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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나의 가상화폐 투자기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비트코인 이미지/출처=pixabay


#.1
“벌써 600만원? 너무 올랐네. 좀 빠지면 사봐야지”
“언젠가 폭락했다는 뉴스 나오면 그때 사면 돼”

지난해 10월 여의도에 생긴 가상화폐 거래소 객장에 ‘구경 갔을’ 당시였다. 그 후 두 달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2,000여만원으로 4배가량 급등할 때까지 계속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다.

#.2
“밸류에이션은 뭘로 해야 하는 거야? 외우기나 좋게 2,222만원에 사봐야겠다”

지난해 12월 사내 스터디 모임에서 가상화폐를 짚어보기로 했다. 실전(?) 투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주식처럼 밸류에이션 잣대는 없었다. ‘시세’가 유일한 참고 사항이었다.

30만원어치를 구입했는데 0.01347975BTC였다. 사실 숫자를 외우지도 못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적어놓기 전까지는...

#.3
“이제 비트코인을 식당에 가서 지급 수단으로 써먹어보자”
“비트코인 결제 안돼요. 그거 내려달라니까 이름 계속 남아서...”

비트코인 사용처를 알려주는 앱을 통해 서울시내 식당 몇 곳에 문의를 해봤다. 인근 3~4곳에서 “비트코인 사용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곳은 “아예 등록한 적도 없는데 우리 식당 이름이 왜 올라갔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한 곳은 “사장님이 비트코인 안 받은지 5년 됐다”고 말했다. 한 곳은 “그거(앱) 내려달라고 했는데 계속 이름이 남아 문의전화만 많이 온다”며 짜증을 냈다.

#.4
“불안해 불안해...”

결국 손을 뗐다. 30만원 규모 비트코인을 모두 팔았다. 이익은 1,000원.

가격 변동성도 걱정이었지만 그보다는 거래소 시스템이 더 불안했다. 나름 거래량 상위에 랭크된 거래소였지만 주문은 물론 접속부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소액, 손해나 보지 말자는 생각에 남은 코인을 모두 정리했다. 사실 2,000만원대까지 폭등한 비트코인이 앞으로 4,000만원, 1억원 이상으로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컸다.

그런데 전액 매도를 했어도 소수점 네 번째 자리 이하 코인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액 출금을 해도 마찬가지. 빗썸 측은 “최소 금액이어서 출금이 안 되는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15분 가까이 통화했지만 상담원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듯 했다.

#.5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전철에서도...

식당에 가면 주변 테이블에서 가상화폐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카페에 가도, 전철을 타도 마찬가지. ‘진짜 열풍은 열풍이구나’ 새삼 느낀다. 대화 내용은 엇비슷하다. 주로 누가 얼마를 벌었느니, 얼마 오르고 빠졌느니, 규제가 어떻게 되느니 하는 내용들이다.

관심도는 기사 클릭 수를 봐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경제기사보다 클릭 수가 최소한 ‘0 한자리’는 더 붙는다.

친구들도 나에게 가상화폐 관련 정책과 정보를 물어온다. 특정 거래소 관련 무슨 이야기가 도는데 들은 것 좀 있냐며... 좋은 친구 같다. 나를 그렇게 과대평가 해주다니...

친구의 전화를 받은 다음날,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값이 일제히 급락했다. ‘어제 친구가 물어본 게 이거였나?’ 싶었다. 정책보다 소문이 더 빠를 수도 있다. 관세청이든 금감원이든 내부직원들로부터 관련 정보가 새어나간 것이 어디 한 두 번이었나.

#.6
가상화폐 거래소, 정말 폐쇄될까?

정부부처 사이 혼선이 있기는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카드가 주머니에 있기는 한 것 같다. 다만 전면폐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풍선효과로 인해 어둠의 거래소만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서버 망명도 거론된다.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법 제정까지 준비 중이라고 하나 위헌 논란도 있다.

국회 움직임은 정부와 차이가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조차 가상화폐를 법으로 정의하고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면폐쇄는 현실성이 떨어지니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일 거래소 폐쇄가 현실화 된다면 그것은 ‘선별적인 폐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인을 실제로 중개해주지 않거나, 고객 예치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IT 시스템이 불안정한 곳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정리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전면 폐쇄를 위해서는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지만, 선별적 폐쇄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

결국 정부의 규제는 전면적인 금지보다 시장 건전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이 같은 규제는 대형 거래소들이 희망하는 바이기도 하다.

#.7
행복할 수 없는 투자...잡을 수 없는 투기심리

‘인증샷’ 올리기가 유행이다. 큰 수익을 봤다는 계좌 인증, 큰 손실을 봐서 모니터를 부숴버렸다는 인증 등 각양각색이다.

한 코인 커뮤니티에는 “30만원으로 130만원을 벌었다”, “하루만에 몇 달치 월급을 벌었다”, “수익 20억원이다”, “내 수익은 30억원이다”라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진다. 많은 사람들을 부화뇌동 하게 할 수도, 상대적 박탈감을 안길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30만원으로 130만원을 벌었다는 사람은 “내가 거지라서 돈이 없었다”며, 더 많은 종자돈으로 투자하지 못했음을 통탄한다. 수억원을 벌었다는 사람은 수십억원을 향해 베팅하며 마음을 졸인다. 큰 손실을 입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가상화폐를 두고 ‘투자냐 투기냐’를 정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속된 말로 ‘내로남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블록체인 기술 바탕의 전세계 통용 가능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식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몇분 만에 얼마 먹고 빠지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다. 주식투자도 그렇듯이.

가격 통제를 목표로 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당장 거품을 꺼뜨려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디선가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난다. 인간의 심리를 통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시장을 건전화 하되, 투자 손실은 본인 책임이라는 신호를 명확히 줘야 한다. 과도한 레버리지와 미성년자 구매 등을 제한하고, 거래소 자본금과 사고에 대비한 예탁 제도 등 건전기반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복권, 카지노, 경마, 경륜, 스포츠토토 등 투기에 빠질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제 그 종류가 한 가지 늘어난 것이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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