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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깜깜이 투자①] 줄잇는 벤처캐피탈 상장, 투자정보는 블라인드

이대호 기자

2017년 기준 벤처펀드 운용자산 현황 / 데이터=더벨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벤처캐피탈(VC) 회사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VC들의 증시 상장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반면, 주식시장에 제공되는 투자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장된 VC들은 '상장사'로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줄잇는 VC 상장...'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올해 VC들의 상장이 가속화 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관심이 높아졌을 때 공모자금 확보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3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에 상장했고, 오는 7월 6일 SV인베스트먼트가 상장할 예정이다. 나우아이비캐피탈은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아주IB투자, KTB네트워크, 미래에셋벤처투자, 나우아이비캐피탈, 이앤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시기에 VC들도 좋은 시기를 맞은 것 같다"며, "과거 IT버블 때 겪어봤듯이 정부의 육성 정책으로 돈을 잘 버는 시기에는 좋겠지만, 나중에 엑시트가 잘 안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사모펀드라 비밀"...형식도 내용도 '중구난방'

VC 상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투자정보는 매우 빈약하다. 사업보고서 상 '사업의 내용'은 벤처캐피탈 '업계 현황'이 대부분이다. 자사의 영업 내용은 개괄적인 내용뿐이다.

가장 중요한 투자조합(사모펀드) 운영 상황은 아예 '비공개'에 가깝다. 운영 중인 투자조합은 VC들의 수익 원천임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내용을 볼 수가 없는 것.

대부분 VC들이 투자조합 관련 내용 공개를 '최소화'하고 있다. 사모펀드여서 공개 의무가 없을 뿐더러 출자자들과 비밀유지 규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LP(유한책임출자자)들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GP(업무집행조합원)로서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표기하는 투자조합 개요조차 작성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투자조합에 대해 이름과 결성 시기, 약정 총액 정도만 표기하는 VC가 대부분이다. 투자 판단에 매우 중요한 투자조합 청산시기, 주요출자자를 명기하지 않는 곳도 상당수다.

투자조합 관련 사항을 아예 사업의 내용에는 표기하지 않고, 재무제표 주석에만 두는 경우도 있다.

이같이 제한적인 투자정보 제공은 벤처캐피탈의 '역할갈등'으로 지적된다. 투자조합 출자자들의 비밀을 유지해줘야 하는 GP로서의 역할과, 상장사 즉 공개기업이라는 입장 사이에서 상충된다는 것.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VC들의 투자정보 제공은 일종의 그레이존(회색지대)"이라며, "대부분 투자를 조합을 통해 진행하니 공시를 낼 것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방탄소년단 대박 쳤다는데...공시는 어디에?

최근 방탄소년단(BTS) 인기가 폭발하면서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는 벤처캐피탈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다음달 상장하는 SV인베스트먼트가 그 주인공. '빅히트엔터에 약 40억원을 투자해 1,080억원을 회수했다', '원금의 27배 잭팟을 터뜨렸다'는 자극적인 뉴스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SV인베스트먼트 증권신고서 어디에도 빅히트엔터 투자 관련 내용은 없다. 역시 투자조합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공시할 의무도, 공시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잭팟'과도 거리가 멀다. 해당 투자조합들의 청산 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 최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같은 수익률은 해당 펀드 출자자(조합원)들의 몫이다. VC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등을 받아갈 뿐 '27배 잭팟'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 의무가 없다보니 극소수 대박 케이스를 가지고 VC 전체가 엄청난 수익을 낸 것처럼 호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VC들이 성공한 투자는 자신 있게 공개할 수 있겠지만, 실패한 투자는 절대 오픈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업계 '난색', 거래소 '고민', 금융당국 '파악'

VC업계는 투자조합 세부 내용 등 더 이상의 투자정보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벤처캐피탈 상장사 관계자는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면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며, "과연 정보가 부족해서 묻지마 투자가 벌어지겠느냐"고 되물었다.

상장 심사와 투자자 보호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는 고민이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과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VC 상장을 받아주기는 해야 하는데, 투자자 보호 문제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더 많은 투자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해도 회사들이 난색을 표한다"며, "법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공시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아직 제도개선 요구가 없었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제 스터디가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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