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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10년만의 한글화' 피파20...피파온라인5 둔 넥슨-EA 역학은?

피파20 28일 출시...EA 이해득실 판단 따라 '피파온라인5' 행보 엇갈려
서정근 기자

최근 '피파' 게이머 팬층 사이에서 '피파온라인4' 서비스가 종료될지 모른다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루머인가 싶어 배경을 짚어보니, 28일 출시되는 '피파20'가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근원이었습니다.

'피파'는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지난 1993년 발매한 '피파인터내셔널 사커(FIFA 94)를 모태로 출발한 축구게임 프랜차이즈입니다. 일본 게임사 코나미의 '위닝' 과 함께 세계 축구게임 시장을 양분하다, 2010년대 들어 '원탑'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연간단위로 신작을 내는데, '피파19'까지 누적 판매량이 2억6000만장을 돌파했습니다.

EA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북미 1,2위를 다투는 게임사가 되기까지, EA의 성장에 큰 지분이 있는 프랜차이즈입니다.

EA가 28일 발매하는 '피파20'


'피파10'까지는 한글자막을 삽입해 국내에 발매됐는데, 한글화 오류가 발생해 대규모 환불요청이 이뤄지는 등 홍역을 앓았습니다. 이후 '피파11'부터 EA는 한글화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2006년부터 PC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 시리즈가 한국에서 서비스 되면서, 패키지게임 '피파' 시리즈의 수요가 급감, 한글화에 대한 수요도 함께 줄었습니다. 피파 게임 팬덤들은 한글화가 안되는 이유가 '피파온라인' 시리즈를 서비스해온 네오위즈, 넥슨의 입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파온라인'과 '피파온라인2'는 EA 캐나다와 네오위즈가 공동개발해 네오위즈가 서비스했습니다.
EA가 북미, 유럽 이외의 시장에서, 특히 PC온라인게임 분야에 기반이 전무해 네오위즈와 손을 잡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피파' IP(지식재산권)와 게임 자산이 고스란히 캐나다에 쌓여있고, 온라인게임 노하우도 넥슨 출신 인사들이 설립한 제이투엠소프트(EA 스피어헤드의 전신)를 인수해 해결하고 나니, '딴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네오위즈와 '피파온라인2' 계약기간 종료가 임박하자 EA는 "이제 공동개발 체제 깨고 우리가 스피어헤드 통해 직접 만들께, 그냥 단순 배급만 해줘"라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네오위즈가 격렬히 반발했지만 IP 홀더가 갑(甲)이니 별도리 없습니다. 경쟁에 뛰어든 넥슨이 EA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고 새로운 파트너가 됐습니다.

EA 스피어헤드가 만든 '피파온라인3' 부터는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넥슨이 파격적인 마케팅 물량을 퍼부어 '피파온라인3'도 인기를 이어갔고 보조상품격인 모바일게임 '피파3M'도 더해져 수익성은 더욱 증대했습니다. 넥슨과 EA는 밀월관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피파19'까지 한글화를 안했던 EA가 10년만에 '피파20'에 한글화를 단행하자 이목을 모았습니다. 두 게임의 성격이 다르다곤 하나 '피파20'가 좋은 반응을 얻고, 후속 시리즈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쏠리면 넥슨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안하던 한글화를 한다='피파온라인4'를 서비스하는 넥슨과 EA가 뭔가 갈등이 생긴 거 같다='피파온라인4'의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 아냐?"라는 추론의 논리 회로가 가동되고 루머가 양산된 것입니다.

물론, 개발을 EA가 직접하는 만큼 맘만 먹으면 EA 코리아가 직접, 혹은 한국 내 다른 배급사를 통해 서비스할 수도 있습니다.

