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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 장애 질병화', 표현의 자유 침해하나…"위헌적인 규제 양산"

게임 개발자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침해…위헌적인 규제로 이어질 우려
고장석 기자

"게임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표현물'입니다."
"문화를 약물과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면 위헌적인 규제를 양산할 것입니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지정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에 반대하는 국내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질병화가 게임 개발자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단법인 오픈넷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21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WHO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와 표현의 자유’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기본권적 측면의 문제점이 논의됐다.

황성기 오픈넷 이사장,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

전문가들은 게임이 표현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다고 말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게임은 개발자의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당연히 표현의 자유로 보호된다”며 “게임이 명백하게 현존하는 해악을 발생시키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도 판례에서 게임물은 예술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어 표현의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21조 1항에 의해 보장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나쁜 영향을 주는지는 과학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에서 폭력적인 게임을 청소년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 위헌으로 결정 나기도 했다. 게임의 제한이 강력한 공익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법률이 아니었고, 게임과 폭력성이 상관관계만 있을 뿐 인과관계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산행, 낚시 쇼핑 등 수많은 몰입행위 중에서 게임에 대해서만 질병코드를 부여할 정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게임 중독을 술‧마약‧도박중독과 같은 선상에서 다루면 위헌적인 규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호경 서원대학교 문화기술산업학과 교수는 “게임은 이용자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가장 적극적인 미디어 활용 행위”라며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적극 표현한 것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근간이 게임 개발자의 표현의 자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게임 이용자와 더 나아가 한국 게임 이용자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인과 결과를 규정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질병이라는 낙인이 규제로 이어질 거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오태원 경일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이라는 명제를 전제로 한다면 당연히 게임이용에 대해 규제적인 법이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게임의 이용 자체를 금지하거나 시간‧방법을 규제 ▲세금을 통해 게임이용 비용을 증가 ▲특정한 코드를 금지하는 등의 방식이다.

'WHO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와 표현의 자유' 세미나 종합토론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옹호 의견도 나왔다. 질병코드 지정이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윤리적 판단과 질병코드 지정이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코드 지정이 게임이용 장애를 겪는 극소수의 게임이용자를 돕기 위한 의학적‧사회적‧제도적 조치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 교수는 질병코드 지정에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 “학술적 근거 부족이나 질병코드가 보건의료적인 이득이 없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논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도 질병코드 지정이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지 게임하는 사람을 환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는데 공감했다.

이 대표는 "가장 문제될 수 있는 RPG게임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실제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는 게임 중독에 대한 고민이 일반적이 문화콘텐츠 중독보다도 심각하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고장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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