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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초자산 발행 전 펀드투자자 모집?…석연찮은 '독일 DLF' 판매

우리은행, 상품 발행 전부터 DLF 투자자 모집 시작
협의 과정서 은행이 '결정권자 역할' 했으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우리은행, "투자 규모 확인한 뒤 DLS 발행하는 일반적 절차" 반박

머니투데이방송 허윤영 기자hyy@mtn.co.kr2019/08/21 10:00


사진=뉴스1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한 독일 국채금리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은행이 기초자산이 되는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전부터 투자자 모집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 발행→투자자 모집’이라는 여타 금융상품 판매 과정과 반대로 진행된 셈이다. 펀드 판매사인 은행과 상품 발행사인 증권사 및 운용사 간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뜻으로 ‘주문제작(OEM) 펀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 은행을 통해 판매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 판매 잔액은 1,266억원(7일 기준)으로 판매 금액 전체가 손실가능 구간에 진입했다. 금감원이 추산한 예상 손실액은 1,204억원이다.

이 독일 국채금리 DLF는 올 3월 ‘선진국금리 DLF 시리즈’ 형식으로 우리은행을 통해 주로 판매됐다. 제시된 수익률은 연 4.2%, 만기는 6개월로 설정됐다. 우리은행은 2000년 1월~2018년 9월까지 해당 DLF와 같은 구조로 매일 투자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원금 손실 확률이 0%라고 소개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투자자에게 제시한 상품설명서를 보면 ‘3월 13일 상품 출시 예정(Coming soon)’ 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최소 3월 13일 이전부터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3월 7일 기준 현재 금리 수준은 0.07%’라고도 기재돼 있어 상품설명서가 작성된 시점은 3월 7일 직후였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DLF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증권사의 DLS가 정작 우리은행의 상품설명서 배포보다 약 10여일 뒤인 3월 21일(NH투자증권)과 3월 22일(IBK투자증권)에 처음으로 발행된 것. 즉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DLF의 기초가 되는 증권사의 DLS가 발행되기 전부터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는 의미다.

DLF는 동일한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를 여러 개 묶어 펀드로 조성한 상품이다. 보통 증권사가 기초자산(DLS)을 발행하면 운용사가 이를 펀드(DLF)에 담고, 은행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 게 순서다.

그러나 문제가 된 독일 국채금리 DLF 판매 과정은 은행이 투자자 모집을 시작한 뒤 증권사의 DLS 발행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기초자산이 되는 건물 매입 계약이 완료되기 전에 펀드 판매사가 투자자를 모집한 것과 같은 상황인 셈이다.

우리은행과 IBK투자증권 측은 펀드 투자자 사전 모집을 통해 투자 규모를 확인한 뒤, 증권사가 DLS를 발행하는 통상적인 과정으로 DLF를 발행했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운용사가 먼저 펀드 상품 제안을 하고 은행이 투자자를 모집한 뒤 증권사가 확정된 금액으로 DLS를 발행하는 게 일반적 절차"라며 "당사가 DLF를 반대 방향으로 발행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상품 출시 전부터 판매사인 은행과 발행사인 증권사, 운용사간 교감이 있었다는 정황으로 보고있다. 문제가 된 DLF가 ‘OEM(주문자상표부착) 펀드’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펀드 설정과 운용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 고유의 업무인데, 은행의 요구나 주문에 의해 만든 펀드일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판매사인 은행이 연 수익률, 판매 규모 등을 개괄적으로 제시하면 증권사가 알맞는 DLS 상품을 찾아 이를 설계하는 방식"이라며 “해당 독일 국채금리 DLS는 지난해 말 해외 IB가 발행해 인기를 끈 상품이어서 이를 들여오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기 사모펀드의 경우 상품 발행 전부터 투자자에게 가입을 권유하거나 예약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품 발행 전부터 투자자를 모집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펀드라면 발행사인 증권사도 자사 고객에게 이를 소개할 법한데, 문제가 된 금리연계 DLS는 은행에서 집중적으로(판매 금액의 96%) 팔렸다.

또 증권사가 먼저 갖춰 놓은 파생상품 포트폴리오 중에서 은행이 상품을 선택해 이를 판매했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최근 1년 사이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DLS를 발행한 건 우리은행이 DLF 판매를 시작했던 3월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예정돼 있는 증권사 및 운용사 대상 현장조사에서 OEM 펀드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판매사의 DLF 투자자 모집 시점과 증권사의 DLS 발행 시점 전후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는 OEM 펀드라고 결론 낼 수 없다”며 “현장조사를 통해 판매사인 은행이 상품 발행에 결정권을 행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허윤영기자

hyy@mtn.co.kr

증권부 허윤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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