넥슨과 EA가 함께 개최한 '피파온라인4' 쇼케이스 현장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러한 추측이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EA와 넥슨의 '피파온라인4' 배급계약은 2021년 2분기가 되어야 종료됩니다. 의지가 있다면 계약 중도해지, 직접 서비스 전환이 불가능할 것은 없으나, 1년반만 기다리면 될 것을 굳이 위약금 물어가며 무리수 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피파온라인5' 부터는 넥슨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 또한 있습니다. 한수정 지사장 등 기존 EA 코리아 수뇌부들은 패키지 게임 시장이 협소한 한국에서 PC온라인게임으로 승부를 보고 그 성과로 본사의 평가를 받으려 하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피파' 시리즈에 한글화를 단행하지 않았던 것도, 시장이 협소한 한국에서 굳이 한글화를 위해 리소스를 투입하고도 판매 성과가 부진하면 '피파온라인' 시리즈로 세운 공적 포인트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EA 자체가 연간 손익분기 맞추기 버거운 상황입니다. '피파20'가 글로벌 판매고 1500만장은 맞춰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자를 낼지 모르는데, 로컬 특성과 사업 파트너에 대한 배려 등을 내세우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수정 EA 코리아 지사장과 이병재 EA 스피어헤드 대표는 넥슨과 긴밀하게 공조해 왔으나 최근 퇴진했고, 두 회사는 새로운 최고 경영자를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EA 본사와 넥슨 간의 가교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박지원 전 대표도 넥슨을 떠났습니다.

EA와 넥슨의 역학을 잘 아는 이들은 "'피파온라인5'부터는 EA가 직접 서비스하거나, 적어도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몸값(판권료)을 두둑히 올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읍니다.

넥슨은 '피파온라인3'에서 '피파온라인4'로 계약을 새롭게 이어가면서 이미 EA와 한 번 진통을 겪었습니다. '피파온라인4'와 함께 EA 스피어헤드가 개발한 '피파4M'은 당초 양사가 합의했던 개발 납기를 준수하지 못했습니다. '피파온라인4'와 '피파4M'의 매출합산은 당초 양사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A와 넥슨간의 '피파온리안4' 계약은 사실상 상대를 미리 점찍어두고 진행한 수의계약이었던 반면 '피파온라인5'는 다자간 경쟁계약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공개를 추진하며 매출 볼륨을 원할 카카오게임즈, 사세 확장을 원하는 스마일게이트가 뛰어들만 합니다.

모바일게임으로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넷마블도 관심을 둘 가능성이 있고, EA코리아가 직접 서비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EA 출신인 오웬 마호니 넥슨재팬(본사) 대표의 존재가 EA와 넥슨의 밀월을 이어가는데 마이너스 효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오웬 마호니는 EA 최고경영자 후보군 반열에 들었던 인물인데, 그가 EA의 IP로 성공을 이어가고, EA 이사회가 이를 주목할 경우 다시 EA로 복귀해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 때문입니다. 지금 EA 수뇌부들이 잠재적인 경쟁자인 오웬에게 힘을 더해주는 걸 원치 않을 수 있다는 논리이지요.

이러한 정황 때문에, 과거 네오위즈가 곤경에 처했던 것 처럼 넥슨도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넥슨과 EA 사이의 교분을 이어갔던 핵심인사들이 다 떠나고, 이제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만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게임 기획자로 입사한 이정헌 대표가 게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도 '피파온라인3' 사업을 진두지휘해 성공한 것이 컸습니다. '피파온라인4' 재계약도 이뤄냈습니다. 기대치는 못채웠다곤 하나 피파 IP로 넥슨이 버는 매출은 연간 1500억원을 상회합니다.

EA 입장에서도 사실 넥슨과 계속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선택입니다. 굳이 대규모 인력을 충원해서 모험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돈'을 둔 사업자들의 역학과 계산은 향후 전망을 쉽게 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정헌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가 산적해 있어, 지금 당장 '피파' 프랜차이즈의 향방이 당면과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내년 3분기가 되면 '피파온라인5'의 향배가 넥슨에제 적지 않은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28일 선보이는 EA의 '피파20'는 '피파온라인4'와 한 배에서 나온 쌍생아와 같습니다. 두 게임의 매출규모를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이지만, 이를 둘러싼 역사와 역학은 두 게임의 존재가 서로에게 '거울속에 비친 라이벌'과 같은 존재입니다.

세계 게임시장을 대표하는 간판 프랜차이즈를 두고, 미국과 한국의 간판 게임사들이 펼치는 협력과 경쟁이 어떤 스토리를 써갈지 눈길을 모읍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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