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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스웨덴 복지 모델, “시장 원리 바탕으로 고용·성장 모두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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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4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재닛 옐런 의장은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살아 있다”고 말했는데, 당시 이 결정을 좌우할 잣대가 고용지표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미국 노동부가 6일(현지시각)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非)농업 분야 신규 일자리가 27만1000개 늘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실업률 역시 5%를 기록해 7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은 다른 나라들의 금리 인상을 부채질하기 마련이며 그에 따라 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부실기업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오크드리캐피털의 하워드 막스 회장은 벌써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지금까지 78년간 생긴 부실기업보다 앞으로 7년간 발생한 부실기업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은 지난 8주 동안 한국 증시에서 6조 1천억 원이 이탈한 데서 알 수 있다. 이는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1위였고, 그 때문에 2070선이던 국내 주가가 1800선까지 무너졌다. 우리의 경우 돈을 벌어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사상 최대인 8만3000 개에 달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궤도에 접어든 징후가 커지는 데다, 글로벌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른 위기 요인마저 산적한 상황이다. 기존 성장주의 발전 모델을 재검토하여 정책 추진에 활용할 필요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아산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스웨덴 복지 모델의 이해』는 그간 검토되어 온 복지 모델에 연구에 대한 최신의 성과를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책은 7개의 논문 속에서 스웨덴의 복지 역사와 정책을 바탕으로 이 나라 복지모델의 지속가능성과 특징, 일본과의 비교, 제3섹터(비영리부문)의 역할, 교육정책 등을 다룬다. 다른 선진국들과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음은 물론, 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복지 정책으로 선진국 가운데서 상위권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참고 필요성을 높인다. 스웨덴 현지 교수들과 더불어 복지 문제에 정통한 국내 필진이 참여했으며, 다양한 비교 통계가 뒷받침되고 있다.

스웨덴 모델의 특징은 성장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와 구별하여, 대체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고려하는 사회투자정책, 국가와 개인이 직접 관계맺는 조세 및 급여체계, 연구개발에 대한 국가의 투자를 바탕으로 한 기업 자율경쟁, 정부에 대한 시장의 높은 신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국가-기업-개인간 관계를 통해 일본과 비교해 보자. 스웨덴은 국가가 기업의 자유경쟁을 장려하는 대가로 기업이 개인에게 연대임금을 지급한다. 대신 개인은 국가에 높은 세금을 부담한다. 일본은 이와 달리 기업은 장기 고용 ‘관행’을 유지하고 국가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유지한다. 대신 개인은 국가에 낮은 세금을 부담한다.

전형적인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스웨덴의 경제 지표를 보면 성장세만 해도 만만치 않다. 1994~2011년 사이의 지표를 보면 이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일본을 밑돈 경우는 1996년 한 해 뿐이다. 국민들이 더 많은 공공지출을 위해 기꺼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보수 정당이 집권해도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바뀌지 않는 이유다. 2006년도에 보수집권당이 공공부문 축소를 물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26.7%인데 비해 반대율은 52.5%에 달했다.

이 나라의 고용 성과를 보면 놀라운 해석이 가능하다. 양재진 교수는 OECD 국가들의 고용률 추이를 비교한 통계를 제시했는데,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구 복지국가들은 조사가 시작된 1991년 이래 현재까지 고용비율에서 한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다. 양 교수는 이를 “고용을 우선시하고 복지를 여기에 종속시킨” 결과라고 분석한다.

복지를 제공해 일하지 않아도 되게 한 것이 아니라, 복지를 제공해 일할 능력을 갖추어 줌으로써 고용을 강제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라는 것이다. 결국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이 나라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탱하는 원리임이 드러난다. 인구 975만 명에 불과한 이 나라의 2014년 1인당 GDP는 세계 7위이며,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이 나라의 2014년 국가경쟁력 순위는 10위이다. 한국의 경우는 각각 29위, 26위다.

글렌 셰스트른드 린네대 교수는 스웨덴 복지 모델을 영미 국가들과 규범적인 측면에서 구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높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공적 책임과 사회적 권리의 확대를 추구하여 이른바 ‘조건부가 약한 전형적인 보편주의’를 확립하고 있다. 반면 영미 국가들은 자선적 동기를 근간으로 국가 지원을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최소화함으로써 ‘조건부가 강한 전형적인 잔여주의’를 확립했다고 분석한다.

스웨덴 경제에서 비영리 부문을 차지하는 ‘제3섹터’는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사이에 개인이나 가족으로 구성된, 주로 자선단체와 연결된 비시장경제 영역이다. 이 영역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다른 국가들과 달리 공적 지원으로부터 사실상 독립되어 있다.

셰스트른드 교수는 스웨덴의 제3섹터가 빈곤층 뿐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복지를 제공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그 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스웨덴식 제3섹터는 한국의 사회적 경제 부문과 유사하지만 자립도와 경제적 비중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스웨덴 국민들은 20세기의 대부분 국가를 사민당에 맡겼다. 2006년 중도 우파 정권이 들어섰지만 그들이 실시한 정책 또한 옛 사민당 이념의 틀 속에 있었다. 2014년 재집권한 사민당은 우여곡절 끝에 정치 안정을 이룬 뒤, 최근 여야 합의로 보편적 기초 연금을 폐지하고 이를 저소득층 노인연금으로 대체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 또한 시장 원리에 근거하여, “시장력을 최대한 창출해 부를 창출”하는 스웨덴 복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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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복지 모델의 이해’ = 고명현(엮음). 아산정책연구원. 216쪽. / 분야 : 사회복지이론 / 값 15,000원



김선태 기자 kstkks@me.com

[MT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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