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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도 동주씨의 시를 참 좋아했나 봐요.’ [배우 최희서 인터뷰]

영화 ‘동주’의 그녀, 쿠미役

머니투데이방송 오성록 기자2016/03/03 16:08

일제 강점기, 현실을 알게 된 두 남자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투쟁을 시작한다!

영화 ‘동주’는 시인 윤동주(강하늘)와 송몽규(박정민)의 일치하면서도 다른 삶을 보여준다. 이름도, 언어도, 꿈도, 어떤 것도 쉽게 허락되지 않은 시기에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몽규와 반대로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에게 어느 날 그의 시를 읽고 싶고, 그를 알고 싶어하는 조력자 ‘쿠미’가 나타난다.

영화 ‘킹콩을 들다’에서 역기를 들었던 서여순은 ‘동주’를 통해 일본인 ‘쿠미’가 됐다. 동주의 곁에서 그의 시를 지킨 그녀, 배우 최희서를 만났다.

▶▶ 인사말 부탁 드린다.
▷▷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최희서입니다. 이번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일본 여학생 쿠미 역을 맡았습니다.

▶▶ 얼마 전부터 예명을 사용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
▷▷ 영화 ‘킹콩을 들다’ 때는 최문경이라는 본명을 사용했어요. 이후 본명이 교수님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것 같아 바꾸려 마음 먹었는데 토지의 ‘최희서’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서 최희서라 지었어요. 가끔 ‘최서희’씨와 헷갈린다고 하시지만 ‘희서’란 이름이 드물기도 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에서 필리핀 새댁으로 주목 받던 그녀는 일본인 ‘쿠미’로 돌아왔다. 가냘프지만 강인한 정신을 지닌 ‘쿠미’는 실제 그녀와 많이 닮았다.

▶▶ ‘동주’는 어떤 영화인가?
▷▷ 동주는 시인 윤동주의 미완 청춘 이야기에요. 사촌 형제인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이 교차로 진행되며 마치 둘이 한 사람의 자아인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동주는 내성적이며 시를 통해 독립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다면, 몽규는 활동적이며 독립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에요. 결국 둘의 신념은 독립을 위한 한 마음인거죠.
저는 동주가 일본 유학을 갔을 때 동주의 시에 반해 그 시를 출판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조력자 ‘쿠미’ 역할이에요.

▶▶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는가?
▷▷ 감독님께서 촬영장 분위기를 많이 이끌어 주셨어요. 촬영 도중 뭔가 잘 안되면 ‘왜 이래?’가 아닌 ‘무슨 문제 있어?’라며 배우와 스탭을 알아가려 노력하시는 분이셨어요. 감독님이 나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니 배우나 스텝도 더 믿고 의지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다면?
▷▷ 첫 촬영이 전차를 타고 동주를 만나 시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인데요. 긴장을 많이 하고 있을 때 강하늘씨가 “누나 이거 한번만 더 발음해 주세요”라며 가져온 대본이 너무나 꼬깃꼬깃해서 함께 웃을 수 있었고 열심히 대본을 붙잡고 있던 모습에 나도 격려를 받았어요. 그 덕에 긴장이 많이 누그러져 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 영화 ‘동주’ 보신 분들은 엔딩 장면이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세요. 제게도 엔딩은 감정선의 클라이막스라서 뜻 깊고 가슴 시린 장면이에요. 영화를 본 관객 분들의 반응에서 내 감정과 소통을 이룬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엔딩씬을 기대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 ‘쿠미’와 비교했을 때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
▷▷ 저는 기본적으로 ‘쿠미’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것 같아요. 어떤 것에 마음을 먹게 되면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고집이 있는 성격이랄까? 자기 멋대로인 부분도 살짝 있고요. 차이점은 ‘쿠미’는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면 전 얌전한 편은 아니라 그 부분이 달라요. 박명신 선배님께서 극중 ‘쿠미’의 고상한 모습을 보시고는 어쩜 그렇게 가증스럽게 연기했냐고 하셨는데 평소 말씀을 아끼시던 분이라 굉장한 칭찬을 해주신 듯 해요.


