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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국내 태양광 기업 "최악은 아니지만 피해는 불가피"

박경민 기자

한화큐셀 마이애미 폴리스 태양광발전소

[머니투데이방송 MTN 박경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승인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에 세이프가드를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무역 장벽 중의 하나다.

미국 정부는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셀에 대해 저율관세할당(TQR) 기준을 2.5GW(기가와트)로 설정하고, 첫 해에는 30%를 시작으로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

태양광 모듈에는 TQR 없이 관세만 부과된다. 관세율은 1년차 30%, 2년차 25%, 3년차 20%, 4년차 15%로 정해졌다.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 미국에 태양광 모듈을 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은 전체 태양광 제품 중 약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 기업의 미국 태양광 시장 수출액은 12억 9,960만달러로 말레이시아(24억 5,000만달러), 중국(14억 9,71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였다.

각 기업은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중국, 말레이시아 등의 공세로 공급과잉과 가격경쟁 심화로 인한 낮은 제품 영업이익률에 직면해 왔던터라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대미 수출 감소까지 이어질 경우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기업의 미국 시장 영업이익률이 10% 내외, 낮을 경우 5% 수준에 그칠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의 관세가 주는 영향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업체들의 비용이 상승하고,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올리는 매출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는다. 유럽이나 일본, 중동 등으로 시장 다각화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 피해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미국 시장 내 판매가 10~20% 시장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미국 시장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닌만큼 미국 시장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남은 물량은 유럽이나 일본으로 돌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동안 국가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하며 물량‧저가공세로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교란시켜온 중국 때문에 한국 기업까지 피해를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산 태양광 셀‧모듈 제품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태양광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적 인센티브와 보조금, 관세 등을 적용해 자국 태양광 산업을 육성, 2005년 7%에 불과하던 전 세계 태양광 셀 생산비중을 2012년 61%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중국은 전세계 태양광 셀의 60%, 모듈의 71%를 생산하고 있다.

USTR은 세이프가드 승인 발표를 통해 "2012년 이후 미국 태양광 제조기업 25곳이 폐업하는 등 미국의 태양광 제조산업은 거의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한국 기업에게 다행인 부분은 지난해 10월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권고한 35%의 관세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율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아메리카퍼스트'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고안보다 높은 관세율을 부과할 것이란 우려도 해소됐다.

'최악은 피했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업체에 국한된 관세 부과가 아니라 중국, 말레이시아 등 모든 수입 태양광 셀‧패널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도 다행스럽다.

한편 이번 세이프가드 조사는 지난 4월 미국이 태양광 셀 제조업체 수니바(Suniva)의 ITC 청원에 따라 진행됐다. 당시 미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낸 수니바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등지에서 수입된 태양광 셀과 패널 등의 저가 공세로 인해 미국 태양광 셀과 모듈 제조산업이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수니바 측은 지난해 값싼 수입품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입 태양광 셀에 50%의 관세 부과를 요청한 바 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미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대책회의에서 "태양광은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의 태양광 패널 수입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미국 내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이고, 미국 태양광 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풍력, 가스 등 타에너지원과의 경쟁 격화, 경영 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임에도, 이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경민 기자 (pkm@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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