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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통증을 직시하라, 그러면 다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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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같은 의학적 처방 없이 명상만으로 통증을 치유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하며, 서양 의학계에서 이미 검증된 과학적 치유법을 소개하는 책이 ‘기적의 명상 치료’라는 이름으로 간행되었다.

이 책은 저자들이 말하는 ‘마음챙김 명상’의 치유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그 체계적 실천법을 성공적으로 다룬 데 힘입어 영국의학협회가 뽑은 ‘2014년 일반의학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하버드 의대 크리스토프 거머 교수는 “이 책은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선물”이라 평했는데, 누구에게 이 책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 비디아말라 버치와 대니 펜맨은 각각 인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끔찍한 사고를 당한 뒤 악전고투 끝에 명상을 통해 재활에 성공했다. 버치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같이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책에 소개되는 마음챙김 명상법을 개발했고, 이어 30년 넘게 명상활동을 펼쳐 온 펜맨이 합류하여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과학적 근거를 찾아냈고, 치유에 폭 넓게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통증 관리(MBPM, mindfulness-based pain management)’ 프로그램이다.

다만 저자들도 강조하듯이 명상은 어떤 경우든 약물의 대체품이 아니므로, 이미 약물을 복용하는 독자라면 명상으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하더라도 담당의사의 동의 없이 약물 투여를 임의로 변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마음챙김이란 ‘명상’을 사용한 치료를 말한다. 명상이라는 방법을 양의학에서 어떤 수준에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이 책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이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임상 실험’ 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어 논란이 되지 않는 듯하다.

그러므로 우선 저자들의 설명에 집중해 보면, 명상은 보통 몸으로 흘러들어 오고 흘러 나가는 호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통증을 관찰하는 법을 배운다. 통증이란 무엇인가? 현대 의학은 통증을 ‘문 조절 이론’으로 설명한다.

직접적인 관찰이 불가능하므로 비유를 통해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몸에 이상이 생겨 신경이 신호를 보내면 뇌와 신경계에 문이 있어서 그것이 열리면 신호가 의식에 도달하여 통증이 인지된다는 것이다.

이때 말하는 통증은 몸이 전달하는 정보로 감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인데, 뇌는 이 감각을 다시 해석하여 마음이 전달하는 정보와 결합한다. 이렇게 되어 괴로움이 생긴다. 이처럼 몸에서 두뇌로 보내는 가공되지 않은 고통의 정보를 ‘1차 통증’이라 부르고, 1차 통증에 대한 마음의 반응을 ‘2차 통증’, 즉 ‘괴로움’이라 부른다.

그리고 괴로움도 두 가지 수준에서 일어난다. 먼저 몸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을 ‘1차 괴로움’이라 부르고, 부상, 진행중인 질병으로부터 뇌로 전해지는 정보가 그것이다. 그 위에 덧씌워지는 것을 ‘2차 괴로움’이라 부르는데, 불안, 스트레스, 우울, 걱정, 절망감, 탈진 등이 그것이다.

다시 마음챙김으로 돌아가 보면 환자들은 명상을 통해 통증을 관찰해야 하며,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통증과 서로 다른 괴로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이 깨달음이 명상의 핵심이다. 즉 마음챙김 명상은 1차 괴로움과 2차 괴로움을 구별하는 능력을 가지도록 뇌 기능을 강화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가뜩이나 의식의 과잉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의식을 더 키우라니, 모순이 아닌가? 하고. 이 점을 옥스퍼드 대학교의마크 윌리엄스 교수가 서문에서 대신 설명한다. 육체의 고통에 의식의 고통, 즉 괴로움이 더해지는 이유는 그 괴로움이 자기에게 관심을 쏟아달라는 외침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관심의 빛으로 자신의 괴로움을 비출 수 있다면 괴로움은 해소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먼저 이런 일이 일어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이어 두 가지 괴로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 대부분이 이 지침, 정확하게는 명상 수련을 다루는 데 할애된다. 단순히 명상이라 하지 않고 ‘수련’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명상이 몇 차례의 경험으로 치유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치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명상 수련에 들어가면 두 가지 괴로움을 분리할 수 있고, 마음이 1차 괴로움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단계에 이르는데, 이 단계에 이르면 2차 괴로움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어 차츰 사라져 간다. 그리하여 명상은 궁극적으로 통증 지각에 몰두하던 뇌 회로를 재배선하게 만들고, 다시 뇌를 통해 통증 자체의 치유에 나서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이 설명이다.

이 설명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수련법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인데, 크게 여덟 단계로 나뉘고 각각 세부 실천 방법과 주의 사항이 제시된다. 쉬운 용어로 설명하고 있지만 어쨌든 치료 프로그램이므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련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만 수련의 전 과정에 걸쳐 강화되는 세 가지 핵심 기술이 있다. 하나는 의식을 집중하는 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마음을 열고 관찰하는 기술이다. 나머지 하나는 독자들이 직접 확인하는 게 좋을 듯하다.

아마도 실제 수련에 들어간다면 저자들이 강조하듯 ‘두 가지 괴로움을 구분하는 능력’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므로 여기에 해당하는 4주차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고, 그 고비를 넘겨 5주차에 이르면 전환기를 맞을 듯하다. 이 단계에 이르기를 기대하며 프로그램 전체의 핵심에 부합하는 말로, 저자들은 이렇게 수련자들에게 지시한다.

“통증의 심장부로 고개를 돌려라. 그러면 긍정의 뇌 회로를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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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명상 치료’ = 비디아말라 버치, 대니 펜맨. 불광출판사. 334쪽 / 분야 : 명상·요가 / 값 15,300 원



김선태 기자 kstkks@me.com

[MT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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