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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해운 시초' 한진해운 파산...한국 해운업 격랑 속으로

김이슬 기자

<한진해운 컨테이너 선박>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한진해운의 파산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주전 한진해운의 회생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한 법원은 내일(17일) 파산 여부를 결정짓는다. 선박, 터미널, 인력 등 주요 자산을 처분해 파산행이 불가피한 만큼 40년간 전 세계 물길을 갈라온 국적 1위 선사 한진해운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파산이 선고되면 법원은 재단을 세우고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적인 파산 절차에 착수한다. 파산재단은 잔여 자산을 팔고 매각 금액을 법률상 우선순위에 따라 채권자들에게 나눠준다. 공익채권과 담보채권 등 파산에 드는 비용을 갚고 난 뒤 나머지 금액을 배당하는 식이다. 한진해운 채무액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등에선 이미 한진해운 파산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몫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대부분 자산이 정리된 상태고 남은 자산이 처분된다해도 순위상 공익채권자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최근 회생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걸고 한진해운 주식 투자를 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 멀어진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꿈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1988년 대한상선과 합병으로 사세를 키워 한국 원양 해운업의 시초가 된 한진해운은 불과 6개월 전만해도 국내 1위, 세계 6위까지 올랐던 해운사였다. 이번 파산과 함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중훈 창업주를 이어 꿈꿨던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꿈은 멀어지게 됐다.

한진해운의 침몰은 2011년 글로벌 해운시장의 출혈 경쟁으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시작됐다. 덴마크 머스크를 필두로 굵직한 세계 해운사들이 경쟁적으로 대형 선박을 건조하면서 운임 경쟁을 벌였다. 일부 해외 해운사들은 각국 정부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버티고 있었다. 한진해운은 그룹사의 지원을 받았다. 한진그룹이 S-OIL 지분 매각 등 자산 처분을 통해 2조원 가량을 공급했다. 하지만 급감하는 운임 때문에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고 지난해 5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결과는 채권단의 지원 불가 결정이었고 같은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 해운업 맏형 된 현대상선, 정부 6조5천억원 지원 정상화 총력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한국 해운업 위기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부도 뒤늦게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총 6조5000억원 가량을 지원해 해운업계를 구조조정 이전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한국선박은행이 다음달 초까지 현대상선에 7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과거 용선료가 비싼 시기에 계약한 컨테이너 10여척을 시장가로 인수한 뒤 현대상선으로부터 용선료를 받고 다시 임대해주는 식이다. 이중 1500억원은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한 뒤 나머지 금액은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자본을 공급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 파산 여파로 발생되는 협력사 피해와 실직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재취업과 금융지원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를 통해 "한진해운 퇴직근로자들에게는 전직 지원서비스와 창업지원사업을 추진하고, 한진해운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안정자금 및 우대보증,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정부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부채 비율을 낮추는 등 내실다지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인 2020년까지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선박을 지을 때 총 가격의 10%를 부담하면 되는 선박신조 지원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내년 벌커 위주로 국내 조선소로부터 친환경 에코십을 신규 발주할 계획"이라며 "오는 4월 시작되는 2M과의 협력을 비롯해 국내 중견선사들과의 미니동맹 등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 해운업 위기 극복까지는 거센 풍랑 거쳐야

기존 전 세계 해운동맹은 2M, G6, CKYHE, O3 4강체제였다. 하지만 올해 4월이면 2M+현대상선(머스크ㆍMSCㆍ현대상선), 오션얼리이언스(CMA-CGMㆍ코스코ㆍ에버그린ㆍOOCL), 디얼라이언스(MOLㆍNYKㆍK라인ㆍ하파크로이트ㆍ양밍) 3강 구도로 재편된다. 동맹에 참여하는 글로벌 해운사는 총 13개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선복량은 46만7290TEU로 세계 13위다. 동맹을 결성한 선사 가운데 일본 K라인(35만3288TEU)만이 현대상선의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년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일본 3대 선사 MOLㆍNYKㆍK라인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단박에 1만3532TEU로 세계 5위권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16일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 컨테이너 선복량 글로벌 순위. 출처=알파라이너>

이밖에 현재 선복량이 100만TEU를 밑도는 곳은 현대상선을 제외하고 UASC(52만TEU), OOCL(56만TEU), 양밍(57만TEU), 함부르그수드(59만TEU), 하팍로이드(98만TEU) 5개 선사다. 하지만 하팍로이드와 UASC가 합병해 150만TEU가 되고, 세계 1위 머스크가 함부르그수드 인수를 결정한 상황이다. 여기에 해운업계에서는 중국 코스코의 OOCL 인수설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동맹 결성 선사 중에 현대상선만이 홀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은 "현대상선이 현재는 2M과 가까스로 계약을 맺은 상태지만, 글로벌 선사 재편과 인수합병이 마무리된 이후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규모가 커진 선사로 이뤄진 동맹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합병(M&A)이나 독자노선 개발 등 경쟁력 방안을 꾸준히 찾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인수합병의 경우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전 센터장은 "이스라엘 짐(Zim)과 같은 선사는 동맹을 꾸리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운영을 잘하는 선사"라면서 "내실을 잘 다지면서 운영 효율화를 찾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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