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 현장+] 정부 예산안 살펴보니...저출산 진단부터 틀렸다

박동준 기자

지난 4월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의 빈 침대 모습.


내수업체 특히 유통업계는 사업 상 가장 큰 문제로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감소를 꼽는다.

올 2분기 합계출산율 0.97. 가임기(15~49세) 여성 한 명이 채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지난해는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전년 대비 처음으로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급증해 전체의 14%를 넘겨 한국은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역대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출산율 높이기에 막대한 금액을 쓰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출산율이 1.0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자 그 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5년 단위의 중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1차 계획 19조7,000억원, 2차 계획에는 60조5,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번 정부 역시 관련 예산안으로 올해 14조7,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17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도합 100조원이 넘는 예산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집행됐지만 출산율은 하락 일변도다.

탁상행정으로 혈세가 낭비된 것일까. 하지만 정부 정책과 통계를 분석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다만 지원 대상이 기혼자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한계다.

노무현 정부 당시 차상위계층에 대한 양육수당 지급 및 보육료 면제를 해줬다. 이명박 정부도 양육수당을 인상하고 보육비 전액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육료 전액지원 대상을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고 임신 및 출산 진료비 지원을 늘렸다.

이번 정부 역시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아동수당 신설 및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높이는 등 기혼자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기혼자의 출산율을 높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저출산대책의 효과성 평가’에 따르면 유배우자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2002년 1.5명에서 2014년 2.2명으로 늘어났다.

연령대별로는 고령의 산모가 늘어났다. 20대 후반 기혼자 여성의 1000명 당 출생 수는 1991년 237명에서 2009년 273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의 경우 20대 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30대 초반 유배우 여성 1000명 당 출생 수는 74에서 143으로 2배가량 늘었다. 30대 후반 유배우 여성은 1000명 당 13에서 35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비혼자의 증가로 합계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20~49세 여성의 경우 2005년 유배우자 비율은 62% 이상을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54%로 하락했다. 결혼 자체가 줄어들면서 이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졌다.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홍춘욱 키움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성들이 출산·육아 문제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이 직장을 그만 두고 재취업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낮은 소득의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커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13세 이상 여성 비율은 2010년 59.1%에서 2016년 47.5%로 줄었다.

오진은 사고를 낳는다. 현재와 같은 기혼자 중심의 출산 장려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산율 상승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정부가 결혼부터 출산, 육아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낳고 기를 수 있는 터전은 마련해줘야 한다. 현재와 같은 직접적인 출산율 장려책과 함께 근본적인 사회 구조 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동준 기자 (djp82@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