다.


▲ 직원들은 불안...영화 '카트' 악몽 재현되나

직원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5월 중순에 삼성으로 팔려간다더라" 등의 헛소문도 종종 돈다고 한다. 그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각설에 익숙해졌다", "한두번 나온 얘기도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지만, 최근들어 기류가 변하고 있다.

매각설이 점점 구체화 되고 있고, 특히나 거론되는 인수 후보가 하나같이 사모펀드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MBK파트너스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자문사를 선정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는 분명히 팔릴 것이고 문제는 주인이 누구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통 대기업과 같은 전략적 투자자라면 고용승계에 무리가 없겠지만, 만약 사모펀드가 들어온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보통 3년~5년 사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인수 직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 사모펀드의 인수 구도가 구체화 되면 노조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도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홈플러스 직원들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2007년, 이랜드(당시 홈에버 경영)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계약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외주용역으로 돌리려 했고,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대규모 노사 분쟁이 일어났다. 당시의 파업은 무려 512일 동안이나 계속됐다.

지난해 개봉돼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 '카트'가 당시 홈에버 사태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를 수 있다. 주인이 바뀌더라도 고용이 보장될 수 있고, 아예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거듭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홈플러스, 그리고 매각이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홈플러스.

사회적 논란과 자본논리 속에도 2만 6천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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