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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진실을 지키다 간 시민 과학자의 고귀한 삶, ‘박상표 평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2016/01/14 13:03

2008년 촛불 시위를 이끈 양심적 지식인이자 부조리와 타협하기를 거부한 시민과학자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박상표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정책국장의 삶을 기록한 평전이 나왔다. 책이 나오기까지 그를 아끼던 서울대학교 수의대 동문 모임 ‘바른 사회를 지향하는 청년 수의사회(청수)’의 노력이 컸다.

그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상표 국장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입증하며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을 이끌어낸 수의사로 먼저 기억된다. 당시 그는 언론과 집회에 수없이 등장하며 ‘촛불 의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진실을 빚지게 되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관대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광우병 위험성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라는 점이었다.

정부에 맞서 전 세계의 첨단 연구 성과와 통계 자료를 제시하는 한 편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란, 어지간한 능력과 신념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이 일을 혼자 감당함으로써 거리의 시민과학자이자 ‘대항 전문가(counter expert)’로 우뚝 섰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실로 방대한 양의 자료를 거의 매일 찾아냈으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강연했고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어떤 사람은 그에게서 암 투병 중에도 핵의 위험성을 알리려 나선 일본 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高木仁三郞)를 떠올렸고 어떤 사람은 그를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유기적 지식인’의 전형이라 불렀다.

촛불 정국 뒤에도 그는 수의사이자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국건수)’의 정책국장으로서 사회운동가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러던 그가 2014년 1월 19일 홀연 자살로 삶을 마감했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전날에도 그는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에 관해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평전을 통해 받게 되는 그의 전체적인 인상은 인간적으로 조용하고 따뜻하면서 진실 앞에서 한없이 용감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그는 동물병원의 진료실에 앉아 문학과 역사를 공부하며 동물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던 인문학자이자 이상주의자였다. 2013년에 그가 쓴 책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는 제목만으로 그런 고민이 어디로 향하는지 느낄 수 있다.

현직 언론인으로 평전을 맡은 임은경은 박상표의 고향 여수를 비롯해 관련 인사와 지역을 일일이 뒤져 어린 시절에서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 전체를 빠짐없이 엮어 냈다. 책은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 ‘성실하고 정열적인 문학청년’, ‘민주화에 앞장 선 대학생’, ‘해박한 문화유산 답사가’, ‘검소하고 성실한 생활인’, ‘노동현장에 뛰어든 활동가’, 그리고 참여연대에서 시작한 ‘학구파 사회운동가’, ‘걸어 다니는 사전’, ‘유기적 지식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그를 조명하며, 그가 걸었던 하나하나의 발자취에서 의미를 찾아냈다.

이름이 상표라서 누가 ‘레테르(letter) 박’이라 불렀는데 그게 마음에 든다며 한동안 자기 이름을 레테르라 소개하던 이, 아내 조미숙의 말처럼 “아는 것이 많아 같이 있으면 인터넷 지식 검색을 할 필요가 없었던” 이면서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을 경멸했던 이다. 그가 살아 있다면 책에 기록된 여러 호칭 가운데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을지 모르겠다.

박상표는 대학 시절부터 ‘민들레처럼’이라는 아이디를 즐겨 썼다. 책은 민들레처럼 모질고 뜨겁게 살다 간 그의 삶을 담담하고도 생생하게 그려내서 더 가슴 아프게 한다. 책 표지와 본문 뒷부분에 2012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우병 토론회의 연사로 나선 고인의 사진을 실었는데,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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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표 평전 : 부조리에 대항한 시민과학자(양장본)’ = 임은경. 공존. 304쪽. / 분야 : 인물평전/ 값 : 18,000원



김선태 기자 kstkks@me.com

[MT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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