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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늄에서 그래핀까지…소재가 3D프린팅의 핵심

3D프린팅 소재 어디까지 왔나
최현숙 차장


대림화학은 지난 40년간 디스플레이 소재, 전자재료, 촉매 등을 개발·생산해온 화학소재 기업이다. 2013년, 3D프린팅 소재에 주목하고 연구개발에 나선 대림화학은 지난해 탄성을 가진 3D프린팅용 플라스틱 소재 ‘이플렉스(e-flex)’ 개발에 성공하고 보급에 나섰다.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밀착력이 좋아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 ‘나만의 개성이 담긴 밴드’ 프린팅이 기대됐다. 정형외과 의사들로부터는 ‘딱딱한 석고붕대를 대신할 최적의 소재’라는 평가도 받았다. 연구개발팀은 이플렉스 소재를 활용해줄 3D프린터 제조사를 물색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소재가 물러서 프린팅이 어렵다는 얘기였다. 대림화학이 직접 3D프린터 ‘FLEXOR(플렉서) S150’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대림화학은 탄성을 가진 3D프린팅용 플라스틱 소재 ‘이플렉스(e-flex)’ 개발에 성공하고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는 또 있다. ‘CES 2016’에 참가한 대림화학의 연구원은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3D프린팅 업체 중 한 부스에서 ‘e-flex’라는 글자를 새겨놨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베끼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우연의 일치로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대림화학의 모습은 국내 3D프린팅 소재 개발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대림화학이 직접 개발한 3D프린터 ‘FLEXOR(플렉서) S150’

“소재기술에 3D프린팅 미래 달렸다”
3D프린팅이 혁신기술로 소개된 지 몇 년이 지났다. 기존 대량생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부여해 제조업은 물론 가정까지 바꿔놓을 것이라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이렇다 할 활용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3D프린팅에 적용되는 소재의 한계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실 3D프린팅의 문제로 지적되는 강도, 표면특성, 제조시간, 해상도, 완제품의 물성 등은 소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재기술에 3D프린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3D프린팅에 사용되는 소재는 플라스틱, 액체 형태의 재료, 고무,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하지만 제조업이나 일반 가정에서 활용하기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3D프린팅 소재 개발의 핵심은 우수한 기계적 물성과 정밀한 형상 구현이 가능해야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 소재인 ABS수지는 냄새 문제가 있고, PLA수지는 부서지기 쉬우며 습기에 약하다. 최근 ABS와 PLA 두 소재의 장점만을 가진 새로운 소재로 유연성이 우수하고 수축과 변형이 없으며 재활용이 가능한 PET+가 나오고 있다. 프린팅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는 가격도 비싸다. 사출성형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1㎏에 300원 내외인 반면 3D프린팅에 쓰이는 광경화성 수지 가격은 1㎏에 10만~30만 원 수준이다. 플라스틱에 다른 소재를 혼용할 수도 있지만 기술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플라스틱 소재는 프린팅 과정에서 충분하게 압력을 가할 수 없어 치밀한 인쇄물을 얻는 데 한계가 있지만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유럽항공방위산업체인 EADS(European Aerospace and Defence Group)는 나일론 파우더를 소재로 에어바이크(Airbike)라는 새로운 자전거를 3D프린터로 출력했다. 바퀴와 페달, 안장, 몸체를 따로 만들어 조립한 형태가 아니라 자전거 한대를 통째로 인쇄하는 형태의 완성품이다. 강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기존의 자전거보다 65% 이상 무게를 줄였다.

플라스틱 소재 시장은 연평균 23.3%의 성장률을 보여 2018년 5억8300만 달러(약 7000억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D프린팅에 사용되는 금속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한이 많다. 분말 제조기술의 난이도가 높고 합금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알루미늄이나 텅스텐의 경우 열전도성이 높아 열을 받으면 주변의 금속분말을 함께 녹여버리기 때문에 제어가 어렵다. 현재 사용되는 금속은 알루미늄 합금, 티타늄 합금, 스테인리스 합금 등이다. 주로 의료, 기계부품 등에 적용되고 있다.

‘꿈의 소재’ 그래핀도 3D프린팅으로 출력
최근에는 티타늄합금과 초내열합금 등 고부가가치 소재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특히 항공부품에 쓰임새가 크게 늘면서 소재 개발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비행기 제작업체 보잉은 300여 개의 부품을 3D프린터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기존의 절삭 가공법으로 항공용 부품을 제조할 때는 원료의 손실도 많았고 원가상승의 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티타늄합금 등을 소재로 3D프린팅 할 경우 높은 원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자동차 제작업체 포드도 금속소재를 활용해 실린더를 출력하고 있다. 포드는 한발 더 나아가 부품에 사용한 소재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수리용 부품을 직접 출력하도록 할 계획이다.



로미코 메탈은 3D 프린팅에 사용될 수 있는 그래핀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그래핀은 지금까지 알려진 소재들 중 가장 얇고, 구조용 강철보다 약 200배 강하며 열과 전류의 전도성도 뛰어나 ‘꿈의 소재’로 불린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성과가 도출되면 웨어러블 컴퓨터 등을 3D프린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윈드폼은 탄소섬유를 포함한 고강도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윈드폼이 개발한 카본 소재는 이미 경주용 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모터스포츠의 커버로 출력되고 있다. 독일의 3D프린팅 제조업체 EOS는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티타늄, 코발트크롬, 니켈알로이 등 다양한 특성과 강도를 가진 금속 소재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미국 육군연구소는 ‘환경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군용품을 3D프린팅으로 출력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옷 모양이 스스로 변해 은폐와 엄폐가 더욱 용이해지거나 생화학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군복 등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3D프린팅 제조사, 소재 독점해 이익
3D프린팅 소재들은 3D시스템즈, 스트라타시스, EOS 등 글로벌 프린터 제조업체들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른 소재 업체의 진입장벽이 높고,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점유율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프린터 제조사들이 기계적 물성, 미관, 치수 안정성, 수율, 시스템 안정성 등을 고려해 프린터 시스템과 소재를 서로 최적화함으로써 다른 소재 사용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2D프린터 대표업체인 HP가 잉크 등의 소모품 판매로 매출의
약 60%을 채우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전 세계 3D프린팅 기술별 소재 특허를 보면, 3D시스템즈는 세라믹, 알루미늄, 에폭시 등의 소재에 집중하고 있고, 스트라타시스는 열가소성 플라스틱, 폴리에틸렌, 에폭시 소재의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6억1500만 달러(약 7500억 원)였던 소재 시장규모는 2018년 8억68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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