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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대산문화 봄호 … 「봄·봄」 메들리, 염무웅 대담, 김우창 에세이, 은희경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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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은 문학교양지 『대산문화』 2016년 봄호(통권 59호)가 나왔다. 창작 작품으로 은희경·윤혜준의 단편과 김윤배·이민하의 시들을 실었고, 김유정 소설 「봄·봄」 이어쓰기를 주제로 한 기획특집에 전상국·이순원·이기호 등이 참여했다.

‘기획특집’은 김유정의 「봄·봄」 그 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원작은 데릴사위로 들어간 주인공이 혼례를 미루는 장인과 담판을 지으려다 지게막대기로 흠씬 두들겨 맞는 장면으로 끝난다. 김유정과 같은 강원도 출신 다섯 작가가 개성이 뚜렷한 다섯 ‘나’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전상국의 「봄·봄하다」에서 점순이는 소심한 새침데기이다. 데릴사위로 들어온 칠보를 꼬드겨 봉필영감과 싸움까지 붙게 만든 점순이는 무심코 내뱉은 “나 시집 안갈 테야유!” 이 한마디로 마을사람들의 빈축을 산다. 전전긍긍하던 점순이 마침내 칠보에게 편지를 쓰는데,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칠보 씨, 우리 빨랑 봄봄해유.’

김도연의 「봄밤」에서 지게막대기로 흠씬 두들겨 맞고 난 그 봄이 이태나 지나고, 또 봄날이 다 가고 있는데도 종포는 여전하다. 점순이는 바보 멍텅구리 종포만 생각하면 속이 답답한데, 달이 환하게 비추는 어느 날 밤 야참을 가지고 종포의 방에 찾아간다. 상황을 설득시키려고 대화를 이어가던 둘은 묘한 분위기에 빠져드는데…… 천둥 치듯 쳐들어온 아버지는 사정없이 지게작대기를 마구 휘두르고, 종포는 점순이를 감싸 안고 묵묵히 매를 맞는다.

이번 호 ‘대산초대석’은 반세기가 넘게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활동해 온 평론가 염무웅 선생을 후배 평론가인 김수이 씨가 만나 꾸몄다. 그동안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경험적 비평’과 ‘체험들의 심미적 조직화’에 주목해 온 선생은 문학의 리얼리티와 미학성을 함께 강조한다. 삶의 현장과 문학에 대한 감각을 서로 공유하며 이해하는 젊은 작가들의 활동을 격려하는 한편, 문학이 세계의 다른 부분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방면으로 사색하길 권했다.

‘인문에세이-길을 묻다’는 새로 시작되는 코너로 이번 호에는 고려대 명예교수 김우창 선생의 글을 실었다. 선생은 ‘대충 알기/자세히 알기 - 인문적 사고 그리고 양식’이라는 글을 통해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인간으로 바르게 하는 것인가’라는 철학의 근본 질문을 제기한다. 다른 한편, 학문이 경제에 봉사하고 나라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대공리(大公理)가 지배하고 가운데, 문학은 우리의 삶을 규제하고 압박하는 정치 경제 사회 구조와 그 문제점을 조사하고 검토하는 현실의 검증으로 그 엄숙성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창작의 샘’에 실린 은희경의 단편 「정화된 밤」은 두 왕따 남녀의 결혼을 통해 ‘신’이 왕따 당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다니엘의 부모 요셉과 젬마는 이름처럼 가톨릭 신자들이다. 매사 소심하기만 하여 천성적인 외톨이였던 젬마가 이를 타개하고 ‘권위와 사랑과 우아함을 갖춘 집단에 소속되고자’ 근처 성당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성가대 연습실을 찾아간 젬마는 첫눈에 지휘자 가브리엘에게 이끌렸지만 그에게 고백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상황은 꼬여 크리스마스 날 성가 공연 뒤 고대하던 올나이트 모임 대신 요셉과 밤거리를 전전하다 너무 추운 바람에 함께 여관방을 찾는데, 그 길로 젬마는 임신하고 다음 해 봄 요셉과 결혼한다. 아들까지 나아가며 비교적 평온한 가정을 이끌던 두 사람은 가브리엘이 보내 온 음악회 초청장으로 인해 위기를 맞는다. 무엇보다 음악회 ‘정화된 밤’의 내용이 요셉을 자극했고, 젬마는 아들 다니엘에게 초청장을 넘긴다. 팸플릿 해설문에는 여자의 대사가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아이를 가졌어요. 당신의 아이가 아닙니다. 당신과 나 자신에게 최를 지었지요.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몸을 맡겼고 그 낮선 이에게 안겨 환희를 맛보았어요’ 다니엘과 함께 공연을 보고 나온 여친 엄지는 공연 내용이 다니엘의 부모와 연관되어 있음을 눈치 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아, 알았다. 네가 그 정화된 아이구나, 그치?’ 문제는 다니엘의 부모가 결혼과 함께 성당으로 향하던 발길을 끊었다는 사실이다. 신은 ‘그토록 머리를 짜서 만들어놓은 성가족의 서사에 자신의 자리가 사라져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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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산문화(2016 봄호)’ = 편집부. 대산문화재단. 210쪽. / 분야 : 문학잡지·교양지 / 값 : 6,000원



김선태 기자 kstkks@me.com

[MT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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