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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인터넷 떠도는 내 흔적 '잊힐 권리'가 필요한 이유

김주영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주영 기자]



# 수 년간 연락이 끊긴 대학 동창으로부터 최근 전화를 받은 직장인 권 모씨. 대학 시절 '조 모임'을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휴대폰 번호를 보고 연락했다고 한다. 동창과 연락이 닿은 점은 좋지만 이렇게 개인정보가 새고 있었다니 어쩐지 찜찜하다. 휴대폰 번호를 지우려고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계정 미사용으로 회원정보가 파기돼 삭제가 안된다고 한다.


# 직장인 이 모씨는 소개팅남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끊긴 경험이 있다. 주말에 만나기로 하고 일주일 간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어느순간 소위 '연두(연락두절)'가 됐다. 주선자에게 물어보니 수년 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장난기 가득한 사진을 보고 변심했다고 한다. 해당 사이트는 사업 폐지로 관리가 중단된 상태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개인정보 중에는 공개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또 지우려고 해도 특정 사정으로 삭제되지 않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인터넷상의 '잊힐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른바'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모범규준을 공개한 것.


모범 규준을 보면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회원 탈퇴나 1년간 계정 미사용으로 회원정보가 파기된 경우, 계정정보를 분실해 이용자 본인이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사이트 관리를 중단한 경우, 사자가 위임한 지정인이 사자의 게시물 접근 배제를 요청하는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삭제 권한을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가 삭제할 수 없는 경우에 잊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포털이나 게시판ㆍ카페 운영자 등 사업자를 대상으로 잊힐 권리를 주장해 정당성이 인정되면 해당 콘텐츠는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게 블라인드 처리된다.


앞서 해외에서는 2010년 스페인 이용자가 숨기고 싶은 과거 사실을 담은 디지털 기록이 구글 검색에서 제외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유럽 사법재판소는 2014년 5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아직 잊힐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 국가는 많지 않다. 잊힐 권리가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거세다.


우리도 지금이라도 잊힐 권리에 대해 논의의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모범규준 제정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작성자 본인이 작성한 콘텐츠에 한해서만 잊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잊힐 권리는 과거의 실수나 잘못으로 평생 낙인이 찍힌 채 살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본인이 스스로 발등을 찍은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츠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음란 화상 영상, 청소년 유해 매체물, 국가기밀 등 불법 정보는 지금도 삭제 대상이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츠 가운데 지우고 싶은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잊힐 권리를 남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방통위는 자기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을 법으로 접근 차단이나 삭제가 금지됐을 때, 공익과 관련이 있을 때 적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 달 잊힐 권리에 대한 모범규준이 정식으로 제정되면 경과를 지켜보면서 그 효과와 부작용, 개선점에 대한 면밀히 분석한 뒤 보완할 부분을 손봐야 한다.

아울러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모범규준을 넘어 법제화를 추진하려면 지금부터 한 걸음씩 본격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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