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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준재벌' 방준혁, 300억원을 3조원으로 불린 비결은?

서정근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서정근 기자]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공정위에 의해 '준재벌 총수'로 지정되자, 방준혁 의장이 그간 보여준 입지전적 행보와 이색적인 사업·투자 행보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을 창업해 800억원에 CJ에 매각한 후 300억원 가량을 출자, 다시 오너십을 확보한 바 있다. 넷마블을 CJ에서 분리시키고 텐센트 투자를 유치,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시켜 3조원이 넘는 재산을 축적했다.

회사를 팔아 800억원을 손에 쥐고, 이중 300억원을 팔았던 회사에 재투자해 3조원으로 불리는 '방준혁 매직'을 보여준 셈이다.

'기인열전'에 올라도 될만큼 특이한 사업·투자 이력과 탁월한 성과가 눈길을 모은다. 게임산업 전환기마다 맥을 짚은 통찰력, 사내 역량을 결집시킨 카리스마, 대외 협상력이 성공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넷마블의 사업보고서와 하나로드림, 인디스앤 등의 과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방 의장은 지난 2012년 1월 10일 CJ게임즈의 유상증자에 참여, 7만2810주(액면가 500원)를 주당 39만6687원에 취득했다. 당시 개인자격으로 288억8278만원을 투자했다. 넷마블을 떠난 방 의장이 다시 컴백하는 과정에서 오너십을 확보하기 위해 단행한 투자다.

CJ게임즈는 방준혁 의장의 넷마블 복귀를 전제로 이재현 CJ회장이 새롭게 짜 준 '판'이다. 방 의장이 넷마블을 2004년 CJ에 800억원에 매각한 후 넷마블은 CJ인터넷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CJ인터넷은 CJ그룹 내 각 문화산업 부문과 합쳐져 CJ E&M의 게임사업 부문으로 존속했다.

CJ E&M 산하에 개발관리 지주사 CJ게임즈를 신설해 CJ게임즈가 CJ인터넷 산하 개발 자회사들을 총괄하는 구조를 만들고, 방 의장을 2012년 연초 CJ게임즈 수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당시 CJ인터넷이 핵심 게임 '서든어택'의 판권을 넥슨에 내주고 내리막길을 걷자 이재현 회장이 방의장에게 SOS를 보낸 것이다.

방의장이 CJ게임즈의 지분 일부를 확보한 후 이틀이 지난 2012년 1월 12일, CJ게임즈는 하나로게임즈와 합병하며 신주 2만7190주를 발행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방 의장이 개인투자를 통해 취득한 것과 같은 39만6687원이었다.

하나로게임즈는 방 의장이 당시 최대주주(지분율 83.6%)로 있던 인디스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방 의장은 지난 2004년 넷마블 보유 지분을 CJ에 매각하고, 2005년 2월 인디스앤을 설립한 바 있다.

인디스앤은 2006년에 하나로드림의 유상증자에 참여, 39억999만원에 하나로드림 지분 36%를 확보했다. 방의장이 인디스앤을 통해 확보한 하나로드림 주식총수는 1대주주 하나로텔레콤의 하나로드림 보유주식보다 불과 1주 적은 규모였다.

하나로드림은 2010년 1월 전체 발행주식 중 인디스앤의 보유 지분을 제외한 전체 지분(63.97%)을 유상감자했다. 방 의장은 인디스앤을 통해 2006년 39억999만원을 투자한지 4년만에 하나로드림 전체를 손에 넣은 것이다.

방 의장이 하나로드림을 '접수'한 직후 이 회사는 하나로게임즈로 명칭을 변경했다. 2012년 1월 기업가치를 108억원으로 책정해 CJ게임즈와 합병했다.

방 의장이 당시 CJ게임즈에 개인자격으로 투자한 금액(288억8278만원)과 인디스앤이 하나로드림 인수에 투자한 비용 총액 중 방 의장의 지분율(83.6%)에 비례하는 금액을 합산하면 약 321억5520만원이다.


800억원에 경영권을 매각하고 떠났던 방 의장은 앞서 언급한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2012년 1월 중 CJ게임즈 보유 지분율을 48.2%까지 확대, 최대주주(CJ E&M, 당시 CJ게임즈 지분 50% 보유)와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방 의장이 넷마블을 CJ에 매각하고 확보한 800억원 중 40% 가량을 재투자한 셈"이라며 "당시 CJ인터넷이 내리막길을 걷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투자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엑시트하고 떠난 창업자가 다시 복귀해 인수자와 협업하는 흔치 않은 사례였는데, 이는 CJ가 게임사업을 영위하며 사회적 평판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해 방 의장이 넷마블을 소생시켜 분할해 가거나 다른 곳으로 매각해주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복귀한 방 의장은 모바일게임 사업으로 주력업종을 전환했고 '다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히트작을 속속 배출했다. 2014년에는 텐센트가 넷마블에 5300억원을 투자하며 3대주주로 참여했다.

그해 10월 CJ게임즈가 CJ그룹에서 독립했고, CJ E&M의 게임사업부문 넷마블을 인수해 넷마블게임즈로 명칭을 변경했다.

CJ E&M은 게임사업 부문을 분할, 매각하고 1대주주 지위를 방 의장에게 넘겨주는 댓가로 3950억원을 수령했다. 800억원에 넷마블을 인수해 3950억원을 벌고, 신설 넷마블게임즈 지분 27.62%를 보유해 배당수익과 지분법평가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방 의장이 이재현 회장이 내준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다.

방 의장이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할 당시 이 회사는 직원수 10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게임사였다. 영화배급사업자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받아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당시 방 의장은 넷마블의 성과에 연동해 플래너스 지분을 받는 약정을 체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넷마블이 큰 성과를 내고 방 의장은 플래너스 1대주주가 됐다. '플래너스 넷마블'을 CJ에 매각하며 업종을 대표하는 유명인이 됐다.

넷마블은 방 의장의 '모바일 드라이브'에 힘입어 넥슨, 엔씨와 함께 게임 빅3로 자리잡았다. 방 의장이 엔씨 경영권을 둔 김정주-김택진 간의 분쟁에 개입, 넷마블이 엔씨와 지분을 맞교환하고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 등 엔씨소프트 IP를 공유하는 협업체계를 갖췄다.

이후 넷마블의 사업성과는 날개를 달았다. 엔씨와 제휴해 만든 '리니지2 레볼루션'이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2017년 매출 2조4248억원을 달성, 매출 기준으론 넥슨을 제치고 국내 1위 게임사가 됐다.

게임산업 전환기마다 맥을 짚은 통찰력, 주요 기업들간의 갈등 등 역학 관계에서 '빈 틈'을 찾아내 베팅하는 결단력이 주효한 것이다.

2일 오후 기준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약 12조6000억원, 방 의장의 넷마블 지분율은 24.3%다. 넷마블 보유 지분 가치로만 3조원을 상회한다. 넷마블 산하 비상장 개발사 지분 일부를 방 의장이 보유한 것을 감안하면 그 재산 규모는 한층 더 불어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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