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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탈원전이 뭐길래...두산중공업 어쩌다 매각설까지?

박경민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박경민 기자] 두산중공업이 난데없는 매각설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두산그룹과 두산중공업 측은 17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두산중공업 매각설'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며 공시까지 내는 등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두산중공업, 그렇게 어렵나?

두산중공업 매각설이 나오게 된 배경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인한 사업성과 수익구조 악화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이 중심이 되는 발전부문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신규 원전 건설 전면 백지화, 석탄화력발전 축소로 인해 타격을 입은만큼 이 사업부문을 정리해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올 법하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현장

결론부터 말하면 탈원전으로 두산중공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위기가 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을 매각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은 재개됐지만 기존에 예정됐던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의 수주가 줄줄이 무산된 것이 사실이다. 신고리 5·6호기의 수주금액이 약 2조 3,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두산중공업의 매출 감소분은 최대 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16년 3분기 약 31.41%던 두산중공업 발전부문의 매출 비중은 2017년 3분기 26.41%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비중 역시 33.14%에서 19.14%로 급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맞다. 두산그룹은 지난 2015년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 3개 주력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 사업 등을 매각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이 2016년 9,872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 1조 7,95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장기차입금은 9,494억원에서 5,544억원으로 준 것도 한 몫을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발전부문의 사업성이 악화된 탓이 크다.

2017년 3분기 두산그룹 주요 실적. (주)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실적개선을 이끈 반면 두산중공업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탈원전의 여파로 주춤했다(출처=뉴스1)

그러나 이미 두산중공업은 재무 개선을 위한 두산엔진 매각을 진행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의 지분 42.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주관사(크레디트스위스) 선정도 끝났고, 현재 본 입찰 전에 실사가 진행 중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두산엔진 지분 매각을 통해 신사업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신용도를 높여 자금조달을 원활히 한다는 방침이다.

◆탈원전 힘들지만...신사업으로 위기 돌파

두산중공업은 현재 탈원전, 탈석탄 정책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원천기술이 없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스터빈사업이 대표적이다. GE,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만 보유하고 있는 가스터빈 원천기술 국산화를 통해 8차전력수급기본계획 아래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LNG복합화력발전소 수주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스터빈 100%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지속되고 있다"며 "내년까지 상용화가 목표"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육상‧해상풍력 실적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풍력사업도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힌다. 3MW 풍력설비를 제작, 시공하는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5월 현대일렉트릭에서 5.5MW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인수하기도 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배터리, PCS 뿐만 아니라 ESS를 통합적으로 관리‧제어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ESS를 결합하는 사업 모델이 확대될 경우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해외 원전 수출 전망도 어둡지 않다.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전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이미 원전을 수출한 UAE와 함께 사우디 원전 수주에도 나선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인도에 원전을 수출하는 경우에도 두산중공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해당 원전 모델의 원천기술과 실적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전이나 한수원이 원전을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사업을 수주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주사업이 갖는 태생적 한계가 변수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사업 역시 수주사업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원전‧석탄화력발전분야에서 승승장구하던 두산중공업이 정부 정책 변화로 한 순간에 위기에 직면한 것처럼, LNG발전이나 풍력발전 역시 미래를 예단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두산중공업 3MW 해상풍력시스템

일단 다행스러운 것은 당분간 LNG발전소와 풍력발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풍력발전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으로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목표달성을 위해 정부가 내건 신규 풍력발전설비 용량은 16.5GW다. 현재 우리나라의 풍력발전설비 누적용량이 1GW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올해부터 매년 1GW 이상 새로운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정부는 계획입지제도를 활용하고, 자금력과 추진력을 갖춘 발전공기업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정책 덕에 올해 1조원 규모인 국내 풍력시장 규모는 2020년 2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LNG발전소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 등 대기오염 이슈를 극복하는 한편 원하는 시간 원하는 양의 전력생산이 불가능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이른바 '브릿지' 역할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LNG발전의 비중은 2030년 18.8%다. 원전과 석탄화력은 줄어들지만 LNG발전소의 발전량 비중은 소폭 증가했다. 발전연료의 LNG 전환이 확정된 당진에코파워 등 석탄화력 6기는 LNG 발전소로 건설된다.

두산중공업이 국산화를 추진 중인 가스터빈은 LNG 발전소의 핵심 설비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 규모는 연 18조원이다. 원천기술을 가진 곳에서만 부품을 공급하고 정비를 수행할 수 있어 부가가치도 높다.

두산중공업 측은 "1GW급 LNG발전소 1기를 건설하는데 약 1,80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며 "국산 기술로 개발한 가스터빈 제품이 상용화된다면 향후 10년간 3조6000억원대의 수입 대체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2025년경부터는 약 5조원 규모의 수출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망은 나쁘지 않지만 이 사업들을 모두 두산중공업이 따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수주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두산중공업의 태생적 한계다.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정치적 의지에 따라 급속히 추진된 것과 마찬가지로 LNG발전과 재생에너지 위주 에너지정책이 언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원전 정책이든 재생에너지 정책이든 뭐가 어떻다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며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가스터빈을 쓰는 LNG발전소나 해상풍력발전단지의 대규모 조성 등이 예정돼 있지만 실제 추진이 없다면 헛수고가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간만이라도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충분한 수요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물론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기술과 원자력발전의 건설‧운영 능력이 세계적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따른 지속적인 발전소 건설이 밑거름이 됐다. 장기적 안목으로 국가의 산업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상용화 사례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흔히들 에너지정책을 일컬어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만큼 에너지가 우리나라 산업발전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의 첫 발을 뗀 지금, 정부 따라 입맛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이 아닌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에너지전환을 기대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경민 기자 (pkm@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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