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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본, 국내 주식 마이너스 성적 심각...'100조 사령탑' 외부위탁 논의까지

이충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충우 기자]

100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금융시장 큰 손인 우정사업본부의 국내 주식투자성과가 다른 연기금에 비해 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과 국내외 채권 등 다른 자산군도 시장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우정사업본부 자산운용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을 하는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순환보직에 따른 전문성 미흡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아예 외부 운용사에 CIO 역할을 맡기고 운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통째로 일임하는 OCIO(Outsourced CIO)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본, 국내주식 수익률 특히 부진


우정사업본부 자산운용은 예금과 보험으로 나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인천 연수구을)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우체국 예금 자산은 62조원, 우체국 보험은 47조원에 달한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이다. 우체국 예금의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은 절대수익률 기준으로 연초 후 -3.05%를 기록했다. 우체국 보험도 국내주식 수익률도 마이너스인데 -1.97%를 기록했다.


6월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다른 주요 연기금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상반기 국내주식 수익률은 1.4%다. 공무원연금의 올상반기 기준 국내 위탁운용 수익률은 -0.4%이지만 국내 직접운용은 3.3% 수익률을 기록해 위탁운용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전했다. 다만, 사학연금이 국내 직접운용에서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위탁운용 성과가 부진해 전체적으론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우본 국내주식 성적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는데 하반기들어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주식 자산을 전부 외부 위탁운용사에 맡긴다. 우본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연기금은 내부인력이 직접 운용하는 경우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운용을 한다. 이런 이유로 올해 대형주 장세에서는 중소형주 투자를 비롯해 다양한 스타일로 운용하는 위탁운용보다 대체로 직접운용 성과가 좋았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 200지수가 올들어 7%정도, 코스피는 3.9% 올랐는데 코스닥은 -2.5%를 기록했다"며 "벤치마크가 코스피 200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운용하는 곳은 주식운용 성과가 좋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위탁운용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 성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출처 :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실, 시가자산 올 상반기 수익률>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채권은 절대수익률 수치상으로는 다른 자산군 대비 양호해보인다. 하지만 시장 대비 수익률로 따져보면, 보험의 국내 채권은 마이너스 성과를 면치 못했고, 예금의 국내 채권도 시장 대비 0.13% 초과수익을 내는데 그쳤다.


민경욱 의원에 제출한 우정사업본부 자금운용 현황을 보면, 벤치마크 대비 해외 채권 수익률의 경우 보험과 예금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환보직 인사에 따른 책임성ㆍ전문성 결여 논란


국내 주식 투자성과를 넘어 전체 운용성적이 부진한 데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로서 순환보직 인사 문제가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우정사업본부의 보험사업단장과 예금사업단장은 CEO 역할을 하고, 각 운용과장들이 CIO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일례로 보험사업단 자산운용과장의 경우 1년간 두 차례나 교체됐다. 지난 6월말엔 미래부 출신 경영기획실 담당관이 새로 선임됐다. 동시에 지난해 10월에 왔던 전임 과장은 친정인 미래부의 소프트웨어 정책과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10월 자산운용과장으로 선임된지 9달만이다.


이렇게 자산운용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업무를 하다와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실제 투자는 외부 위탁운용사에 맡기더라도 전체적인 자산배분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데 이런 중대한 역할을 할 우본 CIO의 전문성도 문제라는 시각도 나온다.


민경욱 의원은 "우정사업본부는 한 해 100조가 넘는 예금과 보험 자금을 운용함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업무를 최종 책임지는 자리에 비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확보를 위한 다양한 고민과 함께 전문성 강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IO 역할도 외부운용사에 맡겨라"..OCIO 도입 논의 중


그동안 전문성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뚜렷한 개선책을 찾지 못한 가운데 아예 CIO 역할을 운용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하는 'OCIO 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올들어 외부 용역을 맡겨 '우체국 금융자산운용의 전문성ㆍ투명성 제고방안'을 만든 뒤 우정사업본부에 OCIO 체계 도입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정사업본부가 미래부 산하기관인만큼 논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보고서에는 우본의 소수 공무원으로 200곳에 이르는 외부 위탁운용사에 대한 관리, 감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우며, 국토부와 고용노동부의 OCIO 체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이번 5월 기금평가를 통해 "지난해 일부 기금에 대한 OCIO 체계 구촉과 연기금 투자풀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자산운용ㆍ관리가 개선됐으며, 이에 따라 자산운용 전체 평점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기금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OCIO를 도입한 고용보험기금은 2014년 미흡 등급에서 2015년 보통 등급으로 한단계 산업재해보험및 예방기금은 같은 기준으로 미흡 등급에서 양호등급으로 두단계 올라섰다.


지난해 4월에 7조원 자금을 운용하는 고용보험기금 OCIO로는 한국투자증권, 10조원을 굴리는 산재보험기금 OCIO로 삼성자산운용이 선정돼 이들 회사가 유형별로 자금을 맡기는 하위 위탁운용사를 추가로 선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재부 기금운용평가단 국민연금 평가팀장을 맡고 있는 조성일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본은 주식운용을 계량평가 즉, 최근 운용실적을 기준으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홀스레이싱(horse racing)으로 운용사들의 수익률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문 인력과 운용사를 분석하는 전산시스템을 갖춘 투자풀이나 노동부, 국토부 기금들의 전담운용사 등을 활용해 전문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OCIO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아직 OCIO 도입에 따른 개선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하는데다 100조원 자금을 일부운용사에 한번에 몰아주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차원에서 개별 자산을 쪼개서 맡기기보다 전체 자산에 일괄 적용해 하나의 OCIO를 두는 것이 맞다"며 "자산을 나눠 OCIO를 둔다면 기존 위탁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100조원 자금을 우본이 운용사에 한번에 넘기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우본 인하우스 일부 자산은 OCIO와 겸영을 하면서 효율성을 따져보고 이후 차근차근 이전해 순차적으로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도 일각에선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충우 기자 (2think@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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