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언덕이라는 의미의 대부도는 서해안에서 제일 큰 섬이다. 방조제로 연결된 이후 섬 아닌 섬이 되어 버렸지만, 온종일 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섬으로 남아있다. 바지락 칼국수와 조개구이, 시화방조제가 전부인 것처럼 기억되는 대부도는 섬 안에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드라이브하듯 섬을 지나치기보다 조금 일찍 서둘러서 대부도의 또 다른 면을 느끼고 즐겨보자.
내륙에서 출발해서 방조제가 끝나는 지점인 방아머리항부터 바다를 따라 놓인 해솔길이 시작된다. 대부도 전체 해안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길은 하루나 이틀의 짧은 시간만으로 모든 길을 보여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보통 짧게는 두 시간에서 길게는 서너 시간을 잡아야 하니 아무리 작정해도 하루에 3개 코스 이상은 힘들다. 대부도 해솔길은 1코스를 기준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을 둘러서 7코스까지 연결이 되어있다. 총 74km로 가장 긴 것은 16.6km 길이의 7코스이고, 가장 짧은 것은 5.1km 길이의 2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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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솔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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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솔길 |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솔길 1코스는 3~4시간 정도 걸린다. 북망산 허리를 따라가다가 구봉약수터를 거쳐 개미허리 - 구봉도 낙조전망대 - 구봉선돌 - 종현 어촌 체험마을을 거친다. 어린아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걸어갈 수 있다. 지도상으로 볼 때 대부도 북서쪽으로 뿔처럼 튀어나온 구봉도는 다른 해솔길에 비해 공영주차장과 매점, 식당 등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 1코스 시작점에는 대부도 관광 안내소가 있어 다른 여행 정보를 참조하기에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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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약수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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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허리 위에 놓인 아치교 |
특히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는 구봉도 낙조전망대는 맑은 날이라면 탁 트인 바다와 함께 멋진 노을도 감상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의자도 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물이 빠진 상태라면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되고 밀물 때는 등산로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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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전망대 조형물 '석양을 가슴에 담다' |
각기 다른 코스로 다녀도 좋고 7코스부터 거꾸로 시계 방향으로 가도 좋다. 숫자는 코스를 구분해 놓은 것일 뿐 1코스부터 시작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마을 안길도 더러 속해 있지만, 대부분 바다를 따라 걷도록 조성되어 있다. 바다가 눈에 지겹도록 들어왔다면 그랑꼬또 와이너리(2코스)에서 향긋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같이 걷던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종이미술관(4코스)에서 종이공예 체험을 할 수도 있다. 허기가 느껴질 때는 섬을 지나는 버스들을 이용해 맛난 음식을 즐기면 된다. 대부도 중앙으로 오가는 123번 버스를 비롯한 해솔길을 연결하는 버스들이 있으니 필요하다면 해솔길 안내지도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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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도 낙조전망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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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바위와 할아비바위 |
1코스만큼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은 해솔길 6코스의 끝 지점인 탄도항이다. 탄도항에서는 등대전망대가 있는 누에섬까지 물때에 따라 바닷길이 열리므로 관광안내소에 시간을 문의하고 들어가야 한다. 특히나 발목 깊이 정도로 물이 거의 빠졌을 때 맨발로 바닷길을 걷는 묘한 기분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물이 덜 빠진 바닷길은 어린아이들이나 노약자는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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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섬으로 향하는 바닷길 |
탄도항은 탄도 방조제를 축으로 요트축제로 잘 알려진 전곡항을 마주하고 있다. 축제 기간만큼은 아니지만, 평상시에도 바다와 요트가 어우러진 경관이 좋다. 탄도항에는 갯벌 생태계와 대부도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어종과 어촌 주민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안산어촌민속박물관도 있어 교육적인 면에서도 좋은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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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항에서 바라보는 전곡항 |
가장 긴 7코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코스들은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 정도를 예상해야 하니 간단한 음식과 음료 등을 준비해야 한다. 중간에 가게들이 있지만 3코스, 4코스, 7코스는 매점을 찾기 힘들다. 1코스부터 6코스까지는 가벼운 트레킹을 하기 좋다. 대부도의 오른쪽, 즉 대송단지를 감싸 안은듯한 7코스(탄도항부터 대부도 관광안내소까지)는 걷기보다는 자전거를 빌려서 달리는 것이 제맛이다. 제방같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스팔트 도로로 되어 있지만, 공사 차량이나 관계 차량이 어쩌다 한번 지나다닐 뿐 일반 차량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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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도에서 바라보는 영흥대교 |
보잘것없이 그저 그런 수도권의 섬으로 기억되던 대부도는 최근 들어 안산시의 계획과 관리 아래 여행객들이 자주 찾고 보듬어가는 섬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름이면 거리는 달콤한 포도 향기로 가득하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붉은 석양이 담긴 맛난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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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솔길 3코스와 연결된 선재대교 |
길고 긴 시화방조제로 연결된 후 섬이라는 특성을 잃어버렸지만, 대부도는 여전히 섬으로 남기고 싶다. 섬이 가진 낭만은 고스란히 갯벌에 남아 있고, 때가 되면 빠졌다가 들어오는 바닷물도 변함이 없다. 늦은 오후에 붉게 잠들어 가는 황홀한 노을이 그렇고, 진한 바다 내음 간직한 음식을 내놓는 식당도 그렇다. 마음이 내키면 선재대교나 영흥대교를 거쳐 영흥도 서쪽 끝까지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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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염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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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섬 |
해솔길 외에도 대부도는 여러 곳의 어촌체험마을이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세종도예원의 도자기 체험이 있다. 유리 공예와 유리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는 유리박물관인 유리섬, 염전 체험을 할 수 있는 동주염전 등 가족과 연인 단위로 즐길 요소들이 정말 많다. 대부도 여러 체험관이나 미술관, 박물관 등은 대다수가 월요일에 휴무이다. 출발 전 개관 시간을 비롯해 각종 시설의 운영 여부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