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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전국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한국 전통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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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화 정체성을 되짚어보고 나아가 세계로의 울림을 겨냥해보자.” 아산정책연구원과 중앙SUNDAY, 문화국가연구소 팀원들로 구성된 한국문화대탐사 팀이 2014년 벽두부터 9개월간 전국을 누빈 끝에 『한국문화대탐사』를 펴냈다. 중국과 일본도 취재했다. 그 결과 가장 한국적인 면모를 지닌 생생한 우리 문화 콘텐트를 이 책에 집대성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급격한 전통 문화의 붕괴를 체험하고 있다. 2012년 삼성경제연구소가 5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한국이 ‘현대문화 지수’ 부문에서 8위, ‘전통문화 지수’ 부문에서 29위에 머물렀다고 발표한 것이 그 예다. 우리의 문화 정체성을 되짚어보고 세계를 향해 한국적인 문화를 확연하게 보여 줄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탐사팀은 기획 단계에서 최근의 논문과 저작들을 면밀히 검토했고, 분야별로 최고전문가들과 동행했고,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네 명의 전문 필진과 두 명의 전문 사진가 외에도 10여 명의 필진이 글을 보탰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취재 지원을 받았다.

우리 밥상을 보자. 취재팀이 답사한 전국 60여 식당에서 집밥의 연장인 백반은 초라한 반면, 한정식에는 과시와 낭비의 거품이 부글거렸다. 대한제국 말기 상궁들의 증언에 따르면 임금의 밥상은 12첩 반상으로, 기본 차림 9개에 반찬이 12개였다. 나라가 어렵거나 가뭄이 들면 그 양을 줄이도록 했다. 오늘날 우리 밥상의 30%는 여전히 500년 전과 닮아 있지만 밥상 예절은 상당 수 파괴된 상황이다.

세종 때 간행된 의학서 『구황찰요』에는 한옥이 ‘뜨끈한 구들이 병을 치료하는 데 요긴한 시설’이라고 설명한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한옥의 전통은 구한말 시련을 맞았는데, 1920년대 후반부터 집장사들이 개량 한옥을 지으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지금은 안동의 한옥이 다르고 전주의 한옥이 다르며 서울의 한옥이 다르다. 건축계에 정체성 논란이 일 정도로 오늘날 한옥의 입지는 위태롭다.

흰색을 숭상해 흰옷을 즐겨 입었다 하여 우리 겨레를 백의민족이라 부른다. 그런데 고구려 고분벽화나 고려 문헌에는 화려한 채색 옷차림이 등장한다. 우아한 맵시와 화사한 색상을 지닌 한복만 봐도 알 수 있다. 김홍도의 ‘월야선유도’에는 평양감사를 맞는 뱃놀이 잔치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그림에 등장하는 95명의 상민들 가운데 26명만이 백의를 입었을 뿐이다.

복식 전문가들은 “우리의 개화가 의상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데, 이 때부터 전통 한복이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개념 한복에 도전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크게 늘었다. 그들에게서 한국적 정서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져 들었는데, 조선 숙종 시대에 그와 비슷한 사고가 기록되어 있다. 과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비들을 태운 배가 뒤집혀 100여 명이 죽었다. 당시 구조책임자인 별장은 마치 세월호 당시 해경처럼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피해를 키웠다. 반면 숙종은 한강에 단을 만들고 제사를 지냈다.

조선의 왕들은 재난이 일어나면 ‘내 탓’이라 말하고 민심을 어루만졌다. 전체 재난 두 번에 한 번은 왕이 나섰다. 세종·성종 등 어진 왕일수록 진휼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민심을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지라는 것, 이것이 재난과 수습에 대한 전통 문화의 가르침이다.

책은 그밖에도 점, 국악, 차, 술, 춤, 한지, 세시풍속, 상호부조, 초상, 선비, 서예, 전각, 궁궐 등 다양한 전통 문화를 심도 깊게 파헤친다. 우리 선조들은 삶을 마무리할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경술국치를 슬퍼하던 선비들이 절명시를 남겼고, 신라 화랑과 임진년의 의병들은 나라를 위해 죽음을 초개처럼 여겼다. 말년에 두통으로 괴로워하면서도 다산 정약용은 이런 편지글을 남겼다.

“죽는다는 것은 아침에 새겼다가 없어지는 버섯처럼 덧없는 것입니다. 생각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생활하면서 더욱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품위 있는 죽음에 관한 많은 선례를 남겼다.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연구소가 OECD 4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죽음의 질 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마음가짐을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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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 대탐사 : 한국문화의 현장을 탐사하다’ = 김석근·김종록·안성규·이승률. 김춘식. 524쪽. / 분야 : 역사·문화 / 값 20,000원




김선태 기자 kstkks@me.com

[MT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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