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출판사의 신간 리뷰] 집필 기간 10년, 700여 명의 실존인물 … 소설로 재구성한 ‘유럽 반파시즘 운동사’

MTN

“지배 계급에 대한 ‘저항’은 연대를 통해 가능한데, 연대는 무엇보다도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토대로 한다. 그리고 상상력은 무엇보다도 문학과 예술을 통해 가능하다.”

서독과 동독, 중립국, 제1세계와 제3세계, 서양과 동양을 가리지 않고 제국주의적 억압과 착취를 고발했던 세계시민이자 사회 참여 작가 페터 바이스의 마지막 역작 『저항의 미학』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33~35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극작가로 먼저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 페터 바이스는 정치적 참여와 행동을 작가적 의무로 생각하고 여러 정치 ·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희곡을 썼다. 그리고 그가 생의 마지막 10년을 바친 역작, 무려 6,700매에 달하는(번역 원고 기준) 장편소설 『저항의 미학』은 1972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75년에 1권, 1978년에 2권, 1981년에 3권이 출간되었다. 페터 바이스는 그 과정에서 심장병이 악화되어 1982년에 6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문학과지성사는 6년여의 번역 작업과 다시 2년간의 다듬기. 그리고 다시 1년 반의 교정 작업을 거친 끝에 이 책을 출간했다.

『저항의 미학』은 1937년에서 1945년까지 유럽 전체를 휩쓸었던 파시즘의 파괴 전쟁과 그에 대한 사회주의 세력의 저항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독일 반파시즘 역사를 바라보는 페터 바이스의 관점은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데,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파국의 순간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다.

소설은 노동자이자 반파시즘 저항운동가인 스무 살의 젊은 주인공이 국제여단에 입대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자 고향 베를린을 떠나기 하루 전인 1937년 9월 22일에 시작되어 스페인과 파리, 망명지인 스톡홀름, 베를린에서의 저항운동을 기록하고, 1945년 세계대전의 파국적 종말과 함께 끝난다.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은 지하조직에서 활동하는 노동운동 및 공산주의 계열의 반파시즘 저항세력이다. 바이스는 무수한 일차 기록과 이차 자료들을 조사 · 연구하고, 생존자 및 목격자들과의 수많은 인터뷰, 현장 답사를 통해 이 소설을 완성해냈다. 소설에 기록된 모든 사건은 역사에 실제로 있는 사실이며, 묘사된 장소와 인물들은 화자인 나와 나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재했으며, 언급되는 책과 미술작품들은 실제 비평으로 손색이 없다.

사실일 뿐 아니라 너무나 구체적이고 생생한 보고와 고백들, 권력에 저항하다 고문당하고 학살된 희생자 관점에서 이루어진 이 과거에 대한 성찰은 역사 속에서 순수한 이타심과 열정으로 자신을 희생한 이름 모를 사람들의 얼굴을 되찾아주었고, 남은 자를 각성시켰다. 1930~40년대의 사회주의 · 공산주의 계열의 반파시즘 저항의 역사는, 서독에서는 외면되거나 망각되었고, 구동독은 자신들을 반파시즘 투쟁과 승리의 주역으로 단정한 채 정권의 정당화를 위해 왜곡, 미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반파시즘 저항운동의 역사를 그 과정에서 희생된 평범한 익명의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1945년 5월은 승리의 순간이라기보다 오히려 대파국의 순간이다. 화자 ‘나’에게 1945년은 파시즘에 저항했던 수많은 진정한 사회주의자들, 모든 인간의 해방과 자유를 꿈꾸었던 저항의 역사의 진정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파시스트들에 의해서, 아니면 스탈린주의자들에 의해서 거의 처형되었거나 사라져버린 절망의 시점이었다.

“여기 돈키호테의 땅, 이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자리야.” 화자의 이 말처럼 페터 바이스는 자신은 살아남은 자로서 그 무시무시한 폭력에 ‘저항’하고 ‘희생’되었던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품었던 꿈과 희망, 그들이 느꼈던 공포와 절망, 그들이 보았던 역사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고 전달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페터 바이스는 다른 시대,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역사적·사회적 상상력을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며, 이것이 바로 ‘저항’을 담보하는 ‘미학’의 원천이자, 지배를 종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이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성 회복을 위해 파시즘에 저항했고, 그로 인해 학대받고 살해되었던 (살해될 뻔했던) 모든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또 그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애도의 소설’이다.


* 검색창에 ‘신간 리뷰’를 쳐보세요. 날마다 새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저항의 미학(대산세계문학총서 133·134·135, 전 3권)’ = 페터 바이스. 문학과지성사. 1권 566, 2권 524, 3권 442쪽. / 분야 : 독일소설 / 값 1권 18,000원, 2권 18,000원, 3권 15,000원








출판사 서평 = 정리 김선태 기자 kstkks@me.com

[MTN 온라인뉴스팀]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