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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롯데그룹 검찰 수사 2개월 '중간 점검'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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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본격화 된 지 이제 두달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계열사 여러 곳에서 '백화점식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 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롯데그룹 관련 수사를 중간 점검 해보겠습니다. 이대호 기자!

< 리포트 >
앵커1) 벌써 두달이 지났습니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초기에는 굉장히 대대적으로 펼쳐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롯데그룹 심장부가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지난 6월 10일이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대대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죠.

6월 10일 하루에만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 호텔롯데, 롯데홈쇼핑, 롯데정보통신 등 주요 계열사, 그리고 신동빈 회장 집무실 등 17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이 벌어졌고요. 당시 동원된 수사 인력만 240여명, 서울중앙지검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 달했습니다.

6월 14일에는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등 15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졌습니다.

이틀 동안 압수된 자료만 1.5톤 트럭 10대 분량에 달했고, 이후에도 계열사별 사안에 따라 수시로 압수수색이 이어졌습니다. 임의제출 등을 포함하면 전체 압수수색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롯데그룹 검찰 수사에는 국내 기업범죄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습니다.


앵커2) 지금까지 드러난 각종 혐의들을 정리해볼까요?

기자) 우선 구속된 사람만 현재까지 3명입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BNF통상 대표 이모씨,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인데요.


신영자 이사장의 경우 BNF통상에 딸들을 임원으로 허위 등재하고 급여 명목으로 4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 입점에 힘써주는 대가로 화장품 업체 등에서 30여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입니다.

BNF통상은 신 이사장 아들이 소유한 것으로 돼 있지만, 검찰은 사실상 신 이사장의 회사로 보고 있고요. 이 회사 대표 이모씨는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있습니다. 지난 10일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집행유예'를 구형했습니다. 두달 전 증거인멸 행위를 강하게 비난했던 것과 사뭇 다른 결과죠.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인데, 신영자 이사장이 구속된 것과 연관있어 보입니다.

기준 전 사장은 롯데케미칼 대표 재직 시절 허위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253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정하게 환급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앵커3) 이뿐만이 아니죠. 그룹 혐의를 모두 열거하면 시간이 모자랄 정도인데, 간략하게 정리해볼까요?

기자) 현재까지 나온 비리 혐의 중 가장 큰 건은 6,000억원대 세금 탈루 혐의입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2005~2010년 사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장녀 신영자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 씨, 막내 딸 신유미 씨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수차례 우회하는 방식으로 6,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규모의 세금 탈루는 국내 재벌범죄 사상 가장 큰 규모입니다.

검찰은 이것이 "신격호 총괄회장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했고, 이를 실행한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과 이봉철 정책본부 지원실장(부사장)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롯데홈쇼핑은 '상품권깡' 등의 방식으로 1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홈쇼핑 사업자 재승인 심사를 받을 때 비위사실을 누락한 혐의, 미래부와 감사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강현구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한차례 기각된 바 있습니다.

이밖에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대홍기획 등 계열사들도 10억~2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이 해외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불필요하게 거치도록 해 최소 200억원대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수사 대상입니다.

ATM기를 공급 관리하는 롯데피에스넷에 적자가 지속됐음에도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과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 등 그룹 계열사가 약 481억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한 것이 배임 아닌지도 검찰이 살펴보는 중입니다.

이밖에 검찰 수사가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까지 번질 것인지도 주목됩니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은 물론,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해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이고, 기준 전 사장은 이계훈 전 공군참모총장의 광주제일고 선배입니다.


앵커4) 지금까지 나온 혐의들만 봐도 정말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고 있는데요.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은 왜 나오는 걸까요?

기자) 6,000억원대 세금 탈루 혐의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열사별 먼지털이식 수사를 통한 혐의 만들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매출이 '조 단위'인 대기업에서 수년동안에 걸친 '1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는 석연치 않은 회계처리 몇개만 문제 삼아도 엮어낼 수 있는 혐의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관련 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와 롯데건설 임원 두명, 그리고 롯데케미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대가로 뒷돈을 챙겼다는 세무법인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근 잇따라 기각된 바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혐의에 대해 검찰은 "해외 계열사여서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수사 진척이 잘 되지 않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사 초기부터 검찰의 칼끝은 그룹 수뇌부와 신동빈 회장을 향했는데, 다른 대기업집단 수사 때와 달리 그룹 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가 늦어지면서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옵니다.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롯데 측은 검찰이 더 압박을 해올 것이어서 더욱 긴장하고 있습니다.


앵커5) 그러게요. 롯데 총수일가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아직까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혐의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검찰도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고요.

신 회장 소환 전에 그룹 수뇌부 즉, 이인원 부회장과 황각규 사장, 소진세 사장 등 이른바 신동빈 회장 가신그룹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텐데, 이 과정도 아직은 별다른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의 '정점'이 신동빈 회장임을 분명히 했는데요.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신동빈 회장과 그룹 정책본부 쪽의 범죄 사실이 충분히 조사 돼 있다"며, "(현재 수사가)계열사에 국한돼 있다고 해서 정책본부나 총수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이 없거나 더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서미경 씨 등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증여 당시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서도 "신 회장 등이 가족인데 서씨 등에게 증여된 주식과 무관할 수가 있겠느냐",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은 롯데그룹 전체의 지배권에 대한 문제이므로 지분 이전에 무관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신동빈 회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수사를 보강한 뒤 추석 전에는 신 회장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미경 씨와 신유미 씨는 소환조사 받을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현재 두 사람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데, 검찰은 변호인을 통해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귀국을 미루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6,000억원대 탈세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였다는 점을 검찰이 확인했는데, 정작 신 총괄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수년 전부터 치매약을 복용하는 등 판단력이 온전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이뤄질 서울가정법원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 결정에 따라 소환 여부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앵커6) 롯데 핵심 임원들이 총수일가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할 것이냐도 관전 포인트죠?

기자) 수사 초기에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에게 매년 새로 생기는 300억원대 자금을 두고 비자금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는데요. 당시 검찰은 신 총괄회장 비서였던 이일민 전무가 마치 비자금 존재를 진술한 것처럼 언론에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상 두 사람이 매년 받는 급여와 배당금 정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랜 시간 지근거리에서 총수를 모시던 사람이 검찰에 의해 일순간 배신자로 몰릴 수 있었던 것이죠.

한편 검찰은 "영장 청구 대상자가 몇 명 더 있다"며, "그 중에는 사장급 인사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용과 시기는 다르지만 그룹 고위급에 대한 보강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룹 정책본부 수뇌부, 계열사 사장 등의 입에서 신동빈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진술이 나올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7) 롯데그룹 수사는 언제쯤 마무리 될까요?

기자) 알 수가 없습니다. 검찰은 지난 6월 공개 수사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속전속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때문에 늦어도 8월 초쯤이면 수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고요.

하지만 이후 수사가 길어지며 9월 중순, 추석 전에 수사가 끝날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롯데그룹은 수사 장기화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일각에서는 빨리 수사가 끝나고 재판 단계로 가는 것이 그룹 정상화에 도움될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앵커 클로징) 오늘은 롯데그룹 검찰 수사 '중간 점검'을 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총정리는 언제쯤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어찌됐든 롯데그룹 국내 임직원만 12만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잘못이 있다면 남김 없이 밝혀지고 롯데 계열사들은 하루 빨리 정상화의 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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