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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생리대 시장 커지는데…'유기농' 기준은?

'안전성' 우려에 유기농 생리대 찾는 소비자 늘어
정작 유기농 제품 판단 근거는 업체 손에
명확한 기준과 근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 제기
유찬 기자


생리대 안전에 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며 유기농 생리대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유기농 제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 1위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자사 브랜드 좋은느낌 제품의 지난해 판매량 중 유기농 생리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달했다. 15년 10%, 16년 9%, 17년 14%에 비해 많이 늘었다. 특히 유기농과 순면 제품을 합하면 48%로 절반에 육박한다.

유기농 생리대 강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초 유기농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00% 스칸디나비아 천연 흡수소재·유기농 순면커버를 적용한 '라네이처'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올 초에는 유기농 순면 흡수체가 적용된 '좋은느낌 탐폰'을 출시하며 유기농 라인을 확대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칸타패널에 따르면 친자연 및 유기농 순면커버 생리대 시장은 지난해 60% 이상 성장했다"며 "고객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유기농 제품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기농 제품 'The 건강한 순수한면'을 생산하고 있는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안전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1만여 명 의견을 토대로 만든 '메이앤준'을 선보였다. 무염소표백, 무형광, 무색소 처리 등으로 소비자 선호를 맞췄다. 라이너 제품은 100% 자연 순면커버를 사용했다.

유기농 생리대 수요가 늘며 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미국 아마존 유기농 생리대 판매 1위를 달성한 유기농 여성용품 스타트업 '라엘'은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늘리며 올해 매출 5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엘은 지난해 롯데백화점 전 지점을 비롯해 신세계, 현대백화점 주요 지점 입점에 성공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온라인 공식 쇼핑몰을 오픈했다. 특히 지난해 말 GS리테일-미래에셋 합작 펀드 주도 약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유기농 생리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위치한 '라엘'(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유기농 생리대의 소비자 관심이 높고, 관련 시장도 증가세에 있지만, 막상 유기농 생리대라 부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생리대는 현재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관련법에 유기농 생리대에 대한 기준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며 "업체가 유기농이라고 표시하려면 이를 입증할 자료는 갖고 있어야 하지만 유기농 제품이라고 정하는 허가 기준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이 유기농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표시광고법에 따라 부정한 행위, 금지 규정 위반 여부 등을 바로잡고 있지만 사후규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광고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을 마련할 수는 없다"며 "생리대 명칭에 관해 소관법에서 정한 기준이 있다면 이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업체들은 저마다 세운 분류 기준이나 해외 인증 등을 근거로 유기농 생리대라 표시하고 광고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화학비료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면(cotton)을 원료로 해서 만든 생리대'를 유기농 생리대로 정의하며 독일 더마테스트, 유럽 ECO 인증, OCS100 인증 등을 제시하고 있다.

라엘과 깨끗한나라는 명문화된 기준은 없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면화 이용', '화학물질이 안 들어간 제품' 등을 유기농 생리대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역시 미국 식품의약국(FDA), 독일 더마테스트 인증 등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기농 생리대에 관한 통일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 소비자가 업체들이 내세우는 인증이나 표시광고의 신뢰성을 하나하나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인증과 표시 광고가 믿을만한 정보인지 챙겨 보는 것과 비싼 가격만큼 실제 소비자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유기농 생리대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유찬 기자 (curry30@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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