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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세속의 성공’ 대 ‘내면의 인격’,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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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라는 말은 60년대에 보헤미안 문화의 세례를 받고, 90년대 인터넷 시대에 성공 가도를 달린 영미 엘리트 세대의 별칭이다. 이 용어를 등장시켜 주목을 받았던 작가 데이비드 브룩스가 그런 식의 성공을 비판하며 내면의 덕목을 강조한 책을 펴냈다.

언뜻 보면 자신의 성공 스토리와 배치되는 주장 같기도 하지만 그 배경에는 나름의 자기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 일종의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자기애에 빠진 떠버리가 되어 내 생각들을 마구 쏟아내는 일로 돈을 번다.” 당연히 이런 식의 고백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부터 보내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어쨌든 그는 그 자신이 ‘인격을 연마하는 길’(이 책의 영문 원제이다)을 제대로 따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 길을 어떻게 걸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독자들이 그와 같은 궁금증을 품고 있다면, 일단 이 책을 펼칠 이유는 있을 듯하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유대 랍비 조셉 솔로베이치크가 주장한 ‘아담 I’과 ‘아담 II’라는 인간의 상반된 두 본성에서 비롯한다. 전자는 흔히들 외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본성이며, 커리어와 야망에 충실한 본성이다. 후자는 내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본성이며, 도덕적 자질과 인격을 중시하는 본성이다.

저자는 우리 시대가 지금처럼 외적 성공만을 추구하면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그 위험을 잘 경고하고 있다. 평생 성공 가도만을 달린 일리치는 죽음에 임박해서 내면의 가치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음을 알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정당화할 수 없었고, 결국 지켜야 할 자신의 ‘품격’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내적 성장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저자는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는 칸트의 말에서 근거를 찾는다. 우리 자신을 곧은 목재로 만들어 내려면 모범으로 삼을 만한 타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책에서는 강인하고 굳건한 인격을 일구어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크게 기여한 여덟 명의 삶을 추적한다.

게으른 소녀에서 ‘뉴딜 정책’의 막후 조리자가 된 프랜시스 퍼킨스, 충동적 반항아에서 중용의 미덕을 발휘한 미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문제아에서 존경받는 군인의 삶을 보여준 조지 마셜, 내면의 악을 물리치고 비폭력 인권운동가로 성장한 필립 러스틴, 가난과 장애를 이기고 문학적 성취를 이룬 영국 문호 새뮤얼 존슨, 지적 야망과 내적 혼란에 빠져 ‘치욕 자체를 추구한 삶’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그들이다.

모두 애초에는 칸트가 말한 ‘뒤틀린 목재’들이자 ‘결함’ 있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숱한 갈등과 분투하면서 성숙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 결과 내면의 성장을 이루었으며, 마침내 위대한 영혼이 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저자는 저들이 자신의 결함을 딛고 내면을 성장시킨 대표적인 인물들이라 규정한다. 그들의 삶에서 ‘겸양의 규칙’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내고, 이 규칙을 형성하는 일반적인 명제들을 도출해 낸다. 그로부터 나오는 결론은, 적어도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고 배울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될 때 ‘세속의 성공’과 ‘인간의 품격’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저자의 가설은, 자칫 이 책의 전제를 뒤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다. 애초 삶을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로 다룬 데로부터, 그리고 ‘아담 I’의 본성이 아닌 ‘아담 II’의 본성을 중시한 데로부터, 저자의 글이 품격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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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 데이비드 브룩스. 부키. 496쪽. / 분야 : 인문교양 / 값 16,5000원



김선태 기자 kstkks@me.com

[MT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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