최희서는 최강스펙을 지닌 엄친딸이다. 5개 국어(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 이탈리아어)에 능한 그녀는 차가운 모범생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아버지 직장을 따라 일본, 미국 등 외국에서 거주하면서도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왔다.

▶▶ 한국, 일본, 미국 학교를 오가며 학교 진도를 따라가는 것만도 버겁지 않았는가?
▷▷ 저는 일본에서 학교 다니면서 한국어와 수학은 따로 공부했어요. 미국에서는 주말에 한국학교를 따로 다니기도 했고요. 특히 수학은 일본과 미국이 한국보다 낮은 난이도로 수업을 해서 더 많이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 이야기 들어보면 어린 시절 공부만 했을 것 같은데?
▷▷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공부만 했는데 다 소용이 없더라고요(웃음). 사실 공부할 때는 몰랐는데 흥미를 가지고 공부했던 과목이 지나고 나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이 돼 최근에는 열심히 공부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대학가면 네가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해’라는 엄마 말만 믿고 무작정 공부만 했던 소녀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연극 동아리를 찾았고 중학교 때부터 가졌던 꿈인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 데뷔작 ‘킹콩을 들다’는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나?
▷▷ 평소 연극만을 꿈꾸다가 우연한 계기에 지인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고 감사하게도 합격했어요. 첫 촬영을 하며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이후 혼란도 왔지만 그래서 오히려 영화가 더 하고 싶었어요.

▶▶ 영화와 연극, 드라마 각 장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실 드라마는 경험이 적어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영화와 연극으로 이야기 하면 아직은 연극이 더 익숙한 것 같아요. 마치 집에 온듯한 느낌, 편안한 느낌이 있어 자신감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반면 영화는 촬영이 끊겼을 때 다음 촬영까지 감정을 이어가는 것이 어렵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 시나리오와 감독님이 좋으면 무조건 하고 싶어요. 시나리오와 감독님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작품이면 역할은 크게 상관 없다고도 생각하고요. 굳이 꼽자면 역도선수, 필리핀 며느리 등 독특한 캐릭터를 했었기 때문에 반대로 일반적인 한국 여자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미생의 강소라씨 역할 같은 느낌?


배우 최희서를 언뜻 ‘세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행동에 있어 밀고 나가는 기세가 사뭇 강하다. 하지만 최서희가 센 배우인가 하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얌전하거나 귀엽거나 하는 역할은 본인이 끌려 하지 않는다.

▶▶ 혹시 노출이 필요한 역할 제의가 들어온다면?
▷▷ 역할에서 필요한 장면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아가씨”도 오디션을 보고 싶었고요. (아가씨는 미성년자는 응시할 수 없으며 노출 연기가 가능한 배우를 섭외한 영화로 알려져 있음) 당시 전라 노출 협의 없음이라고 해서 주저했던 친구들도 많았는데 저는 박찬욱 감독님 작품이고 원작이 ‘핑거 스미스’라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오디션 신청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내 이미지와 안 맞았는지 영화사 쪽에서 오디션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 다음 작품 계획은 무엇인가?
▷▷ 4월달에 시작 예정인 2개의 영화가 있어요. 아직 확정하지 않아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음에도 영화로 찾아 뵐 것 같습니다. 그리고 5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영화가 있는데 무명 여배우 이야기에요. 당시 제가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데 모든 카메라와 팬의 시선이 내 뒤의 유명 배우를 주목하는 장면이 사진에 담겼거든요. 저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았죠. 이 스토리가 곧 영화화 될 예정인데요. 제겐 아직 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는 느낌이기도 하고 올해 안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 대중에게 ‘최희서’는 어떤 배우이고 싶은가?
▷▷ 이 배우가 하는 역할, 이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은 대중들이 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너무 큰 욕심일까요?

최희서는 엄청 욕심이 많은 배우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믿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인기 많은 배우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꾸준히 팬을 만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언젠가 ‘흥행보증수표 최서희’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다. 빠른 시일에 그녀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오성록기자

osrwkd@gmail.com

미디어비즈부 오성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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