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신간 리뷰] 세월호 유가족들이 남긴 육성기록 - 창비, ‘금요일엔 돌아오렴’ 오디오북 출간

MTN

단원고 학생들은 3박 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이것은 남겨진 가족들이 가 닿을 수 없는 수백 개의 금요일에 관한 기록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그해 12월까지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했고, 그중 부모 열세 명을 인터뷰하여 2015년 초 창비에서 책으로 펴낸 데 이어 이번에 오디오북으로 내놓았다.

작가들이 부모들 곁에 머물렀던 240일 동안, 온 마을이 상가였다. 안산은 250명의 아이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침묵의 도시였다. 작가들의 가슴에도 통증이 계속 몰려왔다. 아이들을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록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고통의 한 가운데 있을 때는 단순 기록조차 할 수 없었다. 부모들은 사진 속 아이들을 보여주며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울음을 울었다. 그 속에서 작가들은 부모들이 자식을 잃은 뒤 그 순간순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떨리는 순간까지 기록하려 했다. 여기에는 세상이 반드시 바라보아야 할 삶의 진실이 담겨 있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세상은 바뀌었고 그로 인해 부모들은 아파했다. 시민들의 마음이 어떻게 절대적인 호의에서 절대적인 반감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지, 부모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세상이 참으로 교활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 밑바닥의 숨겨진 본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세상으로부터 그처럼 기이한 고통을 받는 동안에도 부모들은 전에 없던 길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자신들을 길바닥에 내동댕이친 것도 사람이지만 자신들을 다시 일으키는 것도 사람임을 알기에 그들은 원망하지 않았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침묵하는 것은 자신들을 벌하는 일임을 알기에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자식들을 잃은 끝에 얻은 깨달음이고 성찰이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열세 명의 인터뷰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던 유가족들이 그동안 어떻게 잘 견디고 잘 싸워왔는지 무겁고도 담담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비록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아래에 두 부모의 이야기를, 책과 함께 발행된 오디오북에서 들어 옮긴다.

-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노선자 씨
건우 어머니는 10여 년 전부터 공황장애를 겪고 있어서 집 밖에 잘 나가지 못한다. 작가는 그런 그녀를 프란체스코 교황 방문 직전인 8월 6일 광화문 광장에서 만났다. 천주교 신자인 그가 혹시라도 세월호 특별법에 제정의 단초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용기에 용기를 낸 걸음이었다. 내딛는 한 걸음마다 건우를 생각하라 한 수녀님의 격려 덕분이기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작가에게 핸드폰 속 건우 사진을 보여 주며 그녀는 아들 이야기를 술술 실타래 풀듯 풀어놓았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아이, 공부하라고도 하지 않고, 통제하거나 뭘 강요하지도 않았던 아이. 그래서 건우는 자기 하고 싶은 것은 늘 부모에게 지체 없이 솔직히 말하는 맑고 밝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사고 당일 이상하게 집으로 전화도 문자도 하지 않았다. 이건 아니라 생각하면서 상심하던 어느 날, 다른 아이 엄마가 건우 동영상이 올라 왔다고, 같이 보자고 말했다. 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혼자 인터넷을 뒤져 건우를 찾아냈다. 영상에는 물에 잠기기 직전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찾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건우는 그 속에서 다른 아이들 구명조끼를 챙겨주고 있었다. 그러고 있느라고 전화도 문자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당시 세월호 참사로 한날한시에 같이 사라진 김건우가 세 명이나 되었다.

- 2학년 1반 문지성 학생의 아버지 문종택 씨
지성이 아버지는 딸에게 미안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세상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마른 그의 몸은 더 반쪽으로 메말라 위태로워 보였고 햇볕에 그을린 그의 얼굴은 더 검게 탔다. 그가 울자 작가의 가슴에도 통증이 밀려 왔다. 사고 이후 아무 말도 못하고 유가족 곁에 머물러 있던 작가에게 오히려 자신이 도울 일이 뭐 있냐고 묻던 이였다.

사고 당일 오전 9시 4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지 않으려다 받았더니 지성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같은 반 친구 전화기였다. 지성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배가 기울었어.” 그는 차분하게 일러주었다. 구명조끼부터 챙기라고. 마음이 급해져 성질을 냈다. 비상구도 문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빠 거기는 갈 수가 없어.” 이미 아이들이 배가 올라가 있는 곳에서 붙어 있었던 것이다. 전화가 끊어지고 YTN 뉴스에 ‘인천에서 출항한 배’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상파에서는 아무 소식도 나오지 않았다. 진도로 달려갔다. 생존자 명단에 아이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아이는 없었다. 뒤이어 대통령이 진도를 방문해 많은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성이 아빠가 부탁했고 대통령이 들어주기로 한 약속, ‘구조대가 배 위에서 작업하는 장면’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오디오북은 지난 10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팟캐스트로 방송된 내용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목차 등의 추가 내용이 담겨 있다. 비매품이며 총 1000여개소의 공공도서관에 무료 기증될 예정이다. 책의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익적 활동에 기부된다.

* 검색창에 ‘신간 리뷰’를 쳐보세요. 날마다 새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오디오북)’ =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창비. / 분야 : 에세이·세월호 참사 / 비매품



김선태 기자 kstkks@me.com

[MTN 온라인뉴스팀]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