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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금호산업 매각가 6503억 VS 7935억원…왜 결론을 못 내나

권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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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호산업 7935억원 vs 6503억원 팽팽한 줄다리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금호산업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27일실무 책임자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금호산업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26일까지 채권단 매각 희망가를 접수하고 최대 채권자인 미래에셋이 제시한 8660억원, 주당 5만원과 7935억원, 주당 4만 5485원을 제시했습니다.

산업은행이 채권단의 희망 매각가를 접수한 결과 절반은 희망 매각가를 제시하고 나머지 절반은 산업은행에 가격 결정을 위임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이를 토대로 75% 채권단이 찬성할 수 있는 가격을 산정했고, 그 가격이 7935억원입니다.

박삼구 회장이 기존에 제시한 6503억원에 비해 1400억원 가량 많은 수준입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7935억원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는 입장과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6503억원에서 7935억원 사이에서 다시 협상을 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돼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산업은행은 현재까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기관의 의견을 타진해 보다 많은 금융기관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채권은행은 금호산업 지분 40%만 팔자는 의견을 제안했습니다. 박 회장이 자금 동원 여력이 없다면 지분 가격을 높여 40%를 먼저 팔고 나머지 17%는 옵션을 통해 향후 매각하자는 겁니다.

현재 박 회장은 약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40%를 매입하면 과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일부 지분 매각에 대해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재무적 투자자마다 사정이 달라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며, 박회장 측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겁니다.

산업은행은 다음주 다시 회의를 열고 7953억원을 금호그룹에 제시할지, 박 회장과 재협상을 통해 6503억원과 7953억원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을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2. 금호산업 매각가 결정 왜 지연되나?

금호산업 채권단 내에서 균열이 생기는 주제는 ‘본전’과 ‘실현 가능성’입니다. 먼저 본전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은 재무적투자자 FI들 사이에 강합니다.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의 원금은 주당 6만원 수준입니다. 이런 의중이 반영돼 결정된 금액이 주당 5만 9000원, 1조 213억원입니다.

금호산업의 현재 주가는 1만 6900원입니다. 주가에 비해 세배가 넘는 수준이지요.

채권단이 실사를 거쳐 책정된 순자산가치는 3만 1000원입니다. 산업은행은 3만 1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90%를 붙여 5만 9000원을 책정했습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6503억원, 주당 3만 7564원을 제시했습니다. 금호산업의 가중평균과 경쟁사인 한진칼, 대한항공의 주가 가중 평균 등 3곳에서의 평균가격으로 2만 5900원이 나왔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45%를 붙인 가격입니다.

박 회장 측은 이 가격이 1차 입찰에서 호반건설이 내놓은 가격보다 22%가, 주가에 비해 130%가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은행 채권단 측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호산업 인수전은 당초 삼성그룹을 비롯한 유수의 대기업들이 항공업 진출을 위해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호반건설 한 곳만 응찰했습니다.

그나마도 시장에서 예측했던 8000억~1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6007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응찰했던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흑기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쟁 입찰 했더니 호반건설 하나 들어왔고 어차피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며 “가격을 높게 받으면 좋겠지만 거래 상대방이 있으니 실행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20~30%, 많아도 50%를 넘기진 않는다”며 “경영권 프리미엄 90%를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자는 측 선봉에 선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의 주식뿐 아니라 3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채권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분을 비싸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호산업 자체의 건전성도 염두에 두고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금호산업 인수전 관전 포인트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재벌이 되는데 얼마가 필요할까요?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재벌 오너가 되는데 7935억원이라면 그리 비싸 보이지 않습니다.

롯데그룹은 렌트카 회사인 KT렌탈을 인수하는데 1조 200억원을 들였습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금호리조트, 고속, 터미널 등을 모두 지배하는 재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호산업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은데는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 깊은 지역 정서, 재벌에 대한 인식이 다른 인수 희망자들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호그룹은 대표적인 호남 기업으로 박삼구 회장 외에 다른 인수자들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지난 17일 "지역 경제계는 채권단을 주목하고 있다"며 "채권단은 지역경제의 회생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염원을 이해하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습니다.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매각가를 수용하도록 촉구한 겁니다.

또 윤장현 광주시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이 장기화하고 있어 시민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며 "금호산업은 지역의 대표 기업이며 지역의 자존심이기도 하다"고 금호산업 측에 힘을 보탰습니다.

재벌그룹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불가침 정서도 금호산업 인수 희망자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다른 재벌의 어려움을 이용해 기업을 빼앗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호산업이 가진 유무형의 가치를 생각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 8000억원이 높은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런데 경영권 프리미엄 90%를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아 미래에셋, 산업은행이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는 회사 가치를 제대로 향상시키지 못한 박 회장측 책임도 있습니다. 채권단이 본전을 찾기 위해 무리하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건 금호산업 주가와 순자산 가치가 낮기 때문입니다. 경영을 잘해서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주가가 올라서 채권단이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그렇게 무리해서 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채권단은 지분 10%밖에 없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 박 회장은 회사 가치를 충분히 높여 채권단의 손실을 줄여줬어야 합니다.

또 우선매수청구권의 부작용도 이번 매각가 결정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채권단은 주식 가치가 올라야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박 회장측은 주가가 내려야 더 낮은 가격에 금호산업을 되사올 수 있습니다. 경영을 하는 주체가 주가를 높일 유인이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금호산업 매각가는 시장 가격 외에 이렇게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어 결과를 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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