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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롯데 환갑 아들들의 싸움에 망백의 아버지는 강제퇴진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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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 앵커멘트 >
롯데그룹에 심각한 경영권 분쟁이 빚어졌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 대신 차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줄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한데요. 장남과 차남이 대놓고 싸우기 시작했고, 롯데 신화를 썼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과정에서 강제퇴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롯데그룹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기자와 함께 집중적으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대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 리포트 >
1) 이 기자, 장남 신동주의 반란 맞습니까?

정보 접근에 제한이 있어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알려지는 정보들의 상당부분이 차남 신동빈 회장이 장악한 롯데그룹을 통해 나오는 것들이라 모든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상황을 정리해드리자면요.

지난 27일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올해 94세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 회장을 일본으로 모시고 가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의 해임을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에는 최근 일본 롯데 경영권까지 승계 받은 차남 신동빈 회장도 포함됐습니다.

당초 일본 롯데를 맡아 경영하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올해 초 아버지로부터 모든 직위를 박탈 당하고 경영에서 물러난 바 있는데요.

고령의 아버지를 모시고 가 원상복귀를 시도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이복누나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도 함께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차남 신동빈 회장이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하루 전 발생한 이사 무더기 해임 발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한 뒤,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도록 했습니다. 모양새는 추대라고 하지만, 실상은 경영권을 승계받은 차남이 아버지를 강제로 퇴임시킨 것이어서 모양새가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에 롯데 측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 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격호 총괄 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2) 신격호 총괄 회장은 어젯밤 귀국했죠? 올해 94세인데 건강상태는 어때 보이던가요?

어젯밤 10시쯤 신격호 총괄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는데요. 가까이서 지켜보니 기력이 매우 쇠약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한 신 총괄 회장은 승용차로 옮겨 타는 데도 상당히 애를 먹을 정도로 기력이 많이 쇠약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롯데그룹은 경호원을 대거 동원해 신격호 총괄 회장을 향한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취재진과 경호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공항 내에 큰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 회장의 건강상태가 질의응답을 할 수 있을 정도가 안 된다며 신 총괄 회장을 둘러싸고 빠져나갔는데요.

사실 어제는 신 총괄 회장이 입을 열기라도 하면 큰 사건이 될 수 있는 날이어서, 롯데 측이 필사적으로 이를 막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들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터진 상황에서 아버지가 한쪽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라도 하면 일대 사건이 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신 총괄 회장의 언변이 공개돼 자칫 판단력이 온전치 않다는 것이 알려질 경우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롯데그룹 수뇌부인 정책본부는 경호원을 대거 동원한 것뿐만 아니라 기자들에게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흘려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롯데그룹의 폐쇄적인 문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형제간 싸움이 터진 상황에서 롯데는 더욱 강경하게 나왔습니다.

3) 형제간 갈등의 불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경영권을 정리할 수 있는 건 신격호 총괄회장뿐이지 않습니까?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도대체 뭘까요?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합니다. 하지만 알 수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롯데는 신 총괄회장이 언론에 입을 열지 못하게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니까요.

94세인 신 총괄회장이 과연 분명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느냐도 문제입니다.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상속과 관련해 형제간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작년 말부터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을 경영에서 물러나도록 해왔고, 올해 초에는 거의 모든 계열사에서 임원직을 박탈시켰는데요. 그런데 지난 27일에는 돌연 장남을 다시 경영에 복귀시키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또 신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무더기 해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판단력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합니다.

어제 입국장에서도 신 총괄 회장은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눈만 깜빡이면서 별 표정도 짓지 않았습니다. 기자를 수행원으로 착각한 듯 기자의 팔을 잡고 부축을 받으려 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고령이니 만일을 대비해 미리 공증 받은 유언장을 통해 상속 시나리오를 마련해두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오는데요. 롯데그룹 측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만 밝혔습니다.

4) 신격호 총괄회장이 90이 넘도록 말 그대로 그룹 경영을 '총괄'했다고 하죠?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경영'과 함께 '카리스마 경영'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때문에 정정했을 당시에는 아들들도 신 총괄회장 한마디면 꼼짝을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몇 년 전 차남 신동빈 회장이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는 효율성이 좋지 않다며 60층짜리 두동을 짓는 것이 낫다고 건의했는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대노한 이후 다시는 같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한국은 차남, 일본은 장남에게 각각 맡겨놓긴 했지만 신 총괄회장이 나이 90을 넘도록 아들들의 지분율을 비롯해 경영권을 확실히 정리해주지 못한 것도 '롯데 형제의 난'을 불러온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다른 대기업 그룹들이 3세 경영 시동을 걸 때 롯데그룹은 이순(60)의 아들들이 경영권을 두고 싸우는 모양새입니다.

5) 두 아들들의 한일 롯데 지분율이 비슷해서 형제간 싸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데요. 그 지분율을 한번 정리해보죠.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유한 국내 계열사 지분율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소유권 다툼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인데요.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13.46%, 롯데제과 5.34%, 롯데칠성 5.71% 등을,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13.45%, 롯데제과 3.96%, 롯데칠성 2.83% 등을 보유 중입니다.

경우에 따라 과거 현대그룹처럼 형제 사이 계열 분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지주사 지분입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은 호텔롯데가 하고 있는데,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고, 롯데홀딩스는 일본 광윤사(光潤社)가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즉, 최상위 광윤사 지분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그룹 전체 지배권이 좌우되는 것입니다.

광윤사 지분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 2002년이 마지막인데요. 당시 광윤사가 부산은행 주식 대량보유 보고서를 냈을 때 확인된 바로는 '중광무웅'이라는 사람이 광윤사 지분 50%를 보유 중입니다. 중광무웅(重光武雄)은 신격호 회장의 일본 이름(시게미쓰 다케오)입니다.

최근에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을 29%씩 갖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두 아들들에게 광윤사 지분 증여가 이뤄졌다고 확인된 사실은 없습니다. 롯데그룹 측도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6) 사실 롯데그룹은 아버지 대에서도 형제간 갈등이 있지 않았습니까?

형제간 갈등이 '대물림' 되고 있는 롯데그룹입니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형제는 5남 5녀인데요. 신 총괄회장이 첫째고, 2남이 신철호 전 롯데 사장, 3남이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4남은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 5남은 신준호 푸르밀 회장입니다. 여동생 중에서 경영 활동을 하는 사람은 5녀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이 있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춘호 농심 회장과 지금도 얼굴을 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지난 1965년 신춘호 회장이 롯데공업을 설립하고 라면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고 합니다. 신격호 회장은 동생의 라면 사업을 강하게 반대했고, 신춘호 회장은 형이 지원해주지 않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며 서로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신춘호 회장은 롯데공업 이름을 농심으로 바꾸고 사업을 키워왔습니다. 롯데는 지난 2010년 롯데라면을 출시하면서 농심의 사업 영역에 발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신 총괄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신철호 전 롯데 사장이 과거 서류와 도장을 위조해 ㈜롯데를 인수하려다가 형에게 들키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신철호 씨는 당시 업무상 횡령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996년에는 땅 문제 때문에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갈라선 일도 있습니다.

신 총괄회장이 한일국교 정상화 전에 사둔 국내 땅을 동생들 이름으로 해뒀는데, 신준호 회장이 전국 일곱 곳의 땅(약 37만연평)을 자신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법적 분쟁까지 갔습니다.

결국 신격호 회장이 승리했고, 신준호 회장은 용서를 빌었지만 신격호 회장이 용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준호 회장이 독립시켜 나간 롯데우유가 사명을 푸르밀로 바꾼 이유도 신격호 회장이 '롯데'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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