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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 수상한 M&A⑥] '최대주주 공개유치'...더 꼬이는 경영권 분쟁

소액주주들 반발…"집사가 집을 팔아먹는 꼴"
이대호ㅣ정희영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정희영 기자] 경남제약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경영진이 기존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는 별개로 '제3의 최대주주'를 공개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존 최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들 의사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경영권 분쟁이 더욱 복잡해졌다.

◆ 현 경영진 "새 최대주주 공개 유치"

경남제약은 4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최대주주 유치를 위한 'M&A 공고문'을 게시했다.

회사는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희철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인 20.84%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투자자가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회사 측은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종합심사에서는 최대주주 예정자와 신규 임원 후보자에 대한 의구심 불식이 과제였다"며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M&A 매각주간사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 최소 318억원 동원해야...기존 최대주주와 불씨 남아

경남제약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최소 318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유상증자 132억원, 전환사채(CB) 인수 186억원 등이 있기 때문이다.

경남제약 경영진은 "1주당 1만 4,650원으로 발행되는 회사의 보통주식을 최소 90만주 이상 인수하고, 이와 함께 이앤에스와이하이브리드투자조합이 보유한 제4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전환사채(CB) 액면금액 100억원(5억원권 20매, 전환가액 6,705원, 전환주식수 1,491,424주, 6월 15일 전환권 행사 가능)을 액면금액의 1.86배에 인수해 전환권을 행사하는 조건"이라고 내걸었다.

이는 약 239만주 가량으로, 이희철 전 회장이 매각을 진행 중인 지분 234만여주(20.84%)와 큰 차이가 없다. 즉,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18억원보다 훨씬 큰 돈을 끌고와야 하는 것이다.

◆ 최대주주 '심사'하는 경영진

특히 경남제약 경영진은 자신들이 인수의향자를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인수 금액을 높게 쓴다고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경남제약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기준에 의거, 회사의 상장폐지 사유 해소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적격투자자를 상대로 인수제안서 안내문을 발송하고 예비실사를 위한 데이터룸 열람을 허용할 것"이라며, "인수제안서 접수 후 제약업계, 학계 등의 저명한 외부인사가 포함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수의향자의 자격으로는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 ▲외부감사를 받은 2017년말 기준 재무제표상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 ▲본 거래에 필요한 투자자금 중 자기자본 비율이 50% 이상일 것 등을 제시했다.

즉, 사모펀드와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한 인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주식회사들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인수 가능성은 열어뒀다.

경남제약은 이날부터 11일 오전 10시까지 법무법인 넥서스를 통해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이후 17일~24일 실사 등을 거쳐 다음달 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6월 8일 신주 인수계약, 전환사채 양수도 계약, 유상증자 결의 등을 마칠 예정이다.

◆ 소액주주들 반발…"집사가 집을 팔아먹는 꼴"

소액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집 주인들을 모두 무시하고 집사가 집을 팔아먹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남제약 지분 10% 이상을 모은 소액주주 모임은 현 경영진인 류충효 대표이사와 이창주 전무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다.

소액주주 모임 측은 "과연 지금 이사회가 명분은 회사를 위한다고 내세우지만 진정으로 주주를 대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류충효·이창주 두 사람에 의해 약 8,000명 주주들의 운명이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자신들 잇속을 채우기 위해 기존 M&A 등을 모두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수백억원대 M&A를 연휴 직전 발표하고,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과 실사 기간을 짧게 잡은 것도 의혹의 대상이다.

소액주주 모임 측은 "말이 공개매각이지 이미 정해진 게임 아니냐"며, "현 경영진과 예비 인수자 사이에 이면합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제약 측의 '최대주주 공개모집' 공고문은 연휴를 앞둔 4일 발표됐다. 인수의향서 마감일은 11일 오전 10시다. 수백억원이 걸린 M&A를 영업일 기준으로 '나흘' 안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사 기간도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뿐이다.

소액주주 모임 측은 "어떤 정상적인 사람이 이 시끄러운 회사를 사러 이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자금을 들고 들어오겠느냐"며, "이미 A라는 사람이 주식회사를 동원해 정상적인 거래인 것처럼 포장해 들어올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6월 8일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동시에 실제 대금납입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 경영진과 모종의 인수자 측이 '유상증자 무효 가처분소송'이 걸릴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소액주주 모임 측은 가처분소송을 걸 수 없다면 바로 본안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소액주주들이 확보한 10% 이상의 의결권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모종의 인수자를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영진이 새로운 최대주주를 유치해오더라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신속히 기존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경영권 양수도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이희철 전 회장 지분 20.84%는 어떻게...당혹스러운 에버솔루션

경남제약 현 경영진의 돌발 발표로 이희철 전 회장 지분 매입을 추진 중인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 측은 날벼락을 맞았다. 총 250억원의 거액을 투자하고도 경영권을 갖지 못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 경영진의 계획대로라면 이 전 회장 지분 인수자들은 이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분 20.84%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도 없어 향후 되파는 데도 지장이 생긴다.

더욱이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 측은 이 전 회장과 주식매매 계약을 맺은지 3개월이 넘도록 실제 주식을 받아오지 못하고 있는 터였다. 이 전 회장 주식이 모두 국세청에 압류되면서 실제 인수자금 증빙과 압류 해제를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에버솔루션 관계자는 "회사가 최대주주 유치를 위한 공고문을 낸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하던 일"이라며, "우리와도 전혀 협의되지 않았던 일이라 상황을 파악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압류를 해제하기 위해 국세청과 적극 협의하고 있던 상황이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 한국거래소 신중한 관망

경남제약 주권매매거래를 정지시킨 채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진행 중인 한국거래소는 신중한 입장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판단을 내릴 뿐, 경영권 향배까지 가치판단을 넣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현재의 경영진, 이희철 전 회장, 에버솔루션, 소액주주 모임, 여기에 잠재적 인수의향자까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에 쉽게 손을 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22일 경남제약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으며, 지난달 12일 개선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오는 14일까지(20영업일 이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남제약 경영진은 최대주주 공개모집을 이유로 3개월가량 개선기간 부여를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소액주주 측은 거래정지가 길어질수록 손해가 막심해진다며, 기존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경영권 양수도가 빨리 진행돼 즉각적으로 주식거래가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ㅣ정희영 기자 (hee082@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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