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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너도나도 '블록체인 특구'...이유없는 '크립토밸리' 경쟁

조은아 기자



최근 '블록체인 도시'를 천명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쩍 늘어났다. 지자체장들이 전면에 나서 한국판 크립토밸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블록체인 도시 서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스위스 주크처럼 서울을 블록체인 선도 도시로 만들기 위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동안 블록체인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열린 블록체인 행사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안도 밝혔다.

박 시장은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200여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블록체인 집단을 만들겠다"며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돕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도 민간과 함께 조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제주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주장한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8월부터 정부에 제주도를 '블록체인·가상화폐(암호화폐) 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원 지사는 "제주는 국제 자유도시로서 우수한 해외 자본과 인력을 유치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며 "제주를 규제 샌드박스형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국제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블록체인 허브도시로 육성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부산도 크립토밸리를 꿈꾼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산을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금융 신기술이 부산 산업 진흥을 주도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자체들의 블록체인 ·가상화폐 사업에 대한 의지는 미래 기술을 활용해 지자체만의 경제적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이미 해외의 작은 도시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사업을 장려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없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 국내 가상화폐 업계에선 이 탓에 해외의 작은 도시들로 떠나는 '탈한국'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탓에 지자체들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스위스의 주크나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 등으로 떠나는 떠나려는 기업들을 붙잡을 뿐 아니라 해외의 블록체인 기업들을 유치함으로써 세수 증대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두 장밋빛 기대일 뿐이다. 중앙정부의 이렇다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특정 지자체만 '특구'로 지정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민의 공감대 형성이나 차별화된 전략도 없이 전시 행정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감현장에서 김병관 국회의원은 "중앙 정부에서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없는데 제주도가 특구를 통해 어떤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왜 제주도여야 하는지 공감이 안되며, 제주도를 특구로 만들어서 해결될 이슈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제주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그 어떤 지자체도 블룩체인 특구의 당위성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블록체인 특구 지정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왜 OO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자체 스스로도 합리적인 근거를 말하지 못한다"며 "지자체의 주장대로라면 전국 어떤 도시가 특구로 지정되어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블록체인 특구 조성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에 편승한 사기 행각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기행각 피해를 입은 지역민은 중앙정부의 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엔 이를 처벌할 근거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섣부른 블록체인 특구 지정보다는 중앙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같은 '입장정리'가 우선이 아닐까.

[머니투데이방송 MTN = 조은아 기자 (ech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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